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병원의 신경성형술 시술.
혈액순환장애를 의심한 유 씨는 심혈관내과를 찾았지만, 혈액순환엔 이상이 없으니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정형외과에서 진단한 결과는 척추관협착증. 허릿병은 무조건 수술해야만 하는 걸로 알던 그는 병원 측이 아직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며 권한 신경성형술을 받고는 시술 당일 귀가해 2년 전 건강할 때의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허벅지에서 발바닥까지 통증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아이를 태우지 않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어르신을 많이 본다. 유모차에 의지해서 걷는다고 할 수 있는데, 2~3분을 가다 쉬다 반복한다. 이들 대다수가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비록 척추관협착증이 허리에 원인이 있어서 생긴 병이긴 하지만, 허리 통증보다는 허벅지, 종아리, 발목, 발바닥 등 다리 쪽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보행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뇌로부터 팔다리까지 신경(척수)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즉,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으로 가는 혈액의 순환이 줄어들고 피가 통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최근 4년간 환자가 2배나 증가해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치료받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 질환으로 고생한다. 고령화로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가 느는 것과 함께 젊은 층에서 장시간 잘못된 자세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퇴행성 변화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20~30대 환자도 매년 5%씩 늘어 이젠 젊은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 됐다.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인데, 주로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나타나고, 약간 아픈 느낌과 더불어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이런 증상은 날이 갈수록 점차 자주 생기고 심해져 100m, 50m만 걸어도 마치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다리가 저리게 된다.
증세가 심해지면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에까지 통증이 느껴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을 주게 된다. 감각을 느끼게 하는 부위에 손상을 일으키면 발이 늘 시리거나, 어떤 경우엔 늘 뜨겁거나 따가운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면 다리가 가늘어지거나 대소변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신경이 눌린 현상이 심해지면 허리나 엉덩이보다 다리 쪽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 흔히 다릿병으로 오인되곤 한다.
이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면 척추 디스크의 수분 함량이 낮아져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척추뼈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디스크의 높이가 낮아져 척추뼈 간격이 좁아지고, 척추에 작은 뼈조각들이 자라게 된다. 이로 인해 인체 각 기관으로 뻗어나가는 척추 신경의 구멍이 막히고 신경이 눌리면서 퇴행성 척추관협착증이 생긴다.
단순히 신경만 눌려 통증이 나타나는 것뿐 아니라 신경으로 가는 혈관도 막혀 신경이 붓고, 이는 다시 신경 혈관의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신경을 더 붓게 만들어 신경 통로를 막히게 한다. 이런 악순환은 신경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이 올라가지 않아 신발이 자꾸 벗겨지거나 배변장애 등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마비 증상 때문에 노인 환자 중에선 뇌졸중(중풍)이나 파킨슨병으로 오인해 척추질환과 관련 없는 치료를 받다 증세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내과, 정형외과 등 증상과 관련 있는 분야의 종합적 검진을 받아야 한다.
흔히들 척추 디스크는 수술하지 않는 병이고 척추관협착증은 수술해야 하는 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질환에 따라 수술과 비수술로 나뉘는 건 아니다. 척추질환의 90%는 수술하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수술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척추질환 90%는 非수술적 치료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로는 초기엔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약물치료를 통해 척추관을 넓혀주고 더 이상의 병증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증상이 악화된 상태라면 주사치료의 일종인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등을 시술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디스크에 의해 신경이 압박받은 부위에 국소마취제나 염증감소제가 정확히 주입되도록 의사가 직접 엑스레이 장비를 이용해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주사하는 시술이다. 복잡한 관 대신 가는 바늘만 삽입해 약물을 정확히 주입하면 10분 이내에 시술이 끝나므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 한두 번의 주사로 허리 주위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도 촉진할 수 있다. 다만 주사하는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자주 맞으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신체 저항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치료 횟수는 6개월에 3회 이상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경차단술의 단점을 보완, 발전시킨 치료법이 신경성형술이다. 이는 엑스레이가 장착된 1mm의 특수 카테터(관)를 척추의 병변 부위에 접근시킨 뒤 추간판과 신경 압박 부위에까지 정확히 집어넣어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해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치료 중 의사가 직접 엑스레이 영상을 보며 염증, 유착 위치를 확인하고 척추의 통증과 자극이 있는 곳에 대해 환자에게 질문하면서 약물이 골고루 퍼지는지 등을 알 수 있어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며 흉터도 남지 않는다. 또한 20~30분이면 시술할 수 있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령 환자에게 적합하다.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비수술적 치료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심하게 눌려 배변장애, 감각이상 등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날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로는 환자가 체력적으로 약하고 동반 질환을 갖기 쉬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미세현미경감압술을 일반적으로 시행한다.
신경장애 땐 일측접근감압술
수술은 부분마취한 상태로 진행하는데, 해당 부위를 1.5~2cm로 작게 절개해도 시술이 가능하고 미세현미경 장비를 사용해 3~5배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정밀하고 안전하게 이뤄진다. 또한 수술 범위가 좁아 회복이 빠르고 수혈의 필요성도 없다.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도 없으므로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도 좀 더 편안하게 병증에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엔 한쪽 부위에 대한 접근으로 반대쪽까지 감압하는 일측접근감압술(UBF)까지 적용돼 동반 질환을 가진 초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허리에 이상이 생기면 대개 수술 걱정 때문에 증상을 방치하다 더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엔 간단한 치료법이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수술 부담감을 갖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그래야 수술하지 않고도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