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타 이사오 지음, 유성운 옮김, 마르코폴로, 128쪽, 1만5000원
책 ‘당신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은 1935년 태어나 태평양전쟁과 일본 패망 과정 등 전쟁의 참화를 목격한 저자가 2015년 6월 29일 오카야마시가 주최한 전몰자 추도식 및 평화 강연회에서 행한 강연 기록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저자 다카하타 이사오는 ‘빨강머리 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등 한국에서 방영돼 널리 알려진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저자는 열 살이던 1945년 6월 29일 인생 최대 사건을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그날 새벽 미군의 공습으로 오카야마시가 전소됐을 때 소이탄으로 시내가 불바다가 돼 많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던 것. 폐허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는 평생토록 ‘어떻게 전쟁을 막을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를 전후 70년을 맞아 개최된 전몰자 추도식 및 평화 강연회에서 풀어낸 것이다.
저자는 전쟁의 비극을 전후세대들이 다시 겪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며 평화헌법 9조가 전쟁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전쟁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할 수 있으면 무심코 해버리게 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헌법 9조를 기반으로 한 현명하고 강력한 외교적 노력, 평화적 국제 공헌이야말로 전쟁을 막는 최대의 억지력이며, 세계 모든 나라와 상호 이해를 진전시키는 것이 일본이 평화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70년간 전쟁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죽이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戰後’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입니까. 이 평화를 굳건히 하기 위해 우리는 일본이 헌법에 따라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임을 다시금 자랑스럽게 내외에 선언해야 합니다.”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장구 지음, 김영사, 292쪽, 1만5800원
세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시대다. 현재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은 오랜 세월 영향을 주고받으며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이 책은 15년 이상 동물의 임신과 관련된 연구와 진료를 해온 장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기록한 동물과 과학에 대한 연구 노트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도운 개, 시험관아기 탄생의 밑거름이 된 쥐 등 과학자의 눈으로 연구하고 수의사의 손으로 동물을 돌봐오며 기록한 이야기는 인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역 동물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준다.
기억의 뇌과학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80쪽, 1만7000원
휴대전화를 찾아 헤매거나, 주차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넓은 주차장을 헤맨 적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그런 경험을 했더라도 알츠하이머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저장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신경학 박사인 이 책의 저자 리사 제노바는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며 불완전하지만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을 들려준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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