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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정현준, 최초로 입 열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옥중의 정현준, 최초로 입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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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게이트’에 대한 정씨의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정씨의 가족들은 청와대와 대검, 서울지검, 국회 정무위 이성헌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면서도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탄원서와는 별개로 입수한 평창정보, KDL 등 두 업체의 내부자료를 근거로 정씨의 솔직한 입장을 듣고 싶다며 수 차례 가족들을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족들은 행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씨와 어떻게 질의응답을 주고 받느냐도 문제였다.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질의응답이 이뤄진 과정에 대해서는 취재기법상 밝히지 않기로 한다. 다만 문답은 기자가 재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정씨는 평창정보를 놓고 공방을 벌였던 유준걸(柳俊杰)씨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으며, 검찰에서 유준걸 등 관련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건강은 어떤가.

“좋다. 속은 많이 타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탄원서를 검토해 봤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억울할 것 같은데.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 법원의 양형(징역 9년)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검찰이 그렇게 기소한 이상 법원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원근 비서실장과 동방금고 직원 중 나에게 우호적인 직원들이 검찰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들었다. 이원근씨의 경우 폭행 당한 사실을 법정에서 밝혔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국정원과 검찰, 금감원 내 일부 세력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비리를 감추기 위해 나를 희생양 삼아 또 하나의 정권 비리로 만들어 낸 것이다. 언론도 이에 동조한 잘못이 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나.

“경찰청 정보과에서 검찰에 제출한 관련 서류(내사기록서 및 의견서)를 본 적이 있다. 그 내사자료에는 이경자, 유준걸, 강모씨(사채업자·사망)만 조사하면 된다고 돼 있었다. 검찰 기록에만 있을 것이다. 재판부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또 이 세 사람에 대해서는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지 않고 면죄부를 줬다. 유준걸은 아태재단 뿐 아니라 김홍업 사건, 이석희 사건, 심완구 사건 등에 다 연루됐지만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평창정보 때문에 수천명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강씨도 마찬가지다. 강씨의 돈이 금감원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금감원 간부 모씨에게 건네진 수표가 모두 강씨의 수표다. 또 동방금고 대출관련 이사회의사록 등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관련 증거의 일부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증거 제공자가 위조한 것이겠지만 검찰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나와 1200억원대의 거래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수백억원을 못 받은 상태다. 그런데도 검찰은 강씨를 조사하지 않았다. 그 돈을 국세청과 협의해서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나를 포함해 일반투자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재심청구 접수한 법원은 묵묵부답

여기에서 가족들이 작성한 탄원서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A4용지 500여장 분량에 달하는 탄원서에는 검찰이 기소한 정씨의 혐의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를 입증하는 관련 증거자료들 담겨있다.

탄원서는 ▲동방금고 불법대출의 건 ▲KDL 당좌 및 어음에 관련된 사항 ▲정현준의 동방금고 불법대출 91억원에 대한 부분 ▲평창종합건설(평창종건) 회장 유준걸씨와의 관계 ▲디지털홀딩스 관련 공시사실의 오기 ▲평창정보 주식 공개매수의 건 ▲서울금고 120억원의 건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입장 ▲추징금과 관련된 부분 등 모두 9개 항목으로 나뉘어 정리돼 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건과 관련, 정씨측은 “이경자는 동방금고에 보관 중이던 정현준 소유의 KDL주식을 비록한 여러 주식을 절취하거나, 소유주인 정현준의 허락없이 담보로 제공한 후 차주를 내세워 차명대출을 받아 이를 다시 정현준에게 고율의 이자를 받고 사채를 주는 식의 교묘한 방법으로 정현준을 속였다”며 관련자들의 검찰진술서를 첨부했다.

또 검찰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액면금 766억여원의 KDL 어음 및 수표 92매 가운데 은행 확인결과 15매는 이미 폐기했거나 반납된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게 정씨측의 주장이다. 정씨측은 이와 함께 KDL의 부도와 관련된 1383억원의 당좌와 어음을 100% 회수했다며 해당기관으로부터 받은 ‘부도사유해소확인서’를 첨부해 선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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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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