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

경제특구, 창조경제 생태계… 대한민국 ‘경제 심장’ 향한 大長征

大役事 밑그림 ‘새만금 기본계획(MP)’

  • 김준호 | 전북일보 기자 k333kho@empas.com

    입력2016-09-21 14: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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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국토 확장사업’이다. 세계 최장 방조제(33.9km)를 축조하면서 새롭게 생긴 국토만 409㎢(매립 291㎢, 담수호 118㎢). 서울시의 3분의 2,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 방대한 땅을 어떤 비전으로, 어떻게 개발할지는 새만금사업의 오랜 과제였다.

    당초 새만금사업은 식량 자급을 위한 농지 조성사업으로 시작됐다. 1991년 착공 당시 새만금개발계획은 ‘농업식량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농·수산업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내 쌀 과잉 생산(2000년 102.9%, 2005년 101.7%)과 세계 식량 환경 변화, 이웃 중국의 급부상 등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뀌면서 새로운 토지이용계획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토지이용계획 변경 논의는 쉽사리 공론화하지 못했다. 자칫 어렵사리 추진되는 새만금사업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업 초기만 해도 토지이용계획 변경 논의 자체는 금기시됐다. 실제 전북도는 1997년 내부개발 용역을 통해 산업단지 비율을 53%까지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가 환경단체의 반발과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는 등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03년 2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새만금 신구상’을 언급하면서 바뀌었다.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전북을 방문한 노 대통령은 “새만금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휴경보상을 하고 있는 만큼 농지 개발이라는 기본계획은 더 이상 타당성이 없다. 앞으로 새만금지역을 어떻게 활용할지 미래의 지역 발전 전략에 맞춰 새로운 구상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토지이용계획 변경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농업생산기지→동북아 경제 중심→글로벌 자유무역 중심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백지 상태에서 다양한 내부 개발 구상이 쏟아졌다. 2007년 4월 정부는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기본구상안은 토지이용계획 변경 논의가 시작된 이후 나온 첫 밑그림이었다. 전체 개발 면적 가운데 농업용지 비율이 71.6%로 줄고, 산업 및 관광용지 등 비농업용지가 28.4%로 늘어나는 등 농지 비율을 조정했다.

    기본구상안은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그레이드됐다. 정부는 그해 10월 농지와 기타용지 비율을 30%대 70%로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한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 변경(안)’을 마련했다. 기본구상 변경(안)에서 사업 목적이 ‘다기능 융복합 기지 조성’으로 수정되면서 새만금사업의 개발 방향은 농지 조성에서 산업·관광·신재생에너지 등의 복합용도 조성으로 확 바뀌었다.

    계획은 2010년 법제화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정부는 그해 1월 28일 기본구상 변경(안)을 구체화한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 계획은 새만금 특별법에 근거한 최초의 법정계획으로, 새만금에 대한 국내외 투자 유치를 고려해 명품성을 부각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공간 구상 요소가 대폭 보완됐다.

    종합실천계획에서는 기반시설 계획 및 수질 목표와 함께 새만금사업 조기 가시화를 위한 5대 선도사업이 제시됐고, 국내외 접근성 확보를 위해 신항만(3~4선석) 건설, 내부간선도로(3×4) 체계 구축, 새만금 단선철도 구축 등 개략적인 교통계획이 마련됐다. 또 내부 토지가 전략적으로 8대 용지로 지정됐고, 이를 위해 7개 기관이 용지별 개발 주체로 선정돼 단계적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새만금 미래 그림의 윤곽은 한층 뚜렷해졌다. 당시 8대 용지는 △산업용지 △농업용지 △도시용지 △국제업무용지 △과학·연구용지 △신재생에너지 용지 △생태·환경용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3월에는 종합실천계획의 미비점을 보완·발전시킨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이 나왔다. 이 계획은 새만금사업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개발사업의 미래 지표 및 개발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계획’이었다. 광역기반시설 설치 계획과 용지별 개발 계획 등 하위 계획 수립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 계획’이기도 했다. 또 새만금사업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용지 조성, 수질 관리 대책, 매립토 확보 대책 등에 대한 추진 일정과 소요 재원을 제시하는 ‘실행 계획’으로, 그동안 조금씩 갖춰졌던 새만금 내부개발계획의 골격은 사실상 완성됐다.



    ‘창조경제 생태계’ 갖춘 최종 청사진

    그러나 종합개발계획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엔 2% 부족했다. 국내외 도시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합개발계획도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결국 2014년 9월 종합개발계획이 수정·보완된 ‘새만금 기본계획(MP)’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나온 새만금의 ‘최종 청사진’이자 새만금사업의 비전과 목표, 개발전략 등 미래 상이 담겼다.

    새만금의 비전은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Ariul·아리울: 새만금의 글로벌 이름)’으로, 경제적·문화적으로 세계에 열린 ‘개방형 협력도시’이자 세계적 수준의 정주 여건을 갖춘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설정됐다. 국내 다른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아닌, 중국 등 해외 신규 투자 수요를 적극 끌어들여 새로운 투자와 고용을 창출해내는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과 관광·레저, 농업, 서비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용지로 개발되는 만큼, 산업 간 장점이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창조경제 생태계로 조성하는 것도 또 다른 새만금의 미래상이다.

    결국 ‘농업식량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이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동북아 경제 중심지’에서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 같은 새만금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초국적(超國的) 경제협력특구 조성 △글로벌 정주·교류 거점도시 △활력 있는 녹색수변도시 △수요자 맞춤형 계획도시 △탈규제·인센티브 특화도시 등 5대 목표가 제시됐다.

