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사바나] 20대 커플들이 공유주방 찾는 사연

코로나19 시대 대응하는 청춘의 연애법

  • 유원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wontaeryu@gmail.com

    입력2021-07-0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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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자 늘자 둘만의 공간 인기

    • ‘와인’과 ‘집콕’, 새로운 트렌드

    • 카페·술집 대신 공원과 숲으로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서울 서초구 소재 공유주방 ‘마이키친’의 모습. [유원태 제공]

    서울 서초구 소재 공유주방 ‘마이키친’의 모습. [유원태 제공]

    5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교보타워 건너편의 한 공유주방. 서로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진 공유주방의 한쪽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잔잔한 클래식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다양한 조미료와 조리도구 등으로 가득 찬 이 5평(약 16.52㎡) 남짓한 방에서 김수민(23) 씨가 양파를 썰고 있다. 양파를 다지고, 미림 한 숟갈과 설탕 한 숟갈을 넣어 일본식 스테이크 덮밥에 넣을 소스를 만든다. 그 옆에선 남자친구가 구워진 고기를 덮밥 위에 올릴 수 있도록 결대로 잘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에 단둘이 있을 곳을 찾아 이 공유주방에 왔다.

    2020년 3월 22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시행됐다. 이후 사람 간 만남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른 ‘5인 이상 집합 금지’ 발표 이후 사적 모임은 5인 미만으로 제한됐다.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이 늘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연인 간 데이트 양상도 변화를 겪는 중이다.

    “다중이용시설은 못가겠다”

    연인과 1000일 넘는 기간 동안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정용찬(22) 씨는 대표적인 변화로 ‘와인’과 ‘집콕(집에 콕 틀어박혀 지낸다는 뜻) 취미’가 생긴 것을 꼽는다.

    먼저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 인기다. 정씨는 “연인과 집에서 단둘이 마시기에는 다른 술보다 와인이 좋은 것 같다”며 “치즈나 간단한 안주거리와 함께 연인과 와인을 한잔 하는 것이 요즘 시기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변화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중저가 와인 수입을 늘렸고,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판매하면서 와인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덕분에 국내 와인업계는 유래 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집에서 콘솔 게임기를 이용한 홈 트레이닝, 뜨개질, 캘리그라피와 독서 등을 즐기는 연인이 많다.

    그러나 커플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가 달갑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부터 남자친구와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김재원(21) 씨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연애 생활에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에는 영화관을 자주 갔었는데, 이제 자주 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맛집이나 다중이용시설은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못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의미하는 ‘컨택트’ 관련 업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관뿐 아니라 카페, 맛집을 찾는 발걸음도 부쩍 뜸해졌다. 이러한 풍조는 온라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연인과 200일 가까이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A씨는 “애인과 특별한 곳으로 휴가를 다녀오거나, 또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고 그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게시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장소를 끊임없이 물색하고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부담스럽다는 게 커플들의 이야기다.

    패러다임이 야외 중심으로 전환

     6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6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이러한 변화가 장점이 될 때도 있다. 2년 가까이 연애를 하고 있는 대학생 최준형(24) 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훨씬 돈을 적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만남의 빈도나 양상이 변화하면서 돈을 적게 쓰게 돼 재정적인 여유가 생긴 것이다. 코로나19가 많은 커플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코로나19가 연인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대학교 CC(캠퍼스 커플)로 동아리에서 만나 연애를 하는 이기석(24) 씨는 “이전과 다르게 공공장소보다는 단둘이 있는 공간을 주로 방문하다 보니 아무래도 신체적 접촉이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더 잦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연인과의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사람과 만나 교류할 시간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단둘이 만날 때, 독립된 공간이나 야외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 서울숲이나 한강공원에 자주 간다”고 덧붙였다.

    공원이나 숲뿐만이 아니다. 많은 커플은 카페, 술집과 같은 공공장소를 벗어나 실내 독립적인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같이 요리를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나 둘만이 기념일을 보내거나 보드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파티룸은 큰 인기를 끌면서 연일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페나 술집, 놀이공원, 영화관 같은 많은 사람이 다 같이 이용하는 장소가 커플들에게 큰 인기였다면, 이제는 패러다임이 야외를 중심으로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언택트’ 상황은 수많은 커플의 연애 방법을 다양하게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이에 코로나19가 언젠가 종식할 전망이다. 그러나 변화된 ‘연애 트렌드’는 오랜 기간 젊은 연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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