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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의사, 어르신들에게 ‘고양이 선생’으로 불린 이유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반복되는 근육경련, 모과가 특효약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젊은 한의사, 어르신들에게 ‘고양이 선생’으로 불린 이유

비타민C, 칼슘, 칼륨, 철분 등을 다량 함유한 모과는 근육경련 치료의 특효약으로 손꼽힌다. [GettyImage]

비타민C, 칼슘, 칼륨, 철분 등을 다량 함유한 모과는 근육경련 치료의 특효약으로 손꼽힌다. [GettyImage]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놀다 어느 순간 다리에 쥐가 난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다리에 경련이 생겨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있으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리를 곧게 펴고 발목을 위로 젖히면서 꾹꾹 눌러준다. 그러다 보면 경련이 스르르 풀리고, 이후 절뚝절뚝 교실로 돌아갔던 경험이 아직 머리에 선하다.

농촌 지역인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와서 진료를 하며 ‘손, 발에 쥐가 자주 난다’고 호소하는 노인 환자분을 자주 만났다. 필자도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한 번씩 겪는 증상이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 농한기에 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는 점이 특이했다. 열심히 쥐를 잡다 보니 어느 순간 환자분들이 ‘쥐 잘 잡는 고양이 선생님’이라고 필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통증을 동반한 근육수축

손, 발에 한두 번 쥐가 나는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가볍게 넘길 수 있다. 그렇지만 만성적으로 반복해 쥐가 나면 밤에 자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일어나는 일이 잦아져 불면증이 생길 수 있고, 운전하다 갑자기 경련이 올까 두려워 운전대도 제대로 못 잡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증상은 심각한 질병의 시작을 알리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쥐는 무엇이고, 왜 생기는 것일까. 일단 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에 강한 통증이 동반되는 근수축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원인은 나이와 증상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탈수 및 근육 피로다. 젊은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원인이다.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땀과 호흡으로 배출되며 탈수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인체의 에너지와 산소가 줄어들고 젖산 등 피로물질이 쌓이면 이 화학물질이 삼투압 현상을 일으키면서 신경을 압박해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이때는 수축한 근육을 반대 방향으로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통해 응급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적절한 혈(穴)자리를 지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자리는 인체의 굽이친 곳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근육 시작과 끝 지점에 분포해 있다. 예를 들어 종아리에 쥐가 났을 경우 오금 부분의 위중혈(委中穴), 장딴지근 힘살 갈래의 승산혈(承山穴), 발뒤꿈치 힘줄 부착부의 태계혈(太谿穴) 등을 누르면 쥐가 풀린다.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두 번째 원인은 전해질, 미네랄, 비타민 등 인체 구성 요소의 불균형이다. 근육에 영향을 주는 전해질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 있다. 이러한 성분이 체내에 부족하면 신경 및 근육 민감도가 높아져 경련이 자주 발생한다. 임산부의 경우 임신 후 체액 및 전해질 부족으로 이런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노인들은 골밀도 저하로 인한 칼슘 부족이 근육경련을 야기하곤 한다.

이처럼 전해질 부족으로 근육이 떨리는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전근(轉筋)이라고 한다. 전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본초는 모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못생겼지만, 맛이 시고 따뜻한 성질을 지녀 혈액을 모으고 근육을 이완, 경락을 소통(舒筋活絡·서근활락)하는 효능이 있다. 또 비타민 C, 칼슘, 칼륨, 철분 등도 많이 함유해 근육경련 치료의 특효약으로 손꼽힌다.

노인 건강 위협하는 하체 근손실

갑자기 쥐가 나는 세 번째 원인은 신경 압박이다. 운동과 관계없이 특정 부위에서 계속 근육경련이 발생할 때는 해당 부위로 가는 신경이 과도한 압박을 받아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 등으로 인해 좌골신경이 압박되면 아래쪽 경골신경까지 지나치게 활성화돼 종아리에 쥐가 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원인 부위를 찾아 압박을 풀어줘야 한다.

