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운하는 죽지 않았다’

민자사, 정부 제출용 ‘4대 강 운하’ 제안서 마무리 중…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8-04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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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운하 포기 확인 거부…“액면 그대로 봐달라”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4대 강 운하 꼭 한다, 연결은 국민 원하면…”
    • “이 대통령 연설은 운하 포기 아니라 운하 간 연결 포기”
    • “국토부 민간제안서 거부 방침은 법 위반, 국민 무시”
    • 청와대, 올 4월 이미 ‘대운하’ 접고 ‘4대 강 운하’로 콘셉트 변경
    • 대운하→강 살리기 주운, 물류→이·치수, 생태 중심
    • 민자사 “한·낙동강 운하 비용은 경부운하 절반, 경제성지수(B/C) 상승”
    • 총 300억원 투입 민자사, “어떻게 부담 안 되나? 우린 끝까지 간다”
    • 민자사 운하 프로젝트명 ‘낙동강 물 살리기’ ‘한강 물 살리기’
    ‘운하는 죽지 않았다’

    민자사의 지역운하 제1 목표인 낙동강.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운하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뿐, 그에 따른 부연설명은 전혀 없었다. 운하를 언급한 문장 바로 앞에는 내각과 비서진을 개편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국민 소통 부재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자리를 잡았다. 이후 청와대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운하에 대한 언급을 일절 피하고 있다.

    단 한 문장, 한 줄의 표현이었지만 이 대통령 발언의 파급효과는 컸다. 다음날인 6월20일 운하백지화국민행동과 녹색연합 등 운하반대 시민단체 진영은 대통령의 발언을 ‘운하 포기 선언’으로 규정한 후 “이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에 백기를 들었다. 국민의 승리다. 차제에 경인운하까지 포기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운하반대 시민단체들은 이후 상황실을 해체하고 관련 집회를 열지 않았다.

    운하반대 시민단체가 대통령의 연설을 공식적인 ‘운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인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직후 두 시간 만에 국토해양부가 그간 5개 국책연구기관에 맡긴 ‘물길 잇기 및 5대강 유역 물 관리 종합대책’ 연구용역(용역비용 30억원)을 중단하고 국토부 산하 운하사업추진단도 해체했기 때문. 거기다 권진봉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민간에서 (운하에 대한) 제안을 하더라도 받지 않을 계획”이라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모양새로는 정부와 민간의 운하 논의 자체를 봉쇄한 셈이다.

    대통령의 모호한 연설문



    시민단체가 ‘운하 5적’으로 지목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중 청와대 3인방이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 모두 경질된 것도 ‘대운하 포기설’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난 후 증시의 운하 관련 주식 값은 폭락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한반도대운하 계획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운하 가정법 발언’이 있은 지 보름도 안 돼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은 “우리가 속았다. 대통령의 발언은 꼼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각 광역단체장이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 운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입에선 “경인운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김태호 경남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은 “한반도대운하와 관계없이 낙동강 운하(정비)는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통합민주당 소속인 박준영 전남지사까지 “수질을 살리는 영산강 뱃길은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며 대열에 동참했다. 각 지역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지역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상수 인천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는 오히려 “지역 운하를 하지 않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까지 했다. 특히 경인운하에 대한 안 시장의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은 후 전체 폭락장 속에서도 운하 관련 주식만 소폭 상승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운하를 찬성하는 새물결국민운동, 낙동강 700리 자연운하 만들기 운동본부가 새롭게 구성되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새물결국민운동 창립총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운하 포기 공방은 이 대통령의 모호한 ‘가정법’식 발언이 불을 붙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 한 줄이었지만, 이 문장은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정’ 부분을 보자. ‘국민이 반대하면’ 문구를 ‘국민이 반대하니까’로 풀이하면 대운하는 그냥 하지 않는 것이 되지만 거꾸로 ‘국민이 찬성할 때까지’로 대치하면 ‘시기가 문제지 국민이 찬성하면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로 들린다. 즉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은 ‘대운하’ 부분.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연설문에서 ‘운하’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굳이 ‘대운하’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6월19일) 이전인 6월10일 정치 원로들과의 만남에서도 “대운하를 국민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대해 결단을 내리겠다”며 두 번씩이나 ‘대운하’란 표현을 썼다. 만약 이 ‘대운하’ 단어가 지역 강 단위의 ‘운하’를 아우르는 개념이 아니라 ‘한반도대운하’만 지칭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한반도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문경새재 부근에서 조령터널(24km)로 잇고, 이를 다시 영산강(호남운하), 금강, 경인운하와 연결하는 전국토적 개념.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추진하지 않겠다”는 대상은 ‘운하’ 그 자체가 아니라 4대 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이 된다. 다시 말해 이들을 서로 연결하지 않고 각각 따로 만드는 운하는 언제든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이 연설문을 보면 ‘대운하’란 단어 앞에 ‘대선 공약이었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선 당시의 공약은 4대 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이었다.

