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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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무덤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바람과 서리에

속을 다 내주고

물들 대로 물들어 있다.



추석에 돌보지 못하고

다 저문 가을 내려와

고향 밭둑,

아버지 무덤에 선다.

모두들 고향을 떠났지만

사시사철

무덤을 지키고 선

나무 한 그루.

저녁 햇살에 빛나며,

무덤에 단풍잎을 떨어뜨린다.

자식도 덮어주지 못한

이불을,

속엣것 다 비워 덮어드린다.

아버지 무덤

맞은편,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데

저 혼자 자라 시퍼렇게 빛나는

고향 밭

무 잎사귀.

단풍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서 :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산문집 ‘저녁의 무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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