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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들 충분히 누리면서 무슨 ‘민주화 지원법’인가”

與野 청년 정치인이 말하는 불공정시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586들 충분히 누리면서 무슨 ‘민주화 지원법’인가”

  • [공정, 다시 시대정신이 되다③]
    ● 한국 사회 불공정은 기회의 불평등…출발선상이 다르다
    ● 흙수저는 들기나 하지…‘초미세먼지수저’들의 한숨
    ● 정규직·평생직장은 청년 20%에게 허용되는 꿈
    ● 청년들은 학자금·주거비 대출로 과(過)채무, 부동산에 민감
    ● ‘청년의 날’에 BTS 초대한 靑, 상대적 박탈감 우려
    ● ‘어느 정권보다 공정하다’ 노영민에게 이유 묻고 싶다
    ● 조국 사태, 부모 운(運)에 따라 다른 룰 적용받는 사례
    ●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정유라가 더 솔직
    ● 단편적·이념적 해결책 쓰다 청년 분노 유발한 ‘인국공 사태’
    ● 기득권 향해 ‘짱돌 던져라’던 사람들…청년들만 피 흘려
    ● 민주당 원종건 영입은 ‘청년 정치’ 최악의 사례
    ● 청년 정치는 발견 아닌 발명,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청년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공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동아’는 11월 12일 서울 충정로 스튜디오에서 조은주(34)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박성민(27) 국민의힘 청년당 창당준비위원장, 강민진(25)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주이삭(32) 서울 서대문구 의원(전 국민의당 부대변인)과 함께 ‘청년 정치인들이 말하는 불공정의 시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2시간 반에 걸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당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한국 청년들이 왜 좌절하고 분노하는지, 한국 정당들이 왜 제도권 안에서 청년문제를 보듬지 못했는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청년 정치인들의 진단은 현실적이었다. 기성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눈에 띄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 


노력에 대한 존중, 차별 없는 대우, ‘룰’ 준수

-‘청년들의 이데올로기는 공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정에 대한 욕구가 큰 것 같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이고, 그들이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강민진(이하 강)= “공정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 노력의 가치가 정당하게 존중받는다는 느낌, 사람 위에 사람 없이 누구나 같은 선상에서 대우받는다는 인식, 내가 합의한 규칙에 따라 일이 진행된다는 믿음이다. 청년들이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건 내 노력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사람 위에 사람 없다’고 배운 세대인데, 막상 사회에 나가 보니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합의하지 않은 규칙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거나 사안이 결정되는 걸 보고 ‘소외됐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것들이 청년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한다. 정치·경제적 기득권에 내가 알던 ‘룰’이 교란되는 걸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 

박성민(이하 박)= “청년들은 전 정권이나 기득권 적폐청산을 주장한 현 정권이나 기성세대가 ‘희망의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출범을 지지한 20대들도 지금은 과반이 등을 돌렸다.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데는 ‘기회의 불평등’ 탓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사회에서 출발선상이 다른 불평등 말이다.” 

조은주(이하 조)= “‘생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경쟁의 틀에 들어가는 순간 공정이라는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룰이다. 그런데 누적된 반칙과 특혜가 불거지면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딸 정유라 문제나 ‘조국 사태’를 봐도 청년들은 ‘최소한의 룰’과 ‘실제의 룰’ 간 격차가 크다는 걸 알게 된다. 반칙의 위력도 대단하다는 걸 배운다. 또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때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네가 더 잘못했다’며 남 탓을 한다. 실제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더욱 분노한다. 최근 만난 한 20대 청년은 ‘수저 계급론’을 말하면서 ‘평범한 청년들은 흙수저가 아니라 초미세먼지수저’라고 말하더라.” 



-초미세먼지수저? 

조= “흙수저는 수저를 들기라도 하지만 초미세먼지수저는 형체도 없다는 푸념이었다. 그 정도로 서열화된 사회적 격차를 당연시하고, 거기에 줄을 세우려는 사회문화 때문에 불공정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청년 세대라고 해서 특별하게 공정 문제를 ‘감각’하는 게 아니다. 청년들이 말하고 싶은 건 ‘공정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이다. 여야 가릴 거 없이 기성 정치인들은 남 탓하면서 이 문제는 회피한다.” 

