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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부자로 산 비결은 몸에 밴 ‘나눔’

K-기업가정신 메카 ‘승산마을’

  • 진주=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수백 년 부자로 산 비결은 몸에 밴 ‘나눔’

  • ●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
    ● 삼성, LG, 효성 창업주가 함께 심은 ‘부자 소나무’
    ● ‘삼성’ ‘금성’ ‘효성’은 샛별 뜨는 방어산에서 유래?
    ●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이웃의 존경과 사랑 받아
    ● 허씨 문중 가르침의 표본 지신정 허준 선생
    ● 상남복지회관 ‘불망비’와 옛 지수초 ‘불망탑’


드론으로 촬영한 승산마을 전경. [홍중식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승산마을 전경. [홍중식 기자]

“재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잠시 보관하는 것이다.”- GS 창업주 효주 허만정

“신뢰가 성공을 낳는다.”- LG 창업주 연암 구인회

“나는 기업경영의 80%를 인재양성에 쏟아왔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효성 창업주 만우 조홍제




1921년 5월 9일 개교한 지수초등학교는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일군 창업주 여럿이 동문수학한 학교다. 지수초교가 3월 29일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전수하는 ‘K-기업가정신센터’로 변모했다. 지수초교가 자리 잡은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GS그룹과 LG그룹을 창업한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 문중 인사들이 수백 년 전부터 뿌리 내리고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 부자마을이다. ‘부자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을 위해 3월 22일 진주시는 ‘승산에부자한옥’ 준공식을 열었다. ‘K-기업가정신’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는 승산마을과 옛 지수초교를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에 걸쳐 구석구석 돌아봤다.

진주시 동쪽에 위치한 지수면은 동쪽으로는 함안군, 서쪽으로는 진주시 대곡면, 북쪽으로는 의령군에 접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진주시 사봉면에 면해 있다. 지수면은 동쪽 방어산을 병풍삼아 태극 문양을 그리며 휘돌아 흘러가는 서쪽의 남강 사이의 넓은 평야에 자리하고 있다.

일제, 勝山을 勝內로 개명

동쪽에 방어산이 위치해 있는 승산리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 지형이다. 방어산 외에 지신산과 심방산, 보양산 등 낮은 산들이 승산마을을 감싸 안고 있다.

산세와 자연경관이 수려한 승산리에는 일찍이 부자가 여럿 배출됐는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에 많은 군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단다. 일제는 승산마을 부자들의 기세를 가두기 위해 ‘勝山’이란 지명을 ‘勝內’로 바꿨다.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 승내리로 통용되다 1990년대 중반 ‘옛 지명 찾기’ 차원에서 마을 주민들의 탄원으로 원래 지명인 ‘승산리’로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승산마을에는 GS그룹을 일군 ‘승산 김해 허씨’와 LG그룹을 일으킨 ‘능성 구씨’가 일찍부터 집성촌을 이뤄 살아왔다. GS그룹을 일군 ‘승산 김해 허씨’는 600년 전인 조선 전기 1400년대 후반 허추가 현재의 승산리로 이주한 이후 지금까지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허씨 집안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꾸준히 일하고 통 크게 베푼 것으로 유명하다.

‘능성 구씨’ 집안이 승산마을에 살게 된 것은 1700년대 초반에 현풍, 고령현감을 지낸 구문유의 아들 구반이 허씨 가문의 딸과 결혼하면서부터다.

허씨와 구씨가 수백년째 터 잡고 살아온 승산마을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고 할 정도로 부자동네로 유명세를 떨쳤다. 장일영 진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GS와 LG그룹 창업주를 배출해서 승산마을이 부자마을로 알려진 것이 아니라, 승산은 조선시대부터 만석꾼과 천석꾼이 모여 살던 전통적 부자마을이었다”며 “전성기에는 마을에 기와집이 300채가량 있었다”고 소개했다.

승산마을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윗마을에 지수면사무소, 아랫마을에 지수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지수초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09년 인근 송정초교와 통합돼 지수면 압사리에서 ‘지수초등학교’ 이름 그대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대신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옛 지수초교는 ‘K-기업가정신센터’로 변모했다.

옛 지수초교 교사 앞에 서 있는 ‘부자소나무’. [홍중식 기자]

옛 지수초교 교사 앞에 서 있는 ‘부자소나무’. [홍중식 기자]

옛 지수초등학교에 들어서면 교사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먼저 눈에 띈다. 1921년 지수초등학교 개교 당시 1회 입학생이던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함께 심고 가꾼 나무다.

