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농협과 이들 단체 간의 공조가 더더욱 중요하다. 예측하기 힘든 기상이변은 농산물의 생산을 불안정하게 하고 농가 인구의 고령화는 농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농민에게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내야 할 절박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중국과의 FTA는 우리 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올해 우리 농업계가 처한 상황은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전국의 농업인과 농업관련 기관·단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지난 호에 이어 농업에 대한 뛰어난 기술과 경륜을 갖추고 농업인 단체를 이끌어온 대표 농업인 단체 3곳을 선정해 그 대표들에게 농협개혁과 우리 농업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었다.
#“농협 신경분리 불구 면세혜택 계속돼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 김준봉 회장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의 역사는 1981년 정부가 지역의 우수한 청년농민들을 농어민후계자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농업의 중추로 활동하며 자발적으로 읍면, 시군, 도별 조직을 만들어 교류해온 농어민후계자 5만 명은 1987년 12월 9일 한농연의 전신인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를 결성한다. 1996년 농어민후계자 명칭이 후계농업경영인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단체 이름인 한농연이 됐다.
올해로 꼭 25주년을 맞은 한농연은 전국적으로 12만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후계농업경영인은 물론 320만 농업인 전체의 경제적, 사회적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대응활동 및 농업인 교육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김준봉(53) 한농연 회장은 “한농연의 가장 큰 역할은 농민의 권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큰 틀에서 농민의 권익 대변이라는 목표는 농협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농사만 짓는 것으로는 부족했죠. 정치가 필요했고 농업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원이 지방정치와 중앙정치계에도 진출했고 농협을 바꾸기 위해서 직접 농협 조합장과 임원이 됐습니다. 국회의원, 장관도 배출했죠. 척박한 농촌 현실을 변혁하기 위해서 농촌 엘리트 집단이 나선 것입니다.”
실제 한농연 회원 중 박흥수 제9,10대 회장은 농림수산부 장관을, 황창주 전 회장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으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은 229명에 달했고, 농협에도 조합장 265명과 임원급 1000여 명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1986년 농민후계자로 선정된 김 회장은 지금도 경북 상주에서 감 농사를 짓고 있는 현역 농군이자 마흔이 넘어 상주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한 만학도다. 지금껏 쌀, 사과, 배, 고추, 감자, 콩 농사 등 해보지 않은 농사가 없다. 한우도 키웠다. 김 회장은 30년 넘게 감 농사를 지은 농민으로서 “우리 감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종자전쟁 시대를 맞아 우리 감도 품목 등록을 해 종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정책대안을 꾸준하게 제안하다 보니 한농연은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한중 FTA에 공동 대응을
“한농연이 만들어낸 성과라면 현장 중심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농업정책 대안을 마련해 관철시킨 데 있습니다. 2000년 12월에 제정된 농가부채경감특별법이라든지, 2002년의 농림어업 삶의 질 향상법, 2004년의 한-칠레 FTA와 관련된 FTA이행지원기금 등의 보완대책, 2006년부터 시작된 우수농업경영인 추가지원 제도, 2011년 3월 11일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농협법 개정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농협경제지주 이사이자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 회장은 “농협 개혁에 한농연이 많은 역할을 한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고 말한다. 다만 정부에 대해서는 신경분리와 관련한 지원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 과정이나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마련에서 제가 각별히 신경 썼던 부분은 경제사업의 독자적인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이 일선 조합원이나 지역농협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제기하는 것이었죠. 한농연은 농협 개혁에 있어 판매농협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해왔습니다. 신경분리 목적도 판매농협이 되어야 한다는 거였죠. 부디 앞으로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책임지고 판매해주는 그런 농협이 되었으면 합니다. 농산물 판로 확보, 농민 조합원들의 경영안정 문제라든지, 농업금융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적극 도와줄 수 있는 농협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농협 개혁 이후 정부가 농협을 하나의 기업으로만 생각해 농민들에게 주어진 각종 면세혜택을 중단시키려는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농협을 꼭 기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한미, 한-EU FTA로 농촌경제가 어려워져 있는데 각종 면세혜택을 없애면 농촌이 자생하는 데 찬물을 끼얹는 꼴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한농연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작정입니다. 농협과 국회,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김 회장은 “한미, 한-EU FTA가 태풍이라면 한중 FTA는 쓰나미와 같다”며 “협정을 맺기 전에 충분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농산물은 농업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지만 그 위해성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만큼은 농협도 그동안의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준봉 한농연 회장(왼쪽)과 성효용 전국새농민회 회장의 손. 현역 농군의 손답게 투박하고 손톱 밑에는 때가 끼어 있다.