주이삭(이하 주)= “공정이라는 가치는 매순간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우리 사회는 공정을 기준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보해 나간다. 국민들은 기존 정권의 잘못된 기준을 바꾸라고 정권교체를 하지만 사회 지도층 인사들 문제로 공정의 기준은 더 무너졌다. 최근에 유독 공정 이슈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신들만의 특혜가 정당하다고 여기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시대에서나 인류는 공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기에 사회는 진보해 갔다. 국민은 선거 때마다 공정함을 매번 요구하며 투표해 온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정권에 의해 공정의 기준이 무너지니 분노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응답자의 54.0%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9.5%, ‘보통’은 36.5%였다(9월 1~12일 전국 14~19세 2000명 대상).

“죄송합니다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거든요”

-앞서 언급했지만,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조국 사태’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등 정치권 인사들의 불공정 관련 논란이 청년들의 ‘공정 심리’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정의와 공정에 민감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 삶에 영향 미치는 공인이고, 사회자가 말한 예들은 공인들이 특권과 특혜로 문제를 일으킨 잘못된 일이다.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다. 설령 정치 공세가 들어온다고 해도 잘못된 부분만은 시인하고 갔어야 했는데, 시기와 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이 정도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냐’ ‘다들 그렇게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하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 같다. 그러니 국민 감정이 많이 돌아섰고, 피로가 누적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기득권 정치인들에게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특권이 일반 국민에게는 전혀 일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 ‘죄송합니다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거든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삶을 ‘감각’하는 센서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강= “청년들은 부모가 자신의 지위와 경제력을 활용해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에 대해 분노한다. 누구를 부모로 만났느냐는, 철저히 운(運)에 따라 나와 그 친구가 다른 룰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뿐 아니라 조국, 추미애, 나경원 등 여야 기득권 정치인들에게서 나타난 모습이다. 이들은 변명처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적 문제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변명이 적절하지 않은데도 반복되는 건 유감이다. 정치인의 삶을 살겠다는 것은 공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고, 국민도 그걸 기대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적 이익을 중시하는 이중적 삶을 산 데 대한 실망감도 크다. 최근 이슈가 된 나경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 아들 관련 사건도 그렇다. 아들이 고교생 때 서울대 실험실을 이용하고 대학원생이 아들 포스터 작성을 도와 학술대회에서도 아들 대신 발표를 한 건 법적 문제보다는 평범한 집안 자녀에선 꿈도 못 꿀 일이기 때문이다.” 

주= “국민이 정치인 믿었다가 바보가 됐다. 시대는 끊임없이 공정을 요구하는데, 전 정권은 국정농단사건으로 공정을 무너뜨렸고, 국민은 공정을 바로 세울 정치세력에게 다음 정권을 줬다. 하지만 새 정권은 자신들의 불공정을 정당화한다. 그 대표주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마치 공정을 바로 세울 것처럼 말했지만 말과 행동이 달랐다. 자신들이 주장하던 공정이 자신들로 인해 무너져가도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라는 식으로 말하니 우리 사회의 옳고 그름의 가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하나.” 

박= “그러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지지율 1위에 오르는 상황이 됐다. 청년으로서 볼 때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배고픈 거지가 빵을 훔치면 징역형을 살고, 정치인은 수천만 원을 훔쳐도 불체포 특권으로 ‘감방’에 안 간다.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문제처럼 우리 사회에서 특권층으로 들어가는 연결고리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일반인은 알 수도 없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나 현 정부에서 핵심 인사인 조국 전 장관, 장하성 주중대사 등은 교수 시절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를 향해 분연히 일어설 것을 강조했는데. 

주=
“이제 국민은 현 정부 인사들이 그간 해온 행동과 발언은 한낱 정치 선동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정유라의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 차라리 지금 정권보다야 솔직하게 느껴졌다. 최악보다 더한 ‘최최악’이 있음을 알게 된 셈이다.” 

조= “각자가 생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계속 ‘청년 권리를 얘기하라’ ‘짱돌을 던져라’ ‘너희들은 왜 보수화됐냐’ 하는 이런 말은 맞지 않다. 견고한 기득권을 향해 짱돌 들어 던져도 청년들만 피 흘릴 수밖에. 따라서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했던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개혁을 주문하는 건 폭력이다. 오히려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곳으로 다양한 청년이 들어가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정당과 국회가 국민 감정과 삶을 감각하는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청년이 많이 진입해야 한다.”