    ‘운하는 죽지 않았다’

    낙동강 운하 조기 추진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영남권 5개 광역 단체장.

    “운하 간 연결은 국민이 원하면…”

    과연 이 대통령이 말한 ‘대운하’의 참뜻은 무엇일까. 한반도대운하 개념을 포함해 4대 강 운하와 경인운하를 모두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대운하’의 개념만 바꿔 지역별 운하는 추진하겠다는 말일까. 또 ‘대운하’가 어떤 개념이든 간에 앞으로 여론이 바뀌면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얘기일까. ‘신동아’는 이들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얻기 위해 청와대에 질의 공문을 띄워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끝내 공식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국정기획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님 말씀 액면 그대로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나. 그냥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국토부의 운하추진단도 전격 해체한 마당에 청와대가 시민단체와 언론의 이 같은 질문에 명확한 언급을 회피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어떤 형태이든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운하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또 행여 잘못된 언급을 했다가는 식어가는 촛불집회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을 역임하고 이후 민간 차원의 운하추진을 진두지휘하며 청와대, 국토부와 의견을 조율해왔던 장석효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를 찾았다. 이 대통령이 진짜 운하를 접었다면 운하의 싱크탱크이자 자문을 맡고 있는 이곳부터 문을 닫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사무실에는 그간 국토부 운하추진단 관계자와 운하 용역을 맡은 5개 산하기관 관계자, 민자컨소시엄 관계자가 수시로 드나들며 운하 관련 협의를 해왔다.

    장 대표는 또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뿐 아니라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꿈을 같이 키워온 인물로, 대선 당시에는 한나라당 선대위 산하의 대운하특위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토목 분야에 있어 ‘대통령의 우뇌’, ‘리틀 이명박’ ‘이명박의 복심’이란 이야기를 듣는 인물로, 이 때문에 초기 개각 당시 국토부 장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격양돼 있었고, “국토부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버해 해석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토부의 직무유기

    ▼ 대통령이나 청와대로부터 운하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

    “없다. 운하와 관련해서는 최근 한두 달 간은 일절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전화한 적도 없고 청와대에 들어간 적도 없다.”

    ▼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운하 포기 선언으로 이해하는데.

    “그분(이 대통령)은 모든 여건을 무시하고 다 접을 땐 어떤 조건을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게 짧게 한 줄로 이야기할 분도 아니다. 4대 강과 경인운하는 한다. 다만 운하를 서로 연결하는 개념의 한반도대운하만 국민이 찬성할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아 후로 미뤘을 뿐이다.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한 것은 강의 연결부분이다. 조령터널이나 4대강 운하와 경인운하를 서로 연결하는 개념 말이다. 1차로 4대 강 운하와 경인운하를 하고 2차 연결은 국민이 원할 때 하겠다는 의미다.”