    초국적 경제협력특구는 2014년 7월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새만금이 의제로 포함된 게 계기가 됐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한류 확산, 광활한 부지 등의 강점을 활용해 새만금을 동북아 자유무역과 중간재 생산·가공·수출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한중경제협력단지를 가시화해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 후, 한-EU, 한-일 등으로 경협특구 모델을 확산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만금은 투자와 기업 활동에 장벽이 없고, 생활에 장애가 없으며, 사회·문화적 차별이 없는 자유로운 무역·투자 거점 등 ‘3무(無) 지역’으로 조성키로 했다. 또한 업종 중심의 8대 용지 체계는 △산업·연구용지  △국제협력용지  △관광·레저용지 △농·생명용지 △배후도시용지 △환경·생태용지 등 6대 용지로 바뀌었다.



    국제학교, 헬스케어타운 갖춘 해양 활력 도시

    이와 함께 새만금을 국내 최고 수준의 ‘탈규제·인센티브 특화도시’로 조성하는 한편, 기업이 창의적으로 도시 건설을 주도할 수 있도록 주거·상업 용지 총량과 비율(범위)만 제시하고, 용도별 위치·면적 등의 제한을 최소화해 수요자 맞춤형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열린 계획(open plan)’ 기법이 도입됐다.

    국가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 및 국제학교를 유치하고, 경협 국가의 수준 높은 의료, 건강, 미용 서비스를 집적한 ‘복합 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해 글로벌 경협도시로서 손색없는 교육·복지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새만금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호소(118㎢)와 대(對)중국으로 열려 있는 외해(外海), 광활한 산업용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인 점을 활용하고, 해양 활력 도시로 조성할 예정이다.

    새만금사업은 2020년까지 1단계, 2021년 이후의 2단계로 나뉘어 개발이 추진된다. 1단계는 경협특구 조성을 통해 산업용지, 신항만 및 기반시설 등을 선도적으로 조성해 민간 참여의 발판을 마련하고, 2단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연쇄적 투자 참여로 내부 개발을 활성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1971년 ‘옥서 개발계획’으로 시작 예산부족·환경오염 논란 속 중단, 재개

    새만금 사업의 시작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량증산이 주요 정책목표였던 정부는 간척과 야산 개발 등을 통한 새로운 농경지 확보를 위해 전북 군산과 김제를 포함한 서남해안 일대를 주목했다. 그 가운데 농림수산부는 1971년 금강과 전북의 만경·동진강 하구의 갯벌을 개발해 새로운 농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옥서지구(전북 옥구·충남 서천) 농업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지만 옥서지구가 금강·논산지구 등으로 분리돼 개별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새만금 지역은 2단계 사업에 포함돼 있어, 옥서지구 개발계획은 새만금의 기원으로 꼽힌다.

    이후 농림수산부는 1987년 5월 그간 조사를 바탕으로 ‘서해안 간척농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농림수산부가 앞서 1년 전 김제지구 간척사업에 김제·부안·옥구지구를 통합한 ‘부안지구 복지농어도(農漁道) 종합개발사업’ 계획을 토대로 마련한 것으로, 새만금사업은 이 때 태동했다. 계획은 곧 ‘새만금’으로 불리면서 ‘새만금(萬金)’이란 명칭이 정부의 공식문서에 등장했다. 그러나 관계기관 검토회의 결과, 새만금 지구는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보류됐다. 특히 당시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 반대가 심했다.  

    무산 위기에 처했던 새만금사업은 그해 12월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 공약 마련에 고심하던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농림수산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기사회생했다. 새만금사업을 전북지역 선거공약으로 채택한 것. 노 후보는 곧바로 그해 12월 전북 군산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새만금 사업을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발표했다. ‘새만금 사업이 정치적 이유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10년 논쟁·갈등 마무리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새만금사업은 ‘대통령 공약 코드 넘버 20-07-29’로 관리됐고, 1989년 11월 정부의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표류하던 중 1991년 7월 200억 원 추경예산을 확보하면서 또 다시 한 고비를 넘겼다. 당시 김대중 신민당 총재가 영수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건의한 게 받아들여 진 것. 결국 새만금사업은 1991년 11월 28일 전북 부안 변산면 대항리 사업 현장에서 기공식을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

    착공 이후 순항하던 새만금사업은 환경담론이 본격화된 1996년 중대 위기를 맞았다. 그해 6월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해 담수호 계획이 포기된 게 결정적이었다. 환경단체는 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가 될 우려가 크다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1999년 5월 국무조정실 내 공동조사단이 꾸려졌고, 방조제 공사는 2년 4개월 간 중단됐다. 당시까지 8621억 원이 투자됐고, 방조제 공정률은 49%에 달한 상황인 만큼 공사 중단 결정은 거센 반반을 불어왔다. 이후 공사를 재개하자 환경단체와 지역어민 등은 2001년 8월 ‘공유수면 매립면허 등의 무효 및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 5건의 소를 제기했고, 2006년 3월 16일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4년 7개월 동안 방조제 공사는 또 다시 중단됐다.

    당시 대법원은 △새만금사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농지의 필요성과 경제성, 수질관리, 해양환경 등에 중대한 사정변경이나 공익상 필요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경제성 등의 법률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할 수 없고 △환경영향평가가 일부 결함이 있었으나 추후 보완됐고 정부의 수질대책 등으로 목표수질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며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10년간 지속된 환경논쟁과 갈등은 마무리됐고, 이후 새만금사업은 본격적인 내부개발 단계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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