“소수에게만 안정된 삶 허용되는 엄혹한 현실”

-대졸 미취업자가 166만 명(5월 기준)으로 역대 최다, ‘취준생’ 비중은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80만4000명)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청년들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공정에 더 민감해졌다는 진단도 있다. 이른바 가재·붕어·개구리가 용이 되기 위한 ‘희망의 사다리’도 끊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 “이전부터 청년 일자리 문제는 있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30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그러니 아버지 세대는 정규직으로 평생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게 평범한 꿈이지만, 평범한 20대에게는 상위 20%에만 허용되는 특별한 꿈이다. 또래만 봐도 정규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플랫폼 노동자(배달업체 라이더처럼 디지털 플랫폼 중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1건당 일정 보수를 받는 노동자)로 사는 게 현실이다. 우리 세대에게 인간이 추구하는 안정된 미래나 삶은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엄혹한 현실이다.” 

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한 교수님이 ‘너희들이 지금은 중국을 무시하지만, 곧 너희들이 중국에 가서 짜장면 팔고 중국 김치를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실력을 키우든 무엇이든 모아둬라’고 하시더라. 실제 1998년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를 목도했다. 상당수는 일을 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고용시장은 닫히다 보니 공무원 시험으로 몰린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공무원으로 가는 구멍이 너무 작다. ‘인국공 사태’(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2143명을 청원경찰 신분 등 정규직으로 직고용한다고 밝히면서 생긴 논란)에 대해서도 청년들 평가가 다 다르다.”


청년 세대 ‘감각’ 시작한 ‘인국공 사태’

-말이 나온 김에 지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주=
“인국공 사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해결하려다 더 문제가 됐다. 정규직에 비해 민간 비정규직 임금이 낮다고 단순 전환시키는 방식은 산업구조 등 현실에 대한 분석 없이 진행한 것이다. 단순히 이념적으로 해결하려던 나이브한 정책이었다. 그런데도 정부 인사들이 뉴스에 나와서 ‘우린 잘했어’라고 만족하니 청년들은 ‘이건 아닌데’라고 말하는 거다. 민간 경제를 키우면서 노동자들이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비록 어렵더라도 말이다.” 

박= “(정규직,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의 문제도 크다고 느꼈다. 사실, 명절 때 친척들 만나면 ‘어디 취업했느냐’ ‘언제 결혼하느냐’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런데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일동 웃음). 예전에는 누구든 집을 가질 수 있었고 취업도 비교적 쉬웠다. 운 좋게 정규직에 취업한 사람도 굉장히 많았을 거고, 쉽게 공무원이 된 사람도 있을 건데 기성세대는 다들 열심히 노력해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노력해라’고 한다(웃음). 기성세대의 인식은 정규직 대기업 못 들어가거나 서울에 못 살면 못난 놈이 된다.” 

조= “기성 정치 세대는 불편하겠지만 인국공 사태로 청년 세대의 마음을 ‘감각’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예전에는 ‘애들이 얼마나 알겠어’라면서 적당히 넘어갔는데, 이제는 이런 식의 접근이 통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민주당도 예전에는 청년들의 불만에 대해서 ‘왜 그런 말을 꺼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자’며 대화의 장을 만들고 있다. 청년 세대로서 당이 더 각성할 수 있도록 계속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86과 ‘대깨문’ ‘극우 일베’

-현 정권과 21대 국회의 중심 세력이 된 586그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이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교육·취업·의료지원, 양육 등을 지원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자 586그룹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법률을 이용해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제도화하겠다는 운동권 특권층의 시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
“586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586그룹은 대학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런데 얼마 전 단국대 천안캠퍼스 대자보 사건(지난해 11월 대학생 A씨가 대학 건물 벽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50만 원)을 받은 사건)에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1980년대 대자보를 붙이고 표현의 자유를 외친 586세대가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 중심 세력이 됐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침묵했다. 표현의 자유도 ‘내로남불식’으로 적용된다. 586세대는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과거를 우상화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 민주유공자 관련법 또한 ‘우리는 신성하게 자유를 외쳤으니 이제 특혜를 달라’는 거 아닌가. 586들이 날이 서 있고, 여야가 매일 싸우다 보니 대학생들끼리도 ‘극우 일베’ ‘대깨문’이라고 프레임을 씌우기 일쑤다. 대학에서 정치 토론을 못 할 정도다.” 