    ▼ 시민단체들은 지역의 4대 강 운하나 경인운하도 모두 반대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4대 강 운하와 경인운하를 열렬히 만들자고 호소하는 광역단체와 운하 주변 주민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 국민이 아닌가. 그리고 운하의 콘셉트도 예전과 완전히 바뀌었다. 지역에서 운하를 만들자고 하는 건 (한반도대운하처럼) 물류 기능 때문이 아니다. 당장 낙동강 하류에는 매년 홍수가 나고 수질오염도 심각하다. 영산강도 수질이 6급수로 썩은 물이다. 4대 강 운하는 말이 운하지 주운(舟運), 즉 수로(water way) 개념으로 보면 된다. 4대 강을 준설하고 주운보를 만들어 먼저 이·치수를 하고 생태하천을 조성해 수질을 보존하자는 거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수로는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물류는 이제 운하의 주요 목적에서 제외됐다.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반도대운하도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개념의 4대 강 운하에 대해 제대로 설명 한번 한 적 없다. 이건 국토부의 직무유기다.”

    ‘운하는 죽지 않았다’

    장석효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

    ▼ 국토부에선 운하에 대한 용역도 중단하고 민간 건설사들의 운하 제안서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 생각이다. 정부는 운하건 물길 살리기건 하천 정비이건 간에 그에 대해 연구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부는 최후의 보루인데 아무런 기준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돈을 들여서 산하기관에 준 용역까지 중단해서야 되겠는가. 나는 잘못됐다고 본다. 민간 건설사들의 제안서를 받지 않겠다는 발상도 틀렸다. 민간투자법에 어긋난 발언이다. 민투법은 정부에 대해 민간사업자의 사업 제안을 받아 검증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검증을 한 다음에 거절을 하든지 협의를 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국민을 무시한 결정이다.”

    여기까지 장 대표의 답변을 정리하면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지역 4대강 운하와 경인운하는 추진하되 그 연결부위는 여론이 허락하는 시점에 다시 추진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의 용역중단 조치와 민간제안서 거부 방침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조율이 어긋났거나 국토부가 청와대에서 보낸 시그널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으로, 민투법상 국토부는 민자건설사의 제안이 있으면 받아서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신동아’ 취재 결과, 이미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지난 4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함께 정리한 한반도대운하 계획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이미 당시에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는 여론이 좋지 않아 뒤로 미루기로 하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4대 강에 운하를 모두 따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각 운하 건설의 주목적이 물류 기능에서 4대 강에 대한 홍수방지와 수자원 확보 등 ‘이·치수용 운하’와 하천정비, 수질개선 등 ‘환경운하’로 변경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은 지자체와 민자사로

    이런 사실은 이 대통령과 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이후 발언에서도 검증된다. 이 대통령은 5월21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하니까 뒤로 미루고…”라고 밝혔고, 정종환 국토부 장관도 지난 5월 이후 한반도대운하를 4대 강 하천정비 사업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7월2일에는 한나라당 친이계 핵심 의원인 백성운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대운하는 폐기된 게 아니라 중단됐다. 하지만 강을 정비하고 뱃길을 살려나가는 일 등은 별개로 해나가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7월3일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운하를 전문가에게 맡겨 검토를 다시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연구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런 운하의 콘셉트 변화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해체된 국토부의 운하추진단도 4월말 이후 5월 들어선 4대 강 운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게 아니었다. 국토부에서 5개 국책산하기관에 준 용역의 내용도 4대 강 운하에 대한 것이었다. 민자 건설사의 제안서가 들어오면 이를 검토할 기준과 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뭘 알아야 검토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국토부는 운하추진단을 해체하고 용역도 취소했으니 앞으로 민자건설사가 제안서를 내면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속사정이야 어찌됐건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결국 운하에 대한 추진 주체는 청와대, 정부,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광역단체와 민자컨소시엄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각 광역단체장들이 이 대통령의 ‘운하 가정법’ 발언 후 정색을 하며 “지역운하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한강과 낙동강을 분리해 각각 지역 운하를 만든다는 구상은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한 계획일까. 다시 장 대표에게 물었다.

    ▼ 한반도대운하는 한강수계인 충주호의 물을 낙동강으로 가져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낙동강운하만 따로 만들면 배가 다니기에 물이 부족하지 않겠는가.

    “낙동강은 기후 변화로 연평균 강우량이 늘어났다. 매년 홍수가 날 지경이다.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과 임하댐, 안동댐의 물을 받고 중간에 주운보를 만들어주면 배가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다.”

