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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1년

박기영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단독 인터뷰

“연구실 밖 ‘섞어심기’ 없었다면 줄기세포는 만들었다”

  • 김승훈 동아닷컴 기획취재팀 기자 huni@donga.com

박기영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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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자연과학 연결고리 되려 했다”

▼ 박 교수께선 황 박사 연구팀에서 어떤 일을 맡았습니까.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시민사회와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어요. 시민사회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 어떤 우려를 표명하는지 과학계에 알려주고, 과학자는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하면서 연구해야 하는지 자문에 응했죠. 실험실에서, 그리고 생명공학을 연구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 박 교수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데도 황 박사의 요청만으로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자연과학은 자연과학만의 발전으로는 안 된다, 인문사회과학과 조율해야 한다는 걸 늘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연결고리 노릇을 하고 싶었어요. 당시 생명공학계의 상징이던 황 교수님의 연구를 ‘모델’로 양쪽의 매개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 박 교수의 의견이 황 박사에게 제대로 전달됐다고 봅니까.

“시민사회가 어떤 요구를 하고, 황 교수님의 연구를 시민사회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달했다고 봐요. 저는 황 교수님이 생명윤리 부분에 있어 규율을 철저하게 따르면서 연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자문에만 응했나요.

“광우병 내성(耐性)소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황 교수 연구팀과 정기적으로 만났어요. 2004년 1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생명윤리의 세계적 흐름 등에 대해 조사해줬습니다.”

▼ 그러나 상황은 박 교수의 조언과는 정반대로 진행됐습니다. 우선 배아줄기세포 오염 얘기부터 해보죠. 박 교수께서 청와대보좌관 시절인 2005년 1월, 황 박사로부터 배아줄기세포 6개가 곰팡이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지요?

“황 교수님께서 구두로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사실만 제게 알려줬어요. 보고의 형식은 아니었고, 저와의 친분 때문에 알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하지 않습니까.

“실험실에서 오염 사고는 간간이 일어납니다. 줄기세포를 다시 만드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황 교수님께 ‘살릴 수 있는 한 살려보십시오’라고 말씀드렸어요.”

▼ 황 박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 그 말을 믿었습니까.

“황 교수님께 ‘저의 실험 경험으로 봐서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 MBC ‘PD수첩’의 취재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때 박 교수께선 노무현 대통령에게 “취재태도가 위압적이고 취재과정에 협박까지 있었다”고 보고했는데요.

“당시 황 교수님을 둘러싼 내용 전반을 대통령께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김선종 연구원이 병원에 입원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그 원인이 취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서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청와대 고위층이 사태 봉합?

▼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글쎄…. 참 말하기 어렵네요. 전반적인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황 교수님이 법적인 판단을 받고 있는 중이잖아요. 이런 게 다 끝난 뒤라야 저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이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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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동아닷컴 기획취재팀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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