2022년 10월호

이재명의 미래, 황교안인가 문재인인가

대권 재수, 조기 퇴진 갈림길에 서다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2-09-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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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사법 리스크… 검찰 수사 가속도

    • 대선 석패, 당권 장악, 대권 재수-文

    • 강성 팬덤, 대정부 투쟁, 총선 완패-黃

    • 숨죽인 非明·反明, 공천권 쟁탈 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데 이어 이 대표 본인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이 대표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정치적 시선이 양분되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는 9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이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했지만 이 대표는 9월 6일 예정이던 검찰 소환 조사에 불출석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서면진술답변을 했으므로 출석요구사유가 소멸하여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2021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발언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방침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을 “모른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 또한 허위로 의심받고 있다. 김 전 처장은 2021년 12월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에 대해서도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경기도청 별정직 5급 배모 씨와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을 치른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업무상배임)를 받고 있다.

    내로남불 ‘야당 탄압’ 구호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9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조 총장의 주장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대정부 투쟁에 앞장섰다. 같은 해 5월에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사건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황 당시 대표를 조사 대상으로 결정하자 자유한국당은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조사”라고 반발했다. 세월호 사건 때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민주당이 ‘정치 보복’을 언급하고 나선 배경에는 전당대회를 통해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이 이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개정한 당헌 제80조에 따르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되, 정치 보복으로 규정된 사안의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직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처럼 민주당 지도부 전원이 ‘정치 보복’을 거론하면 이 대표는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치 보복 여부를 판단할 당무위 의장은 이 대표가 맡고 있다. 결국 이 대표는 국회의원으로서 갖는 불체포 특권에 더해, 당헌 개정으로 인해 기소 이후에도 당권을 유지할 길을 갖게 된 셈이다.

    사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고돼 있었다. 대선 때부터 이 대표가 여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경우 ‘화천대유’ 등 부동산 시행업체와 관계자들이 수천억 원대 수익을 챙겨가는 과정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협조 또는 묵인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시주택공사 합숙소 비선 캠프 의혹 등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文과 유사하거나 黃 오버랩되거나

    이 대표는 2015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당시 문 대표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하고 잠행하다 당권을 거머쥐며 정치적으로 재기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3.53%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이 점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는 문 전 대통령이 걸어온 궤적과 오버랩된다. 이 대표 또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0.73%포인트)로 패했다. 18대 대선과 20대 대선 모두 민주당 당원 처지에선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근소한 격차였다.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박근혜 정권의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며 여야의 충돌이 이어졌다. 2015년 6월 2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 김한길 전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는 “노골적 야당 탄압”이라며 정권과 검찰을 비판했다.

    2015년 8월 20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징역 2년)이 났을 때도, 그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재수사 선상에 올랐을 때도,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야당 탄압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와 같은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을 거치며 친노 진영을 흡수했고, 결국 친문 중심으로 당을 재편했다. 이 대표가 오는 2024년 총선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의 성공 사례를 계승하면 차기 대선에서 설욕이 가능할까. 예단하긴 이르지만 최근 부정적 관측이 늘고 있다.

    일단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 대선의 결정적 패인이었고, 당대표가 된 뒤에도 민주당을 흔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문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후 물러나는 과정이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와 달리,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했다. 이어 전당대회에 나서 당헌 개정과 당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었다. 이는 숨죽인 비명계(非明系)가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공격의 빌미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

    불명예 퇴진 가능성

    강한 팬덤 정치와 일방적 당 운영이 비명(非明) 또는 반명(反明) 인사들의 반발을 살 여지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황교안 전 대표의 전례가 어른거린다. 황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지원을 받아 입당 1개월 만에 당권을 잡았지만 반정부 장외투쟁만 고집하다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총선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조기 사퇴했다.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2차 컷오프됐다.

    과연 이 대표는 문재인과 황교안 중 누구의 길을 따르게 될까. 보수정당 원로급 인사는 이 대표의 미래와 관련 “당권을 잡았으니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를 통해 완벽한 친명(親明) 정당을 구축해 나갈 것 같다”면서도 “결국 친문(親文) 세력과의 마찰과 사법 리스크로 인해 대권을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신동아 10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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