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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결국 ‘사상’이 중요하다

미래의 기원: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이광형 총장이 안내하는 지적 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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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4-03-27 15: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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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형 지음, 인플루엔셜, 556쪽, 3만3000원. [인플루엔셜]

    이광형 지음, 인플루엔셜, 556쪽, 3만3000원. [인플루엔셜]

    제목이 역설적이다. 과거의 기원도, 미래의 예견도 아닌 미래의 기원이라니. 열쇳말은 역사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보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역사학은 미래학”이다. 저자는 인간을 유일한 주인공으로 삼은 여타 역사서를 답습하지 않는다. 자연 및 시대 환경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핵심이다. 역사의 분기점마다 환경의 힘이 작용했다. 최근 몇 년 새 회자된 단어를 빌자면 ‘빅 히스토리’인 셈이다.

    저자는 이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책을 3부로 나눴다. 1부 ‘세상의 시작’은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의 우주와 지구를 다룬다. 자연히 빅뱅과 진화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2부 ‘인간의 시대’가 가닿는 주제는 현대 인류 사회를 형성한 근대의 5대 혁명이다. 도구와 사상이 인류 역사를 바꿔온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3부는 ‘인류의 미래’다. 인공지능(AI), 유전자 편집, BCI 등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와 자본주의‧민주주의의 향배를 살핀다.

    책의 말미에 이르러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휴머니즘이다. 이를테면 “자연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신인류와의 갈등을 없애고,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500쪽)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AI로 무장한 신인류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의 존엄한 가치는 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휴머니즘 2.0’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사상이 중요하다. 사상의 연료는 인문학이다.

    저자는 현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다. 1985년 KAIST 전산학과(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21년 2월 총장이 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도 유명하다. 한시가 바쁜 대학 총장이 556쪽 분량의 책을 출간한 일도 놀랍지만, 그 주제가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든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상 위에 10년 뒤 달력을 놓는다는 그는 첨단 기술 연구자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단다.

    누구나 미래를 논한다. 미래만 붙인 글을 쓴다 해서 선각자가 될 리는 없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살피고 있느냐다. 이 책은 보다 인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을 위한 일종의 나침반이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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