“한농연 회원들이 일선에서 농산물 생산이나 영농지원 활동이라든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 등에 매진하고, 지역농협은 이러한 한농연 회원들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농연 회원들이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 등을 만들어서 지역농협이나 농협중앙회와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우수 농축산물을 도시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 감 농사를 짓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협이 보다 살뜰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지역농협 관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 친환경이나 GAP 기준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면서 전량 수매한다든지, 농업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농작물 재배관리나 수확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영농지원단 사업을 한다든지, 농작업재해공제나 농작물재해보험 등의 업무를 적극 도와주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이 드신 고령농이나 소득이 적은 영세농들이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어르신 조합원께서도 경제활동을 하실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사회적 기업 같은 것도 만들어서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홍보하는데 역점을 둬야”
전국새농민회 / 성효용 회장
♥ 1965년 8월 15일 농협중앙회는 창립 4주년을 맞아 ‘새농민운동’을 제창했다. 이 운동은 자립·과학·협동을 모토로 농업 근대화를 달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농업 부문의 화두였던 농협체질개선운동의 일환이기도 했다. 새농민운동은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재건하고 조직할 주체는 농민 스스로이며 자립할 수 있는 무기는 과학이고 그것으로 쌓인 노하우를 서로 나눠가짐으로써 농촌을 부흥시킨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해 농협은 자립하고 과학하며 협동하는 모범적 농민을 선정해 시상하는 이달의 새농민상을 제정하고 10명 내외의 수상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1966년 8월 14일 1회 수상자들이 모여 조직한 농업인 단체가 새농민회다. 과학적 영농의 결과를 서로 나눠 농업의 자립을 선도하는 새농민상 수상자가 늘어가면서 새농민회 규모도 커졌다. 1981년에는 부부공동 선정제도로 변경됐고, 1991년 본상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상자 숫자도 크게 늘었다. 새농민회의 회원 자격은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 부부로 한정돼 있는데, 현재 회원 수가 8000명(4123부부)을 훌쩍 넘는다. 이들 농가의 수입은 대부분‘억’대를 넘어간다.
전국새농민회 성효용(57) 회장은 “농협의 주인이 농민이고 새농민회는 농민 중의 농민, 선도 농민이 모여 만든 단체이므로 농협의 역사는 곧 새농민회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새농민회는 농협이 주도한 새농민운동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단체이지만 이제는 농협의 개혁을 주도하고 농협에 도움을 주는 단체로 변모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농협중앙회 발전기금으로 3차례에 걸쳐 총 10억 원을 내기도 했다.
“새농민운동은 농협에 의해 시작됐지만 그 주체는 농민이었습니다. 농민이 중심인 자발적 운동이죠. 새농민상 시상자들은 새농민회 회원으로서 자신이 공부하고 노력해 얻은 영농기술을 강연과 현지 지도를 통해 전국에 알렸습니다. 말하자면 멘토 역할을 맡은 선도 농민이죠. 저는 지금도 강연 요청이 있어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성 회장은 1992년 이달의 새농민상을 받아 새농민회 회원이 된 현역 ‘선도 농민’이다. 지금도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전리에 위치한 1만2000평의 과수원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그중 8000평은 비닐하우스다. 성 회장은 포도를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우는 농법을 전국 최초로 개발한 공로로 대통령표창(1992년), 농협 새농민과학상(1993년)도 수상했다. 1993년엔 ‘내 인생 포도와 함께’라는 글이 농민신문 주최 제10회 영농수기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영농기술을 전파한 공로로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농협과의 인연도 깊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단위조합인 연무농협의 조합장을 두 번이나 연임했다. 심지어 자신의 포도농장(주선농장)에 농협교육원 현장교육장을 만들어 20년 이상 터득한 포도농사 기술을 농민들에게 전파했다. 농협 안성교육원 기술 교육과정사례 강사와 농협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성 회장은 농협 개혁에도 깊숙하게 참여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준비위원회 위원과 농협개혁협의회 위원, 농협금융지주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신경분리와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건 농협 개혁에 새농민회 대표로 참가했다. 성 회장은 지난해 초 결정된 농협 개혁이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길이었다”고 말한다.
