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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원 검찰진술서’ 통해 본 불법 경선자금 실태

“서랍 속에 비자금(현찰) 2억 4500만원 넣어두고 사용”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김근태 의원 검찰진술서’ 통해 본 불법 경선자금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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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회계보고 관계 등은 어떤가요.

답 : 후원회 수입이 8억2964만원이었고 지출은 총 5억9731만원이었습니다.

다음날 김 의원의 또 다른 회계책임자인 김모씨의 진술이 이어졌다. 김씨는 불법 경선자금의 모금시기, 방법, 관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김근태 의원은 “2억4000만원의 경선자금은 불법 모금한 자금”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었다. “이때 불법 자금이라는 것은 김 의원측이 외부 인사들로부터 받은 돈 중 후원금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은 돈은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검은 돈’이다. 김씨는 이를 ‘격려금’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2000년 후원금 모집한도가 6억원이었는데 한도가 차게 되자 이후에 들어온 격려금은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쇄단기로 비자금 장부 파쇄”

여기엔 권노갑씨가 준 2000만원도 포함된다. 그런데 김씨는 김근태 의원에게 영수증처리하지 않은 불법자금을 제공한 사람은 권씨뿐만 아니라 40~50명에 이른다고 구체적 숫자를 검찰에서 밝혔다. 시점은 경선 무렵에 집중됐다고 한다. 격려금 제공자들은 주로 김 의원에게 직접 주거나 김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해 돈을 줬다.



-후원금의 모금 절차는 어떤가요.

답 : 후원금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금액, 지로용지를 통한 금액, 우편환으로 송금되는 금액, 후원회사무실에서 직접 받는 후원금, 후원회 밤 행사를 통해 기부받는 돈, 김근태 의원이 직접 받는 돈 등 모든 후원금은 후원금 예금계좌로 입금 조치됩니다. 이 돈은 모두 영수증처리되어 선관위에 보고됩니다. 후원회 예금계좌는 은행별로 있는데 10여 개 정도 됩니다.

-민주당 국회의원 김근태가 2002년 3월3일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때 5억3872만원을 사용했으며 이중 2억4500만원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선거자금이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알고 있나요.

답 : 네. 선관위 신고를 누락한 2억4500만원은 최고위원 경선에 대한 격려금으로 받아 사용했습니다.

-언제부터 격려금을 받았나요.

답 : 2000년 7월 초순경부터 같은 해 8월 하순경까지 격려금을 받았습니다.

-몇 명으로부터 받았나요.

답 : 대략 40~50명으로부터 받았으며 1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입니다.

-격려금 수령 방법은 어땠나요.

답 : 후원자들이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이나 경선캠프 사무실로 찾아와서 후원금을 주면 수령했습니다.

-김 의원이 받은 돈은 어느 정도 되었나요.

답 : 10여회 정도 받아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김근태 의원은 불법 경선자금 2억4500만원의 경우 돈을 준 사람, 시점, 액수를 정리해놓은 별도의 비밀장부를 만들어 관리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씨의 진술에 의해 확인된다.

-경선캠프에서 받은 돈은 후원금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아 영수증처리 하지 않고 사용했다는데 어떤가요.

답 : 경선기간 중에 받은 2억4500만원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다른 장부를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그 장부는 임시장부였습니다.

-그러면 돈을 두고 간 사람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하였나요.

답 : 그 사람들의 이름, 날짜, 인적사항, 금액 등을 기재하였습니다. 그 장부는 2001년 2월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제가 쇄단기를 이용해 파기했습니다.

김씨는 불법자금 2억4500만원을 제공한 40~50명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불법자금의 제공자들이 김근태 의원이나 김 의원의 측근들과 만나 직접 돈을 제공했으며, 김의원측은 이들의 이름, 받은 금액을 별도의 장부에 꼼꼼히 관리해 왔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권노갑씨를 제외한 나머지 불법자금 제공자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증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반면 김근태 의원측은 권노갑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은 정확히 기억해 검찰에서 진술했다. 다음은 관련 진술내용. “경선 4~5일 전 오후경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근태 의원이 저를 불러서 들어가 보니 김 의원이 ‘권노갑 고문 한테서 받은 후원금이다’고 하면서 저에게 현금 1만원권 2뭉치 2000만원을 주었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불법자금의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돈의 대가성 여부와 구형량 판단 등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라선 김 의원측은 권씨 이외 불법자금 제공자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검찰, 김근태 불법자금 8%만 수사

그러나 검찰은 김근태 의원이 공개한 권노갑씨 이외 불법자금 제공자들의 신원은 한 사람도 더 파악하지 않은 채 김 의원의 경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후 권노갑씨만 불법자금 제공자로 기소했다. 권씨가 제공한 자금은 김 의원이 받은 불법자금 2억4500만원의 8%를 겨우 넘는 2000만원이었다. 검찰은 김 의원의 나머지 92%의 범죄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안 한 셈이다.

김 의원의 고해성사에 정상참작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찰 수사가 김 의원에 대한 봐주기로 흘렀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이 정동영 의장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권노갑씨로부터 최고위원 경선자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했으나 검찰은 정 의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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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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