주= “586세대가 민주화 운동하면서 부당하게 당한 건 있겠지만 우리 세대와 비교하면 충분히 누렸다고 본다. 국민들이 청원한 것도 아니고, 586 스스로 법을 만들면서 같은 그룹 자녀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데에는 누가 공감하겠나.” 

강= “민주화운동으로 집단 승리를 이끌어낸 걸 발판으로 많은 과정을 밟아온 분들의 마지막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문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단체장들의) 성폭력 문제, 여러 정치인 자녀들의 특혜 문제를 보고 있으면, 극단적 표현이지만 ‘586은 도덕적으로 파산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들의 윤리와 지금 우리가 바라는 윤리 간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수많은 동지와 힘을 합쳐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이뤄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부당한 것이 많아도 뿔뿔이 흩어져 있어 모일 수도 없다. 당시처럼 청년들을 하나로 뭉쳐줄 교본이나 사상도 없다. 우리 스스로 그러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조= “국민을 대변하라고 준 (입법) 권력을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데 이용하는 것처럼 비친다. 이번 논란에서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점 또한 공정이다. 유공자에 대한 권리 회복 차원의 지원은 동의하지만, 그의 가족과 자녀에게도 교육과 취업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극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정 수준의 보상과 지원이 어디까지인지 짚었다면 법안은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586세대 전체를 기득권화됐다고 비판하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체크해 봐야 한다.”

피해호소인, 성폭력도 내 편이면 감싸는 모습

-최근 잇따른 광역단체장들의 성추문 의혹과 여당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출직들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에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주=
“청년들은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위력에 의한’ 시도 자체에 분노를 느낀다. 위력을 다른 말로 하면 ‘갑질’ ‘꼰대’ 아닌가. 윗세대들과 달리 우리 세대는 성폭력 등 위력에 의한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확실히 인식한다. 가해자가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았거나 우리 편이었다 하더라도 비판은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강= “그렇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듯이, 성폭력 문제가 더는 은폐돼서도 안 되고 피해자가 숨을 일도 아니라는 게 우리 또래 여성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박= “현 정권은 그동안 페미니스트와 여성 인권에 대해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런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이 불거지자 여당 대표(당시 이해찬 대표)와 의원들은 그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며 2차 가해를 했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은 침묵하거나 마지못해 성명을 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 편만 보호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선택적 페미니스트’란 생각도 들었다. 여당이 마치 잘못이 없는 것처럼 내 편을 감싸는 모습에 청년들이 분노한 거 같다.” 

주= “여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었다. 자기 편 보호를 위해 새로운 개념을 자꾸 양산한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더 나은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 정치인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교육 현장이나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축소판이어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인이 올곧은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의 정의와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특권의식 속에서 저지르는 비위와 폭력이라는 점에서 분노하고 있다.” 

-30대 은행 가계대출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2030세대도 부동산 구입에 적극적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30대가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라고 발언했다가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청년들에게 상처 주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주= “‘영끌’하면서 집이라도 구한 분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다수 청년은 영혼을 끌어모으지 못한다. 청년들에게는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시대가 언제 올지도 공정의 이슈다. 다른 정권에서는 열심히 돈을 모아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집 살 생각 자체를 못하게 되면서 더욱 화가 난다. ‘규제 규제’ 하면서 집값만 올려놓았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중 현상을 분산하면서 부동산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조= “청년들에게 부동산 이슈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2030 청년 대부분은 대학 학자금 대출부터 시작해 생활비·주거비 대출로 과(過)채무 상태다. 더욱이 저금리 시대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속에서 월급만으로 집을 사는 건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전월세 임차 비율이 높은 청년들에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부담은 더욱 크게 작용한다.” 

강=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안 사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니 ‘영끌’에 나서는 거다. 정부는 국민 탓할 게 아니다. ‘영끌’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으니 국민들이 행동할 수밖에. 나는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은 공공재이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재인데, 투기나 불로소득으로 특정인들에게 몰리면 사회정의가 무너진다.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한다.”