농협은 하드웨어 새농민은 소프트웨어
“오랜만에 여야가 합의해 농협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는 농업인이 변해야 합니다. 농업 환경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쾌적하게 바꾸고 신선하고 고급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농협은 이제 판매와 유통만 책임지면 되죠. 그게 농협의 몫이고 그게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입니다. 농민은 싸구려 외국 농산물과 품질로 승부를 내고 농협은 홍보 잘해서 많이 팔아주면 농업이 발전하고 농협이 바뀌고 젊은 농민들이 농업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농민들은 이런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농협과 협조하고 개혁의 모범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성 회장이 꼽는 새농민회의 가장 큰 일은 영농과학화와 영농기술의 전파다. 자신의 영농기술을 다른 농민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농협이 농업의 하드웨어라면 새농민회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죠. 공부하는 농민은 돈을 벌 수밖에 없어요. 농민 서로가 서로를 가르쳐 농가의 규모를 키우고 공동 선별, 공동 출하, 공동 분배를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새농민회가 하는 일이 바로 농협 개혁과 경제사업 활성화의 초석입니다. 생산은 농민이, 유통과 판매는 농협이 하자는 ‘같이의 가치’를 우린 예전부터 주장해왔고, 지금 그것을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게 새농민들입니다.”
농협으로 대출 일원화해야
성 회장은 영농과학화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성 회장 부부와 동네 아주머니 2명, 외국인 노동자 3명 등 모두 7명이 1만2000평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재배 시스템이 모두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라인에서 고장이 나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온다. 인터뷰 당시에도 스마트폰에 에러 표시가 들어와 전화로 수정하기도 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농사 다 짓습니다. 이제 냄새나고 더러운 환경에서 일할 농민은 없습니다.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는 농사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우리 하우스엔 난방 냉방 시설이 다 되어 있습니다. 작업 환경이 깨끗하고 자동화되어 있어야 고품질의 생산물이 나오고 그래야 값싼 외국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성 회장은 한미 FTA, 한-EU FTA를 극복하고 농업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농업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농사 기술에서 찾았다. 그래야 고소득이 보장되고 젊은 층이 농업으로 유입된다고 주장한다. 나날이 변신하는 공격적 농업만이 농민이 살고 농협이 발전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의 농장 하우스 몇 동에선 시험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해마다 다음해 농사의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한발 앞서나가는 농민만이 살아남습니다. 쫓아가는 사람은 돈 못 벌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변신하는 농민에겐 사실 지금이 호기입니다. 고급 농산물로 소비자에게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그게 자기 브랜드죠. 친환경 농법과 신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전업농이 연대해 규모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농번기에도 농사를 지어 매일같이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농사도 포트폴리오를 추구해야 한다는 거죠.”
성 회장은 농협과 농민이 함께 해나가야 할 일로 친환경 농산물과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홍보를 들었다. 그는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소비자가 몰라주면 그걸로 끝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줄 홍보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 한 해 동안 대대적인 우리 농산물 홍보 캠페인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농협 개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농민지원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농업 관련 보조금을 농협으로 일원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농협이 직접 확인한 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농협은 그 지역 농민들의 속사정을 다 알죠. 정말 그 집의 숟가락 숫자도 압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서류만 보고 빌려주기 때문에 도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거죠. 혁신하지 않는 농민에겐 보조금이 양잿물이 될 수 있습니다. 농사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바에야 차라리 보조금을 없애는 게 낫다는 게 제 신념이에요. 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어려운 시기엔 정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농협으로의 대출 일원화, 그게 농민이 사는 길입니다.”
#“기업농 육성은 자멸의 길, 전업농의 공동생산이 답이다”
한국농민연대 / 이준동 상임대표
♥ 한국농민연대(이하 농민연대)는 2011년 3월 전국 26개 농민단체가 연대해 만든 국내 최대의 농업인 단체다. 농민연대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 농축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농업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발족 때부터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다른 단체가 참여해 이목을 끌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참여단체가 27개로 늘었다.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한중 FTA 협상 반대 투쟁의 전면에 농민연대가 있다.