    ▼ 이·치수와 수질보전, 생태하천 조성은 어떻게 담보하나.

    “준설을 해서 주변 농지만큼 올라와 있는 하상을 내리고, 주운보를 만들어 유속을 느리게 하면 머물러 있는 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수질도 깨끗하게 되고 홍수도 막을 수 있다. 2015년까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같은 점오염원은 100% 처리될 예정이고 지천에서 들어오는 비점오염원, 예를 들어 농약이나 도로에 붙은 매연 같은 것은 본류에 들어오기 전 생태습지를 조성하면 90% 정도 정화된다.”

    국비 투입 늘고 민자는 축소

    ▼ 개념이 지역운하로 바뀌면 민자사업이 불가능해진 것 아닌가.

    “이·치수, 수질보전, 생태 등 사회간접자본 성격이 있는 부분은 국비로 해야 한다. 민자사는 주로 배가 다니는 것과 관련된 섹터를 담당할 것이다. 예를 들면 주운보라든지 갑문이라든지, 터미널 이런 부분이다.”

    ▼ 경제적 타당성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닌가.

    “조령터널을 만들지 않으면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그러면 편익 대비 비용, 즉 B/C는 오히려 많이 올라가게 된다. 공기도 단축돼 2년 반이면 한강, 낙동강 운하 모두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민자사들이 운하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제 공은 광역단체와 민자사로 넘어갔다. 내가 알기로는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 4대 강 모두 민자사들이 정부에 넣을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의 마무리됐다고 들었다. 개념이 완전히 바뀐 만큼 이번에는 반대쪽 사람들도 참여하는 위원회나 거대 검증기구를 만들어서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이고 싶다.”

    “민자사가 4대 강 운하 제안서를 만들고 있다”는 장 대표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올 1월부터 한강-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 TF 팀장 손문영 전무를 인터뷰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건설매출액 1위에서 5위까지 대형 건설업체 5개사가 모여 출발했으나 매출 11위 이하 업체 9개가 동참해 지금 14개 대형 건설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금껏 경부운하 기술 및 환경평가 용역 계약을 맺는 데 180억여 원을 들이는 등 운하 제안서를 만드는 데 총 3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운하사업 전체가 ‘없었던 일’이 되면 참여 업체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당초 5월까지 경부운하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의 입장이 지역 강의 하천정비 쪽으로 가닥을 잡자 4대 강 운하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두 달간 만들어왔다. 손 전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지 운하라는 표현 대신 ‘주운(舟運)’이란 표현을 썼다.

    ▼ 국토부가 민자사의 운하 사업제안서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컨소시엄을 해체하고 운하에 대한 사업제안을 그만둘 것인가.

    “돈을 투자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휴지가 된다. 언제 만들지 모르지만 자료는 완성해야 하지 않나. 곧 마무리될 거다. 그리고 반드시 마무리할 것이다. 이걸 언제 제안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위기가 될 때 낼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컨소시엄은 영원히 간다. 컨소시엄에 14개 대형 건설업체가 들어가 있고 그 밑에 30여 개의 업체가 포함돼 있다. 지금은 해체할 수 없다.”

    ▼ 민간투자법에선 제안서를 내면 받아주게 되어 있는데.

    “(제안서를 받지 않는다고 한 것은) 국토부가 앞서간 면이 있다. 정 안 받아주면 못 내지 어떻게 하겠나. 내면 리젝트 당할 게 뻔한데….”

    ▼ 국토부에선 지금껏 운하 제안서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보전해줄 수 없다고 한다. 부담되지 않는가.

    “왜 안 되겠는가. 특히 상위 5개 건설업체는 부담이 적지만 나머지 9개 업체는 꽤 부담이 클 것이다. 어쨌든 조만간 분위기가 좋아지길 기다릴 뿐이다.”

    ▼ 새로운 운하는 어떤 콘셉트인가.