이충도 지수초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부자소나무’는 개교 당시 학교를 같이 다녔던 이병철 삼성 회장과 구인회 LG 회장, 조홍제 효성 회장께서 함께 심고 가꿨던 소나무”라며 “이 나무를 심고 가꾸며 기업가의 꿈을 키웠던 회장님처럼 여기를 찾아오신 모든 분이 부자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에 ‘부자소나무’라고 이름 붙였다”고 소개했다.

지수초등학교는 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회장 외에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허준구 GS그룹 명예회장, 구태회 LS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 기업 창업가를 여럿 배출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기업인의 산실이다.

K-기업가정신센터

경남 의령이 고향인 이병철 회장이 지수초교를 다니게 된 것은 이 회장 누이가 허씨 문중 허순구에게 시집오면서 승산마을에 거주한 것이 인연이 됐다. 경남에서 보통학교로 일찍이 개교한 지수초교 입학을 위해 이 회장이 누님 댁에 머물며 1회 입학생으로 지수초교를 다녔던 것. 그러나 이 회장은 한 학기를 다닌 뒤 상경해 지수초교를 졸업하지는 않았다.

글로벌 대기업 창업주를 여럿 배출한 옛 지수초등학교는 올해 ‘‘K-기업가정신센터’로 변모해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갈 ‘기업인’과 ‘창업 준비생’을 위한 교육센터로 탈바꿈했다. 본관 1층 왼쪽에는 ‘K-기업가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승산마을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마을의 유래와 역사, 주변 경관, 그리고 승산마을에서 나고 자란 창업주 스토리를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전시해 놓고 있다.

승산마을 안내도.

승산마을 안내도.

장 해설사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의 형상을 한 산세가 승산마을을 휘감고 있다”며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방어산이 승산마을을 내려다보는 지세”라고 설명했다. 방어산은 병란과 왜구로부터 지역을 방어했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승산마을이란 이름도 방어산의 옛 이름인 승어산에서 유래했다. 승산마을 동쪽에 위치한 방어산은 마을에서 볼 때는 ‘샛별’이 떠오르는 산으로 승산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한 기업가가 일군 기업 이름에는 유독 ‘샛별’을 뜻하는 ‘星’이 많이 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 ‘금성’ ‘효성’이 있다.

승산마을은 풍수지리가들이 부자를 내는 명당자리라 일컫는 ‘금계포란형’이다. 학이 둥지를 틀어 알을 품고 있는 지세인 금계포란형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명당을 뜻한다. 또한 풍수지리에서 물은 재물을 뜻하는데, 승산마을은 남강 지류인 지수천이 휘감아 도는데 물이 흘러 나가는 수구(水口)가 좁아 부의 기운은 꾸준히 들어오지만 유출은 적어 부자가 많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장 해설사는 “승산마을에는 대대로 부자가 많이 살았는데 구한말에는 만석꾼 2가구, 천석꾼 14가구에 이를 정도로 당대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살았다”며 “부를 크게 일궜을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의무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좌우익 대립, 그리고 6·25 전쟁을 거치는 동안 허씨와 구씨 문중이 지금의 생가를 잘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꾸준히 실천해 와 이웃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왼쪽 사진 왼쪽부터 쿠쿠전자 구자신 생가, LIG 구자원 본가, LG 창업주 구인회 생가. 오른쪽 사진은 생가 세 곳을 정면에서 촬영했다. [홍중식 기자]

왼쪽 사진 왼쪽부터 쿠쿠전자 구자신 생가, LIG 구자원 본가, LG 창업주 구인회 생가. 오른쪽 사진은 생가 세 곳을 정면에서 촬영했다. [홍중식 기자]

현재 승산마을에는 GS 창업주 허만정 회장과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LIG 창업주 구자원 회장과 쿠쿠전자 창업주 구자신 회장 생가 등 국내 유명 대기업 창업주 생가가 오롯이 보존돼 있다. 또한 GS 창업주 허만정의 부친 허준 선생이 말년에 마음을 수련하던 지신정과 구씨 대종중의 제각 청강정, 허씨 대종중의 제각 허연정, 허씨 종중 재실 연산재 등 여러 한옥 사당이 잘 정비돼 있다.

