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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 4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권력=돈’? 한국 기업인 중 진정한 시장주의자 드물다”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hunghokim@hotmail.com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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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한국경제연구원 초대 CEO를 지내셨죠? 당시만 해도 관치경제 성격이 강해 기업조차 자유기업주의가 낯설 때라, 민간기업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창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진현 한국경제연구원은 198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연구소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정주영씨가 만든 셈이지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전경련 부회장 중 한 분이던 송인상씨가 맡았고, 저는 1982년부터 부원장이 됐습니다. 부원장이라고는 하지만 대표이사 부원장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영책임이 제게 있었지요.

당시 금융조세 연구와 더불어 민간기업주의 전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민간기업주의, 즉 시장경제원리 전파 사업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교과서에 ‘기업은 국민에게 이윤을 환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씌어 있을 때니까요. 관치경제에 익숙하다 보니 기업인들도 정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올바른 사업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민간기업주의를 가장 앞서서 얘기한 사람이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마이클 노박이더군요. 가톨릭 신자이면서 종교철학자인데, 민간기업주의와 자유주의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얼굴 한번 안 본 사이인데도 한국에 초청하니 흔쾌히 응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민주자본주의와 한국의 발전’이라는 책이 나오게 됐죠. 마이클 노박에게 한국은 아시아 첫 방문국이었습니다.

이승만 정권 재평가



김정호 박정희식 관치경제 모델, 즉 기업 활동에 공무원들이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에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냈던 데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겠죠?

김진현 제가 민간기업주의와 자유주의를 소개한다고 하자 전경련에서는 반대했습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던 ‘민간기업주의 시리즈’에 대해서도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았어요. 그런 사정을 당시 대통령비서실에 있던 김재익 수석에게 얘기했더니 한국은행을 통해 민간기업주의 시리즈를 낼 수 있게 도와줬어요. 김재익 수석은 부가가치세 도입을 주장할 정도로 경제개혁에 대한 신념이 강했어요. 시장의 힘을 믿는 진정한 시장주의자였습니다. 이념의 외연과 내연이 확실히 정리되고, 실천하는 자유주의자였죠. 시장과 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에 있어 김재익 박사만한 신봉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제2차 오일쇼크까지 겹친 격동기에도 그는 양보 없이 재정 억제, 금리 인상, 환율 현실화를 실행하고자 한 시장주의자였습니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시장의 힘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수입자유화, 해외여행 자유화는 전적으로 김재익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김정호 김 이사장께서 체계적인 자유주의 철학을 정립한 지 30여 년이 되어갑니다. 그 세월 내내 자유주의 철학이 옳다고 생각하셨는지요. 한국의 발전이 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확신하십니까.

김진현 미시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잘되기도 하고 또 그렇지 못한 시절도 있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대단한 발전을 이룬 게 분명합니다. 1945년 이후 식민지시대를 벗어난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화 기준을 완벽하게 성취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을 완수한 셈이죠. 저는 이것이 1945년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인(韓人)의 높은 적응력과 잠재력이 자유를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겁니다.

김정호 요즈음 민주화 이전 정권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입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이 한국 경제발전에 끼친 긍정적 기여를 밝혀내는 여러 성과가 있었습니다. 반면 이승만 정권에 대한 관심은 덜한 것 같습니다. 무능한 독재정권이라는 평이 여전한 듯합니다. 김 이사장 말씀대로라면 이 땅에 자유가 자리 잡는 데 이승만 정권이 크게 기여한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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