    “대운하는 벌써 몇 달 전에 안 하기로 했다. 조령터널을 뚫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운하라고 부를 수 없다. 이·치수를 중심으로 한 하천정비 사업에 주운사업이 합쳐진 개념이다. 치수를 하려면 물의 유속을 줄여(주운보 설치) 가두어야 하고, 그러면 배가 다닐 수 있는 물길이 확보된다. 기존 강, 즉 자연하천을 구불구불 따라가면서 강의 깊은 지점으로 배가 다니는 개념이다.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으로 훌륭하게 강을 복원하자는 프로젝트다. (시민단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확한 명칭은 낙동강 물 살리기와 한강 물 살리기 프로젝트다. 이런 새로운 개념에 대해 홍보가 너무 안 돼 있다. 민간인인 우리가 나설 수도 없고.”

    ‘운하는 죽지 않았다’

    손문영 현대건설 컨소시엄 TF팀장.

    “생땅 파는 곳 없다”

    ▼ 조령터널을 포기하면 비용이 줄어들고 경제적 타당성 지수(B/C)가 올라갈 것 같은데 어떤가.

    “경부운하에서 조령터널이 차지하는 공사비가 40~45%에 달했다. 당연히 경제적 타당성 지수는 더 나아진다. 규모가 작아져서 민자사업으로 하기엔 더 편해진 점이 있다.”

    ▼ 한강과 낙동강을 합해 비용은 어느 정도 들 것 같은가.

    “최근 건설 자재 값이 20% 이상 인상됐다. 10조원 이상은 들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 현재 용역을 다시 맡겼다. 팔당댐을 넘는 데만 수천억원이 든다.”

    ▼ 민자로 할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홍수방지, 수질개선, 생태조성 같은 항목은 국비로 해야 할 것이다. 주운보와 갑문, 터미널 부대시설 같은 것은 민자로 할 수 있다.”

    ▼ 한강운하와 낙동강 운하의 출발지점은 어디인가.

    “한강 쪽은 충주댐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고, 낙동강은 안동에서 흘러오는 낙동강과 영강이 합쳐져 큰 물길을 이루는 부분이 시작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강과 낙동강 주운은 생땅을 파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영강의 땅을 파헤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 물류 기능은 완전히 포기했나.

    “한강의 물류 기능은 현재 상태로선 거의 없고, 20~30년 후엔 조금 많아질 것이다. 낙동강은 부산~대구~구미 물동량이 꽤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자세한 내용은 용역을 줘 검토 중이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

    손 전무는 “현재 이·치수형 운하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은 낙동강이지만 몇 년 전부터 강 살리기 차원에서 국비도 요구하고 운하를 준비해온 영산강에 가장 먼저 운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영산강 운하가 시범적으로 만들어지면 낙동강과 한강은 그냥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영산강의 경우, 박준영 전남지사가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영산강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건 이래 수질개선과 친환경 뱃길 복원을 위한 작업을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올 1월 대통령직인수위는 전남도가 영산강운하 건설을 위해 요청한 총 투입예산 8조 5550억원에 대해 검토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전남도가 정부에 제출한 영산강 프로젝트 재원별 투자계획을 보면 실버타운 및 은퇴자 시티, 수상호텔, 산업단지 조성, 국제농수산물 물류기지 건설에 민자(1조7000억원)가 투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영산강운하는 지역에 연고를 둔 보성건설 컨소시엄이, 금강은 고려개발 컨소시엄이 각각 지역별 운하에 대한 제안서를 준비 중인데 거의 완성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낙동강운하에 가장 소극적인 광역단체로 알려진 대구시도 지난 7월10일 낙동강운하에 대한 방송 찬반토론을 하는 한편, 동부엔지니어링으로부터 운하와 연계된 낙동강 연안개발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았다. 김점균 대구시 낙동강운하추진단장은 “보고 내용은 밝힐 수 없으며 지난번 5개 영남권 단체장들이 주장한 대로 낙동강운하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별 운하에 대한 시민단체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경실련 차진구 국장은 “이명박 정권은 중앙정부에 의한 대운하 사업이 어려워지자 지자체를 동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고 변형된 형태의 뱃길 잇기, 하천정비, 물류도시 조성 등 대운하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며 “이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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