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긴급기고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국회의 충분한 토론, 명확한 증거 제시, 반론권 보장이 필수

  • 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2/4
그 중 하나가 탄핵소추 절차다. 이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탄핵소추를 의결함으로써 법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는 종래 논란이 됐던 국회법상의 절차위반, 특히 국회법 제93조에 명시된 질의·토론과정의 생략이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나아가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과 관련해 탄핵소추 대상자에게 일정한 변명 내지 해명의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소추 대상자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일절 해명 내지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절차를 위반했으며 따라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탄핵사유 추가는 부적절

다른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탄핵소추가 의결됐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용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불충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탄핵사유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을 통해 과연 탄핵소추대상자가 그 공직을 계속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절차의 위반 내지 탄핵사유의 불충분성에 대해 국회의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탄핵소추권은 헌법상 국회에 부여되어 있으므로 국회가 이를 행사함에 있어 잘못된 판단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비난하기는 곤란하며,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탄핵소추가 갖는 의미와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국회가 그처럼 중대한 권한을 오·남용했을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과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정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한민국 헌법제정 이후 최초로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이기 때문에 탄핵심판에 관한 구체적 규정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를 보완할 선례도 없었기에 어려움은 더욱 컸다.

그런 가운데 탄핵사유의 추가 또는 탄핵소추의 철회와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고, 증인심문 등 탄핵심판의 절차진행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탄핵심판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둠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과연 어떤 방향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선 탄핵사유 추가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형사소송법에 대한 준용의 문제를 떠나서 헌법소송, 특히 탄핵심판의 성질에 비추어볼 때 탄핵소추 의결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를 사후에 추가하는 것은 소추대상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적법절차 위반이라는 문제가 있고, 탄핵소추 의결에 찬성한 의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탄핵소추의 철회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탄핵소추의 철회를 인정함으로써 원만하게 문제를 종결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형사소송의 경우 제1심 판결 이전에 공소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 철회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탄핵소추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견해도 있으며,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인정되는 형사소송에서의 공소취소를 탄핵심판에 그대로 준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절차에서 증인심문 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심판과정 중 탄핵사유와 관련한 증거조사 및 증인심문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범위까지 인정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이는 특히 탄핵소추만으로도 소추대상자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중대한 법적 효과가 수반되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가 탄핵소추 이전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적지 않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밖에 탄핵심판을 할 때 신속한 결정의 필요성과 관련해 집중심리를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세부 규정 명문화 필요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통해 현행 탄핵제도의 미비점이 드러났다. 차후에도 탄핵심판이 이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적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할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먼저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는 방안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현행 규정도 약한 게 아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라는, 헌법개정도 가능한 가중다수로써만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여야 합의를 통해서만 의결 가능한 정족수다. 이번에 탄핵소추가 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분당(分黨) 탓에 대통령의 국회내 지지세력이 극도로 약화된 특수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4
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목록 닫기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