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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워 외

  • 담당·이혜민 기자

라이스 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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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워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라이스 워 _ 이완주 지음, 북스캔, 260쪽, 1만800원

“얘들아, 우리 인제 게타리를 풀러놓구서니 실컷 먹자구나.” 1973년 가을, 추수를 마치고 충남 공주군에 사는 노연씨는 6남매를 앉혀놓고 일생 처음 쌀밥을 실컷 먹었다. 석 섬 나던 논에서 통일벼는 닷 섬이 나왔다. 게타리(허리띠의 충청도 사투리)를 풀어놓은 집은 노연씨네만은 아니었다. 한민족은 통일벼로 식량자급이 이뤄진 1975년까지 수천년 동안 굶주림 속에 살았다. 통일벼는 단번에 굶주림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주었지만 ‘단번’이라는 부사 뒤에는 피와 눈물, 땀과 목숨이 배어 있다.

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형은 밥맛은 좋지만 잘 쓰러지고, 병에 약하며, 수확량도 적다. 인디카형은 밥맛은 없지만, 병과 바람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 그러나 이 둘은 교배가 잘 안 된다. 세계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서울대학교 허문회 교수는 피나는 노력 끝에 통일벼가 된 IR667을 탄생시켰다.

열대형 피를 가진 통일벼는 수확량은 월등히 많지만 저온에 약하다. 통일벼에 맞는 새 농법은 농민들을 깨우쳤다. 경남 거창군에서는 냉해로 온 마을이 쭉정이밖에 거두지 못하자, 농민들은 농촌지도소로 몰려갔고 지도원은 줄행랑을 쳤다. 통일벼 논에 냉해와 벼멸구가 창궐했다. 겨울 동안 필리핀에서 종자를 만들면서 우리 연구진은 논바닥에 처박히고, 브래지어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등 별별 해프닝을 다 겪었다.



기아를 몰아내려는 정부와 농업공무원, 농민의 의지가 세계에 유례없는 쌀 기적을 이뤄냈다. 통일벼 재배 4년차인 1974년에는 쌀 수입을 졸업했고, 1975년에는 자급을 이뤘다. 1976년에는 단군 이래의 최고 수확량을 기록했고, 드디어 쌀을 비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78년부터 내리 3년 동안 닥친 재해로 통일계 벼는 침몰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우리 농학자들은 통일벼 이상의 새 품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자급률이 쌀은 98.9%이지만, 밀과 옥수수는 각각 0.2%와 3.7%로 전체 자급률 28%로, 곡물 3/4을 수입한다. 지금 세계 33개국 이상이 식량위기와 폭동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등 경제부국은 농민에게 엄청난 지원을 하는 반면, 빈국들은 부국이 생산한 값싼 곡물을 수입해 자국 농업을 죽이고 있다.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티는 1981년 쌀시장을 개방했다. 먹는 식량을 ‘태우는 바이오에너지’로 만드는 한 식량 문제는 점점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식량부국이 빈국을 점령하는 전쟁은 터졌지만 우리는 무심하다.

‘라이스 워’는 수많은 에피소드로 점철된 ‘라이스 히스토리’와 함께, 식량빈국인 우리 농업의 현주소가 논문이 아닌 소설처럼 쓰여 있다. 이 책은 2008년 조선일보 논픽션 공모 대상 수상작품이기도 하다.

이완주│농업사회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블랙 라이크 미 _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나는 흑인으로 살았던 내 경험을 적은 일기를 여기 이렇게 책으로 펴낸다. 이 일기는, 이른바 일등 시민이 이등 시민이라는 넝마더미 속에 내던져졌을 때 마음과 몸과 지적인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흑인을 연구하기 위해 흑인이 됐다.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색소 변화를 일으키는 약을 먹고, 강한 자외선을 쪼이고, 머리를 삭발한 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를 7주간 여행했다. 완벽한 변장 덕분인지 사람들은 그를 흑인으로 대했고, 덕분에 그는 흑인으로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오로지 흑인으로만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 말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우리의 반응 태도를 볼 수만 있다면 모든 편견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위인지 깨달을 것이다.” 살림/ 416쪽/ 1만6000원

오바마의 공감 커뮤니케이션 _ 김택환 지음

이 책은 ‘오바마의 대국민 공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오바마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바마는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달인이다. 국민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그의 콘텐츠를 공개, 공유하도록 한 탁월한 웹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 비전과 철학, 전략과 전술을 만들고 이를 무기로 소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오바마의 행보를 커뮤니케이션학 이론으로 분석했다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는 신자유주의 몰락에 따른 새로운 경제질서가 필요하다는 역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앙일보 멀티미디어랩 소장인 저자는 설득, 쌍방향, 타깃, 역사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틀로 오바마를 분석하며 지도자상을 정립했다. 중앙북스/ 324쪽/ 1만5000원

부자 아빠의 몰락 _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중산층 위기에 대한 처방전이 나왔다. 저자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 소비패턴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에 중산층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양극화가 심해져 수중의 돈은 줄어들었으면서도 상위 소득자처럼 지출하다 얼마간 있는 재산마저 축내는 이가 숱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중산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산층이 소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 해결책으로 상류층의 소비 하향화를 꼽는다. 그래야 중산층의 소비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 체제를 좀 더 누진적으로 만들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상위 소득층의 세율이 높아진다 해도 “직장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급여가 아닌 상대급여인 까닭에 인재는 적재적소에 있을 것”이란 점도 명시한다. 저자는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로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창비/ 204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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