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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특집 | 쇼크! 북핵 이후

北, ‘최후의 선택’과 대내·대남·대미전략

김정일 대외비 연설 “남조선 경제 장성했으나 결심만 하면 먹을 수 있다”

  • 이교관 한반도문제 평론가 leekyokwan@hanmail.net

北, ‘최후의 선택’과 대내·대남·대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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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권은 물론 자신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일련의 도발을 강행하는 속내는 무엇인가.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입수한 그의 대외비 연설 내용을 통해 그러한 의문에 접근해본다. 7월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당·정·군 간부들을 상대로 한 이 연설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의 초강경 노선이 북한 내부의 결속과 남한의 대선,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세 층위에서 검토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北, ‘최후의 선택’과 대내·대남·대미전략
“한번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병력을 나누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지방을 잃는 것이 낫다.” 이 유명한 프리드리히 대제의 아포리즘은 ‘모든 것을 얻으려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니 원하는 분야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월5일의 미사일 시험발사부터 10월9일 핵실험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취한 일련의 의사결정은 이 아포리즘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1950년 6·25 남침 이래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도발이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감행됐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및 군사제재로 정권유지 자체가 위협받을지 모르는 도발을 그 짧은 기간에 잇달아 일으킨 김 위원장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할 만한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미국 일본 한국 일각에서는 ‘김정일만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위원장은 그러한 공감대가 혹시나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제한적인 군사공격으로 이어질까 우려해 어김없이 잠행했다.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종적을 감췄던 그는 핵실험 직후에도 전혀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그의 잠행 코스가 미국의 크루즈 또는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이 어려운 산악지대나 신의주 등 중국 인접지역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호 동지(김정일)’의 동선(動線)을 아는 참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속내를 북한매체를 통해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의문은 풀 수 없는가. 다행히도 우리 정보당국은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김 위원장이 당·정·군 간부들을 상대로 한 대외비(對外秘) 연설 내용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감행으로 얻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우리 정부가 최소한 ‘절반의 정답’은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의 대외비 연설

연설 내용을 확인한 정보당국의 판단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결심하면서 가장 깊이 고려한 요인은 ‘북한 내부의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본인이 직접 내부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남북관계에 초래할 악영향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우리 민족끼리’는 당분간 중단해도 괜찮다”며 “파탄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남조선 경제가 장성했으나 언제든지 결심만 하면 남조선을 먹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가 결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서는 “감수할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정리하면 그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얻고자 한 세 가지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노린 첫 번째 목표는 북한 내부의 결속이다. 경제난과 식량난에 따른 주민 동요로 자신의 정권유지가 위협받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재의 경제난을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북한도 미국에 대항해 맞설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주민들에게 불어넣으려 한 것이다.

실제로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이 같은 논리가 북한 주민에게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주민 사이에는 ‘미국놈들과 일본놈들이 벌벌 떨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고 인민군 고위간부들도 ‘우리나라에 미사일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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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 한반도문제 평론가 leekyo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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