근육경련의 마지막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혈액순환 문제다. 하체는 우리 몸에서 ‘제2의 심장’이라 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심장은 혈액을 펌핑하는 구실을 한다. 심장에서 나오는 피는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 말단 구석구석까지 보내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받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사람이 직립보행을 하는 바람에 다리까지 내려간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길이 매우 멀다는 점이다. 중력에 저항해 거꾸로 올라와야 한다는 점에서 험하기까지 하다. 이때 심장의 펌프 기능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하체 근육이다. 하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관 압력을 높여 말초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낸다. 하체가 튼실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옛말은 역시 틀린 게 아니다.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하체는 ‘제2의 심장’이라 할 만큼 혈액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하체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경련으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GettyImage]

하체는 ‘제2의 심장’이라 할 만큼 혈액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하체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경련으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GettyImage]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근육량이 감소하고, 복부 체지방량이 늘어난다.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올챙이처럼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허벅지와 종아리 두께가 가늘어지면 하체의 펌프 기능이 떨어진다. 또 복부비만으로 소화불량이 쉽게 생기는데, 그 여파로 혈액이 위와 장으로 몰려 순환이 더욱 정체된다. 게다가 혈관은 노폐물이 쌓여 좁아지고, 탄력성이 줄어들며, 심장 기능 또한 떨어지면 전신 혈액순환에 파국이 일어난다.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신체 말단 부위의 혈액순환이 안 돼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이 생긴다. 몸 구석구석의 조직 및 세포가 새로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노폐물만 쌓이니 잘 붓고 수시로 근육경련이 일어난다. 또 근육 안에 쌓인 물질이 신경을 압박해 저린 증상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감각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시골에서 한의원을 하며 만나게 된, ‘쥐가 계속 난다’고 호소하는 많은 수의 노인 환자가 겪고 있는 증상 원인이 바로 이런 것이다. 노화로 인한 피치 못할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밤에 계속 쥐가 나 바늘로 다리를 찔러 피를 낸 다음에야 잘 수 있었다는 환자 말을 듣고 나면 어떻게든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이러한 순환 장애를 일컬어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 했다.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면 아픈 것이 없어지며, 막혀서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는 의미다. 우리 신체는 적절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움직임을 통해 혈액과 기운이 제대로 순환하면 통증이나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쥐를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를 치료할 때는 먼저 통증을 호소하는 국소 부위 기혈을 뚫는 것부터 시작한다. 해당 부위를 온찜질해 주변 혈관을 확장시키고, 침을 놓아 경락을 통하게 하며 수축된 근육을 풀어준다. 부항의 압력으로 주위 혈관을 확장시키고, 피를 빼서 어혈 같은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이외에도 뜸 같은 온열 치료, 약침 치료, 척추 교정 등 추나 치료까지 더해 아픈 부위 기혈 순환을 도와주면 당장 생활의 불편감이 없어지고, 환자는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지만 혈액순환 장애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통했던 기혈이 다시 막힌다. 환자는 한 달 내에 같은 증상으로 내원하게 된다. 그래서 어혈을 배출하는 도인·홍화,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천궁·황기·계지,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모과 등을 활용한 한약 처방과 침 치료도 병행한다. 또 실생활에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근육량 증가를 위해 소화하기 편한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며, 말단 부위의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한다.

젊은 환자 가운데 근육경련이 자주 생기는 분들을 보면 주로 마르고, 활동량이 적고, 바지 태가 잘 나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대체로 가벼운 침 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걸 피하려면 종아리의 장딴지근과 가자미근을 발달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방법을 알려드려도 보통은 애매한 웃음을 남기고 떠나신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미래 건강을 위해 현재의 옷태를 포기하는 결단을, 젊은 분들도 내려야 할 것이다.

#근육경련 #근육통치료 #노인손발저림 #수족냉증 #신동아



신동아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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