K-기업가정신의 숲

옛 지수초교 1층 오른쪽에는 ‘K-기업가정신의 숲’을 주제로 한국의 경제 성장사와 기업의 발전사가 망라돼 있다. 이곳에서는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기업가정신 유형을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내용이 담긴 온라인 명함을 즉석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코너도 준비돼 있다.

옛 지수초 2층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위한 강의장으로 꾸며져 있다. 센터 운영을 맡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측은 “앞으로 승산마을 투어와 연계해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를 위한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산마을 뒤편에는 한옥 숙박시설 ‘승산에부자한옥’도 준공돼 ‘부기(富氣)’를 받으려는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부자한옥은 승산마을에 있던 기존 한옥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것으로 안채와 곳간채는 실용적으로 보수했고, 대문채와 사랑채는 증축해 옛 한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승산마을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안채는 가족실로 꾸몄고, 사랑채는 부부와 연인, 친구 등 2인이 머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곳간채는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공용 공간으로 조성됐다.

2018년 한국경영학회와 공동으로 승산마을을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한 진주시는 GS와 LG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가들이 나고 자란 지수면 승산리 일대를 기업가들의 창업 정신과 도전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승산에부자한옥’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게스트하우스 다목적관 증축도 준비 중이고, 방문객들이 창업주들의 고택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문화탐방로와 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조성하고 있다.

지신정 허준 선생

허준 선생이 말년을 보낸 지신정.  [홍중식 기자]

허준 선생이 말년을 보낸 지신정. [홍중식 기자]

승산마을의 양대 축을 이루는 ‘허씨’ 문중과 ‘구씨’ 문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구한말 격동기에 허씨 가문을 부흥시킨 지신정 허준 선생에 대한 일화는 진주를 너머 서울까지 전해졌을 만큼 유명했다.

1844년 승산리 본가에서 태어난 허준 선생은 자투리 종이조차 낭비하지 않을 만큼 평생을 근검하게 생활해 왔지만 재물을 올바른 일에 써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렵게 지내는 종친과 마을 주민들에게 의연금을 전했고, 지역 사회를 위한 구호활동에도 앞장선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일제강점기 허준 선생은 근대식 교육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대규모 토지를 희사해 일신학당(현 진주여자고등학교의 전신) 건립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말년에는 갖고 있는 모든 재산을 후손과 친척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그중 일부를 출연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의연기구 ‘허씨의장’을 마련했다. 허준 선생이 사재를 털어 지역사회를 이롭게 한 공적은 1920년 4월 13일자 동아일보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신정 앞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동아일보 기사 요약본이 새겨져 있다.

“허준 공은 공익에 뜻이 깊어 경상도 영창이 비었음을 근심하여 수만금을 상납하여 영창을 충실케 하였으며, 재산 중에서 자손들의 생활비만 남기고 나머지 재산으로는 먼저 인아족척과 면내 빈민에게 칠팔백 두락의 토지를 분급하였으며, 교육 사업에도 힘을 써 진주여고를 건립하여 국가에 바쳤다.”

장일영 문화관광해설사는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에 창간 13일 만에 승산마을에 사는 허준 선생의 공적이 게재됐을 만큼 허 선생의 높은 공적은 진주와 경상도를 너머 전국적으로 빠르게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42세 때인 1886년 과거에 응시해 진사에 급제한 허준 선생은 당대 유학자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구한말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연재 송병선으로부터 깊은 학문적 영향을 받았고, 노론계 유학자인 면암 최익현, 심석 송병순, 노백헌, 정재규, 간재, 전우 등과 교류했으며 당시 문관이자 서예가로 활동한 석촌 윤용구와도 남다른 관계를 유지했다. 허준 선생이 말년을 보낸 지신정에는 연재 송병선이 짓고 심석 송병순이 쓴 지선정 헌액이 걸려 있다.

허준 선생이 GS 창업주인 아들 만정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허준 선생의 자녀교육관을 엿볼 수 있다.