“文정부는 공정?…정치적 수사, 말의 성찬(盛饌)”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라며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 언급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11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정하다”고 했다. 동의하는가. 

주=
“노 실장이 말하는 공정의 사례가 뭔지 들어보고 싶다. 정치적 수사이자 말의 성찬(盛饌)일 뿐이다. 말로는 공정하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준 게 뭔가.” 

박= “현 정권은 모든 판단을 국민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자화자찬한다. 현 정권이 공정하면 20대가 이렇게 등을 돌렸겠나. 문 대통령 스스로 공정을 37번 강조한 것도 그만큼 공정하지 않았다는 역설 아닌가. 그리고 ‘청년의 날’ 행사에 세계적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을 초청한 것도 논란이 됐다. BTS의 노력은 국위선양의 좋은 사례이지만 정부의 ‘이벤트식’ 초청은 공정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단순히 BTS의 좋은 이미지를 이용하려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대한민국 모든 청년은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정부의 행사를 보고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청년의 날’ 행사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청년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행사로 만들었어야 했다.” 

강= “공감한다. 부당한 일을 겪은 청년들이나 ‘알바’ 대학생. 국회 앞에서 농성하는 대학원생 노조 등 사회의 불공정, 부정의 때문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초대하거나 대통령이 그런 현장을 찾는 게 낫다.” 

조=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우리 사회의 훼손된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더 노력했지만 국민이 느끼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연일 터지는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부정청탁 및 특혜 의혹 등으로 국민께 깊은 실망감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촛불로 탄생한 정부여서 국민들은 더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민감한 청년·젠더 이슈가 정당 의사결정 과정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정당 운영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강= “특정인을 지적해서 미안하지만, 민주당이 21대 총선 인재 2호로 영입한 원종건 씨는 정당이 청년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 최악의 사례였다. 기성세대 입맛이나 눈높이에 맞춰 ‘청년 상징’에 적합한 사람을 ‘픽’해서 영입했다. 그러니 인물 검증이 안 됐고, 결국 성폭력 사건으로 낙마했다(원씨는 2005년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서 시각장애 어머니와 출연해 어머니가 각막을 기증받아 시력을 되찾는 과정이 방영됐다. 원씨의 영입 소식에 전 여자 친구는 과거 원씨의 ‘데이트 폭력’ 사실을 폭로했고, 원씨는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했다). 청년 정치인은 발견하는 게 아니라 발명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괜찮은 청년을 발견해 어느 자리에 앉히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정치가 뭔지 스스로 발명해야 한다. 각 정당도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기획·실행하고, 시민들로부터 평가받는 공간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2월 창당을 목표로 ‘청년 정의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년들이 정치에 나서야 하는 이유

박= “국민의힘에는 법조인 출신 의원이 많고 20대 청년 국회의원은 전무하다. 21대 총선에서 50% 청년 가산점을 준다고 했지만 청년 정치인들은 현직 의원들과 여론조사에서 밀려 경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니 청년 이슈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청년 세대는 6·25 세대도, 분단 세대도 아니고, 이념과 진영을 정답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계각층의 청년들이 토론을 통해 대한민국 청사진을 만들고,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주= “청년이 제도권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정당들이 노력해야 하지만, 정치를 하려는 청년들도 눈앞의 자리에 현혹돼 타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청년들은 서로 동지들이라고 생각하고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협심하면 좋겠다.” 

조= “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대표가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에 대학생인 박성민(24) 청년대변인을 임명했고 내년 4·7 재보궐 선거기획단에도 청년과 여성이 50% 이상 들어갔다. 이런 구조를 확대해 나가면 청년과 젠더 이슈가 주요한 사안으로 다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좌담회처럼 당을 초월해 청년 정치인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가치를 구현해갔으면 좋겠다.” 

강= “청년 정치인이 적으면 몇몇 소수 청년이 청년의 상징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청년을 대변하려면 많은 청년이 정당이나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정당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했으면 좋겠다. 선거권은 선거 시기에 정당들이 선별한 선택지를 고르는 권리라면 정당 참여는 선택지를 일상적으로 만드는 훨씬 적극적인 정치 참여 방법이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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