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정확도 낮은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지금 유용한 까닭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2-08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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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당국,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도입 결정

    •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 26%, 진단검사 양성율 4%

    • 연일 환자 수 600명 안팎, PCR로 대응하기 역부족

    • 신속항원 검사로 ‘스크리닝’ 후 PCR로 ‘확진’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의 26%에 달한다. 검사자 중 확진자 비율도 10∼11월 1%대에서 이달 4%대로 네 배나 늘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이 12월 8일 중대본 회의에서 한 말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12월 시작된 코로나19 악몽

    12월 8일 울산 남구 한 중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이 학교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12월 8일 울산 남구 한 중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이 학교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연일 600명 안팎씩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지역사회 발생이다. 더 심각한 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진단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비율을 뜻하는 확진율(양성률)이 치솟은 것도 나쁜 지표다.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으로 불리던 한국에 ‘겨울 악몽’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 흐름을 꺾기 위해 7일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었다. ‘신속 항원검사’ 도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진단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이상 소요되는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검사법을 사용했다. 신속항원검사는 약 15분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감염 확산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11월 이후 국내 코로나19가 상황이 악화하자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져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 항원검사 활용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방역당국은 7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요양병원, 응급실 등에서부터 시작해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방향 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더는 기존 방식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수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K-방역 ‘3T’ 시스템 한계 봉착

    방역당국이 12월 8일 0시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밤 9시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방역당국이 12월 8일 0시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밤 9시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그동안 K-방역의 핵심 키워드는 3T였다. 각각 △정확한 진단검사(Test) △철저한 감염자 추적(Tracing) △완벽한 격리 치료(Treatment)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 삼각편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급증하면서 “머잖아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역량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방역당국이 한국의 자랑이던 ‘정확한 진단검사’를 일부 양보하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들인 배경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유럽이나 미국처럼 굉장히 광범위하게 확산해 PCR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게 되면, 한계가 있더라도 (신속진단검사를) 활용해야 하는 그런 시기가 오면, 그때는 이걸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검토해보겠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월 17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정 본부장은 이때 “왜 우리나라는 신속진단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 “현재로서는 PCR 진단법으로 대응해도 충분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반 만에, 한국은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정 본부장이 한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PCR는 코로나19 유전자를 증폭해 검사하는 방식이라 검체에 바이러스가 소량만 있어도 감염 초기부터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신속진단검사는 몸 안에 바이러스 양이 많을 때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다. 민감도가 PCR에 비해 상당히 낮다. 진단키트 제조사가 밝히는 민감도가 90%라고 해도, 100명을 검사하면 확진자 10%를 놓친다는 의미가 된다. 그들로 인한 추가적인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수 없게 된다. 확진자로서는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속진단검사가 편하고 빠른 건 잘 알지만, 진단검사법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집단발생지에서 1차진단 가능

    정은경 본부장이 설명한 신속진단검사의 장점과 한계는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개발돼 있는 코로나19 신속진단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항원, 다른 하나는 항체를 탐지한다(표 참조). 

    항원검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려면 체내에 코로나19 병원체가 충분히 활성화돼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양이 많아야 검사 정확도가 높아진다. 코로나19 감염 초기엔 ‘양성’ 환자도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항체검사는 진단검사에 사용하기에 더 부적절하다. 사람 혈액에 코로나19 병원체와 맞서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방식이라,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발현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정확도가 높지 않다. 코로나19에서 완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전파 규모 등을 확인하려는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방역당국이 이번에 신속항원 검사만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정확도를 판별하는 기준은 민감도와 특이도 두 가지다. 이때 민감도는 양성 검체를 양성으로 확진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환자 10명의 검체를 검사한 결과 전원 확진 판정이 나오면 민감도 100%다. 특이도는 음성 검체를 음성으로 확인하는 비율이다. 일반인 10명 검체를 검사해 전원 ‘음성’ 판정을 하면 특이도 100%다. 

    PCR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적어도 95% 이상이며, 한국처럼 진단검사 장비 및 인력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보통 98~99%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항원‧항체검사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초기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 및 정확도가 50~70% 수준이라고 밝혔다. 단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해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 허가를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 항원진단키트의 경우 민감도 90%, 특이도 96%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을 발견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PCR에 비하면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환자를 선제적으로 빨리 찾아내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요양병원처럼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하는 지역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고, 양성 판정이 나온 환자를 대상으로 PCR를 실시하면 코로나19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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