“너의 아비는 언제나 네가 기운이 세차고 성격이 급한 것을 걱정한다. 기운이 세차면 이기기 좋아하는 병폐가 있고 성격이 급하면 제멋대로이거나 경솔한 폐단이 있으니 두려운 일이지 않으냐. 그래서 모든 일을 반드시 신중히 살피고 분명하게 판단해서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말고, 반드시 뭇 사람들을 따르고 윗사람을 따라서 우매함을 면하도록 하여라. 옛날 한나라 때 한신은 자신의 공적을 스스로 드러냈고 장량은 자신의 공로를 숨기려 하였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우열이 어떠했느냐. 이것은 역사의 변함없는 귀감이다. 하물며 지금과 같은 세태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 늙은 너의 아비가 바라는 바가 무엇이겠느냐. 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불망비’와 ‘불망탑’

구자경 LG명예회장이 옛 지수초교에 기증한 강당 상남관. [홍중식 기자]

구자경 LG명예회장이 옛 지수초교에 기증한 강당 상남관. [홍중식 기자]

옛 지수초 1층 왼쪽에는 K-기업가정신의 뿌리인 승산마을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홍중식 기자]

옛 지수초 1층 왼쪽에는 K-기업가정신의 뿌리인 승산마을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홍중식 기자]

상남관 내부는 K-기업가정신센터 개소에 맞춰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홍중식 기자]

상남관 내부는 K-기업가정신센터 개소에 맞춰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홍중식 기자]

허준 선생을 비롯한 허씨 문중이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구씨 문중도 지수면과 지수초교에 여러 족적을 남겼다. 상남복지회관과 지수초교가 대표적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재직 때 부친 구인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2310㎡(700평) 부지에 13억 원을 들여 복지회관을 건립해 당시 진양군(현 진주시)에 기증했는데, 지수면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복지회관 명칭을 구자경 회장의 호를 따 상남으로 정하고 ‘불망비’를 세웠다. 목욕탕과 어린이집, 공부방과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시설을 구비한 복지시설은 지수면민은 물론 인근 진주시 사봉면과 반성면, 의령군 주민까지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옛 지수초교 교사도 LG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의 뜻과 정성이 깃든 곳이다. 지수초교 교사 바로 앞에는 연암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불망탑’이 세워져 있다.

“고 연암 구인회 선생께서 6.25사변 직후 수복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우리 학교의 육성과 후진 교육 여건 조성에 많은 온정을 베풀어주신 그 유지를 럭키그룹 회장 구자경 선생께서 이어 계속 추진해 주셨다. 그분의 높고 깊은 뜻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여기 작은 정성으로 불망탑을 세운다.”

지수초교를 졸업하고 진주사범대를 졸업한 구자경 회장은 지수초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수초교 교사 신축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강당과 급식실을 지수초교에 건립해 기증했다. 구 회장의 호를 따 상남관이라 이름 붙은 강당은 현재는 초현대식 도서관으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과 K-기업가정신센터를 방문한 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충도 지수초교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상남 선생은 교정에서 축구하던 학생들이 강당 유리창을 깨뜨릴 걱정 없이 맘껏 뛰어놀라며 강당의 모든 창문을 방탄유리로 설치해 주셨다”고 회고했다.

지혜로운 물 智水

효주공원(위)과 효주원 머릿돌. [홍중식 기자]

효주공원(위)과 효주원 머릿돌. [홍중식 기자]

지수초교 건너편 지수면사무소 옆에는 ‘효주원’이라는 마을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GS 창업주 허만정 회장이 말년에 기거했던 집 바로 앞에 위치한 ‘효주원’은 고향을 사랑한 효주 허만정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부인 하위정 여사가 조성했다. 이후 허 회장 자녀들이 정성을 보태 부친과 마을 주민들이 산책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을공원으로 기부했다. 효주원은 낳고 기른 부모에 대한 애틋한 ‘효심’과 함께 유년 시절 맘껏 뛰놀며 배운 마을 공동체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려는 ‘베풂’의 정신이 깃든 공간인 셈이다.

글로벌 대기업을 일군 허씨와 구씨 창업주를 배출한 승산마을에서는 ‘내 것’에 집착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승산마을과 옛 지수초교 곳곳에는 ‘나’를 너머 ‘우리’를 향한 부자들의 ‘통 큰 나눔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승산마을이 속한 지수면은 ‘지혜로운 물’을 뜻하는 ‘智水’다. 지신정 허준 선생과 연암 구인회 회장은 지혜(智)롭게 재물(水)을 사용함으로써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눠 더 크게 만들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선각자가 아닐 수 없다.

말씀도움 : 이충도 지수초교 총동창회 사무총장. 장일영 진주시 문화관광해설사
자료 : 智水(지수면지편찬위원회)




신동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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