이준동(59) 농민연대 상임대표는 실제 4만 수의 닭을 키우는 축산인(사철농장 대표)이다. 현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농협과 관련해서는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농업 개혁의 방향과 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농협이 농협 개혁을 통해 판매농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건 대단히 잘한 일이죠. 농사는 농사꾼이 짓고 농협이 유통을 하면서 그 인프라는 정부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면 간단하죠. 지금까지는 서로 넘나들어 문제였습니다. 농사꾼은 유통과 마케팅 못합니다. 내가 해보니까 안 되더라고요. 농협도 생산에 뛰어들어 문제였어요. 정부는 유통센터 만드는 데 대폭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죠. 하나로클럽은 물론 전체 마트로 판매 영역을 넓혀서 농산물 유통의 50% 이상만 장악하면 농협 개혁은 성공입니다. 물류가 중요합니다. 농협이 전체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유통센터를 만들어야 가격이 확 떨어집니다. 농협이 도매유통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 농협이 개혁을 잘 완수할 것 같습니까.
“믿습니다. 최원병 회장의 임기가 마지막이니만큼 소신껏 잘할 겁니다. 하지만 일선 조합이 중앙회의 눈치를 보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신경분리도 제대로 하려면 살을 에는 아픔이 따를 겁니다. 지금은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를 단단히 해서 하고 있으니 잘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켜보고 잘못하면 가감 없이 비판할 것입니다.”
▼ 농민연대에 참여한 단체의 성격이 모두 다릅니다. 이견 조정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신의 경지가 아니면 힘들 정도로 조율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이 서로 달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고민도 많이 했는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해서 극복했습니다. 사실 그만두려고 했는데 지금 그만둔다 생각하니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아까웠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안착했습니다. 난상토론이었던 회의도 빠르게 결과물을 내고 있고요. 어차피 방법이 다를 뿐 지향점이 같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단체가 회원만 100만 명입니다. 똘똘 뭉치면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대선공약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선공약을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다듬어 7~8월쯤 각 정당에 주고 이행 여부를 물을 것입니다. 잘하겠다는 쪽으로 지지 의사를 밝힐 예정입니다.”
▼ 농민연대의 지금껏 성과를 얘기한다면….
“농민단체가 지금까지는 사안마다 뭉쳤습니다. 하지만 농민연대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는 쪽으로 정착했습니다. 이제 농민운동도 바뀌어야 합니다.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운동은 지양하고, 시민에게 정책으로 호소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걸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떼만 쓰는 농민운동이 아니라 국민을 이해시키는 운동을 하자는 겁니다.”
“농축산물 쿼터제 도입하자”
▼ 한중 FTA 협상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선진국 중에서 공업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있어도 농업이 후진적인 상태에서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습니다. 식량은 안보 차원에서라도 어느 정도는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생명산업인 농업이 망하면 녹색산업도 존재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 때 반발한 것도 그런 차원이었어요. 우리 농업에 대해서 5년이고 10년이고 연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놓고 농민에게 설득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데 힘으로만 밀어붙이니 납득할 수가 없죠. 거꾸로 미국은 철저하게 수출 전략을 짜놓았는데요. 한중 FTA도 우리 농업이 볼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민과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실적 위주로 얘기를 하니 어느 농민이 거기에 동의하겠습니까.”
▼ 정부는 기업농을 육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작은 땅 덩어리에 기업농을 육성하면 농업은 다 죽습니다. 농협이 추진하는 방향대로 전업농, 가족농이 집합해서 공동 생산하고 공동 분배하는 게 맞습니다. 경북지역에 버섯 유통량의 3분의 2를 생산하는 기업농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출하할 때마다 버섯가격이 폭락합니다. 결과는 뻔하죠. 기업농도 망하고 전국의 버섯 농가 전체가 피해를 봤습니다. 얼마나 웃깁니까.”
▼ 폭등과 폭락 때문에 항상 문제입니다.
“예측 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축산의 경우는 일본이나 유럽처럼 쿼터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반 농산물도 농가의 생산품을 전문화해서 농협이 유통을 맡으면 충분히 수요공급을 맞출 수 있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농가의 소득이 일정하게 나오게 됩니다.”
▼ 농협에 바라는 게 있다면….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유통구조를 만들라는 것이죠. 신경분리하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한 취지가 그거 아닙니까.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는 대형 유통센터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돈이 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농산물 값의 폭등과 폭락사태는 사라집니다. 거기에다 사업 컨설팅, 재무 컨설팅까지 해주면 더 좋죠. 농기계은행도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걸 확대 시행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만 쓰고 방치하는 농기계는 농가 살림만 어렵게 만드는 원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