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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마약 같은 ‘닥공 골퍼’ 박성현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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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 그럼 어릴 때 성격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거군요.

“그렇죠, 그때처럼 다시 활동적이고 활발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죠.”

박성현의 골프 인생은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부가 있는 경북 구미 현일중학교로 전학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그곳에서 만난 골프 스승이자 멘토 박성희 선생 덕분에 그의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뽑혔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드라이버 입스(yips, 샷이나 퍼트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 때문에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다. 입스는 3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다. 그사이,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프로 무대에 입문하기 위해 테스트를 받으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 드라이버 입스가 얼마나 심했나요.



“한 라운드에 OB를 10개 정도 낸 적도 있어요. 상상할 수 없는 곳으로 공이 날아가니까. 비기너(beginner)가 쳐도 이보다는 잘 치겠다 싶을 정도였죠. 3년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 골프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게, 입스 때문에 골프를 그만두는 거예요. 골프를 못하던 사람도 아니고, 잘하다가 잠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거잖아요. 마음먹으면 무조건 고칠 수 있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 정신력이 무척 강한 것 같네요.

“쉽게 시작하지도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에요.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하고, 하하.”

▼ 지난해 미국 전지훈련 때 드라이버샷을 혼자 교정했다던데.

“지난 6년 동안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성적이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어요.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난해 처음으로 연습 환경을 바꿔보려고 미국에 갔죠. 친구 집에 머물면서 혼자 연습했어요. 골프를 시작한 이후 골프에 대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 어떻게 훈련했습니까.

“드라이버샷이 잘 맞았던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윙 동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으면서도 봤어요. 그때 그 느낌을 되찾으려고 했죠. 그러면서 제 스윙을 새로 촬영한 것과 비교해 봤죠. 두 달 계획을 잡고 갔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공이 제대로 안 맞아서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그냥 한국으로 돌아올까, 다시 필리핀으로 갈까 싶기도 했고요. 이런 순간도 이겨내야 할 것 같아 꾹 참고 매달렸죠. 그런데 어느 순간, 딱 감이 오더라고요. 예전 그때 그 느낌. 그때부터 샷이 조금씩 안정을 찾았죠.”

▼ 자신의 골프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시원한 스타일? 어릴 적부터 여자 골프는 잘 안 봤어요. 여자들이 치는 걸 보면 왠지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골프를 더 많이 봤고, 저도 골프를 시원하게 쳐야겠다고 생각했죠. 제 스윙을 보는 분들이 ‘시원하다’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린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게 제 스타일이죠.”

▼ 공격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더군요.

“저는 제가 공격적인지 몰랐어요. 다들 저처럼 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이정민 언니랑 쳐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이정민 언니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치던데, 저는 그렇게까지 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점수를 한 번에 크게 잃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갑자기 몰아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3년 뒤쯤 LPGA 도전”

▼ 그러다보니 페어웨이 안착률이 124위인데….

“티샷을 해서 공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러프든 어디든 다 쳐낼 자신이 있거든요. 페어웨이 안착률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그래서 ‘마약 골프’ ‘청심환 골프’라는 말을 듣나 봅니다.

“마음 졸이면서 보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잘나가다가도 갑자기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그게 제 스타일이고 그래서 (팬들이) 저를 좋아하는 것 아니겠어요, 하하.”

박성현은 올해 초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2학년에 복학했다. 가능한 한 올해부터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주 대회가 이어지다보니 골프와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한번 해보는 데까지 해볼 참이다. 한순간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박성현의 골프 인생 목표는 40세까지 투어 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미래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펼쳐볼 생각이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조급했는데, 일단 우승하고 나니까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상황에 따라 그 시기가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 3년 뒤에는 미국 무대에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동아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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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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