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자꾸만 붓는 몸…신장 합병증과의 전쟁

  • 박강서 교수 을지대 의대 내분비내과

    입력2006-06-16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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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붓는 몸…신장 합병증과의 전쟁
    당뇨환자 조기 사망 원인, ‘당뇨병성 신증’

    10년 넘게 당뇨병과 싸워온 중견 회계사 최모(53)씨. 꼼꼼한 성격 덕에 식이요법과 약 복용을 게을리해본 적이 없다. 체중조절도 잘 하고 혈당도 수시로 체크해왔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약간 올라간 혈압을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 괜찮으려니 했는데 얼마 전부터 눈 주위와 다리 앞정강이가 붓고 구두가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아차’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최씨. 결국 당뇨병성 신증으로 인한 신장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이 원인인 ‘당뇨병성 신증’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당뇨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당뇨병성 신증의 종착점은 신장 기능이 거의 다 망가져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이다. 투석환자의 40% 이상이 당뇨병성 신증일 정도로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질환은 심각하다. 심지어 10년 후에는 당뇨병으로 인한 신부전증 환자가 현재보다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뇨병성 신증은 심혈관 질환과 함께 당뇨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주원인이다. 게다가 당뇨병성 신증이 있을 경우 다른 만성질환에 걸리기도 쉽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보통 사람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20~40배 이상 높다. 심지어 전체 투석환자의 사망률도 당뇨병이 없는 환자보다 약 9%이상 높게 나타나는 게 현실.

    연구자들은 앞으로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질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날로 서구화하는 식생활, 그로 인해 남아도는 열량, 운동부족 등 최악의 환경조건이 더해지면서 당뇨병에 걸리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법의 발달로 환자의 수명이 연장된 것도 신장 질환의 증가를 가져온 한 원인이다.



    당뇨병성 신증, 방치하면 만성신부전증 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첫째 이유는 고혈당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막기 위함이지만 멀리 보면 만성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장 합병증이다. 당뇨병 환자의 약 20%가 단백뇨 증상이 있고 신장 기능에 이상을 겪는다. 당뇨병성 신증은 당뇨 환자의 조기 사망 원인이 될 만큼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가끔 오줌에 피가 비치는 증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지속되면 단백뇨가 계속 나오고 혈압이 오르며 빈혈이 생기고 몸이 붓는다. 이런 증상을 ‘사구체경화증’이라고 한다. ‘사구체’란 신장 안에서 오줌을 거르는 일을 하는 모세혈관 조직. 이 모세혈관들은 전체 혈관의 일부만 망가져도 나머지 모세혈관에 주는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에 한번 손상되기 시작하면 점점 속력이 붙는다. 이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더 이상 신장에서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만성신부전증이 오게 되는 것이다.

    신장 합병증이 왔음을 알리는 초기 이상 증상은 단백뇨다.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몸속에 남아 있어야 할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것이다. 단백뇨가 조금씩 나올 때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 흔히 소변에 거품이 생기면 단백뇨를 의심하라고 하는데 거품이 생길 정도면 이미 단백뇨가 아주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들도 소변을 보면 거품이 생긴다. 그러나 단백뇨가 있을 경우에는 거품이 많아지는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단백뇨가 심하면 몸속에 알부민이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기도 한다.

    조기 발견하면 정상으로 회복

    하루에 소변으로 알부민이 30~300mg 나오는 경우를 미세단백뇨라 한다. 미세단백뇨 시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방치하면 점점 혈압이 오른다. 당뇨병성 신증에서 미세단백뇨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혈당 조절을 잘 하고 약물치료를 받으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단백뇨 시기를 넘기면 신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성 신증으로 넘어간다. 몸속에서 요긴하게 쓰여야 할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손과 발이 붓고 고혈압이 나타난다. 이때 적절하게 손을 쓰지 않으면 2~5년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된다.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눈에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오기 쉽고, 심혈관 질환이 나타나 사망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체크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1. 혈당을 철저히 조절한다
    2. 혈압을 철저히 조절한다
    3. 단백질 섭취를 제한한다 (신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
    4. 당뇨병 이외에 신장에 해가 되는 다른 요인들을 제거한다

    신부전이 진행되는 환자의 식이요법
    1. 단백질 섭취 제한 : 고기나 콩류를 섭취하지 못한다
    2. 충분한 칼로리 제공 : 탄수화물과 지방만을 주로 섭취해야 한다
    3. 칼륨의 섭취 제한 : 칼륨이 풍부한 과일류 등을 섭취하지 못한다
    4. 염분 섭취 제한 : 음식에 소금 간을 할 수 없다
    5. 인산 섭취 제한 : 인산이 풍부한 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6. 요산이 풍부한 식품 섭취 제한 : 내장 고기와 같은 핵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한다

    신장에 해가 되는 여러 다른 요인들
    1. 염증 : 신우염, 방광염
    2. 요로결석 또는 전립선 비대로 인한 배뇨장애
    3. 약물 : 진통소염제, 항생제
    4. 탈수 또는 출혈로 인한 소변량 감소
    5. 조영제를 이용한 방사선 촬영



    자꾸만 붓는 몸…신장 합병증과의 전쟁

    만성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의 40% 이상은 당뇨병 합병증 환자이다.

    당뇨병성 신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만큼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받고 단백뇨가 있다면 철저하게 혈당과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단백뇨가 나오지 않더라도 미세단백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현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더라도 매년 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당뇨병성 신증은 계속 진행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혈압 조절과 저단백 식사 필수

    신장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식이 조절과 적극적인 혈당 조절,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혈당 조절은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되도록 신증 발견 초기에 인슐린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약 4개월의 기간 내에 혈당 조절 상태를 평균혈당 개념으로 알려주는 당화혈색소를 7%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다. 혈압 조절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당뇨병성 신증에서 혈압조절의 목표치는 130/80 mmHg 미만이며, 단백뇨가 하루 1g 이상 소변으로 나오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압을 125/75mmHg로 조절해야 한다.

    식단은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저단백 식사가 좋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g 정도로 체중 60kg의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하루 60g 이하의 저단백 식사가 적당하다. 그러나 단백질을 너무 적게 먹으면 영양 결핍으로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어, 칼로리 균형도 잘 맞추도록 한다. 고기, 생선, 두부, 달걀 등의 단백질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인다. 단백질 음식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는 단백뇨의 정도, 사람의 키, 체중에 따라 다르다. 대략적으로 보면 달걀 한 개, 생선 50g(한 토막), 불고기 40g(다섯 점), 두부 80g(1/6모) 정도를 하루에 한두 가지 골라 섭취하는 양인 45~55g이 알맞다.

    朴康緖
    현재 을지대 의대 대전을지병원에서 진료부장,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종합건강증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교육 및 수련 위원, 대한당뇨병학회 충청지회 총무이사, 대한내분비학회 충청지회 지역이사 등으로 활동 중. 국제당뇨병센터(International Diabetes Center) SDM 과정을 수료했으며, 국내외 3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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