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검사내전’ 김웅이 읽어주는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 [+영상]

“판사도 직장인이요, 이재명은 사법농단 천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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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10-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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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다수당 운명 걸린 문제였다

    • 李, 최선 다해 재판 지연하겠지

    • 증언 번복되거나 오염될 듯

    • 무죄로는 판결문 쓰기조차 어려워

    • 이화영 진술 ‘임의성’=신빙성

    [+영상] 영장판사는 왜 그렇게 판단했나



    사법부의 언어는 엄정하다. 법전에 정해놓은 원칙대로 판단하니 근거가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재판부의 결정문은 명징하다. 재판부의 판단과 그 근거가 자세히 적혀 있다. 첫 문장만 읽어도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보인다.

    9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유창훈 부장판사)이 내놓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정문은 명징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정문의 첫 문장은 “위증교사의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이 대표가 구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법원은 600자가 넘는 결정문을 통해 기각 이유를 설명한다. 결정문에는 ‘방어권’ ‘임의성’ 등의 생소한 법률 용어가 가득하다. 첫 문장과 결론의 간극을 이해하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일까. 결정문을 두고 아전인수 해석이 난무한다. 이 대표 지지자 일부는 “결백이 증명됐다”고 자축한다. 반대로 “법원이 이 대표의 눈치를 보고 결정문을 썼다”는 주장도 있다.

    10월 7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만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김 의원은 여의도 입성 전 20여 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 쓰는 일에도 능하다.



    2018년 검사로 일하며 겪은 일을 엮은 책 ‘검사내전’을 발표했다. 쉽게 쓴 법조인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9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검사내전’의 부제는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다. 부제대로 그는 생활형 형사부 검사였고,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아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 그는 결정문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지호영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지호영 기자]

    모순투성이 결정문

    어떤 부분이 이례적인가.

    “법률가가 절대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들어 있다.”

    김 의원은 결정문의 후반부를 짚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작성된 판결문이나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을까. 내가 알기로는 없다. 이 문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어떤 부분이 모순인가.

    “공적 감시와 비판이 되는 대상을 두 글자로 줄이면 공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이에 해당한다. 결정문의 논리대로라면 이 사람들에게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과 증거가 있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정문의 초반부에는 위증교사의 혐의는 인정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대목이 있다. 법원도 이 대표의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 아닌가.

    “혐의마다 다르다. 위증교사와 백현동 관련 사건부터 설명하겠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위증교사 혐의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02년 KBS ‘추적 60분’ 담당 PD 최모 씨가 검사를 사칭하는 일을 도왔다. 당시 최씨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특혜 개발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다. 최 씨는 김 전 시장에게 전화를 하던 중 이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최 씨가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대표는 사칭할 검사 이름과 김 전 시장에게 질문할 내용을 알려줬다. 이 대표는 2004년 12월 벌금 150만원형을 받았다.

    9월 27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9월 27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오랫동안 잊힌 이 사건은 이 대표의 입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초청 KBS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 사건을 두고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으로 이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을 꼬집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대표가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재판에서 위증을 부탁하는 듯한 통화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사건은 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과 이어진다. 김 씨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결정문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이 부분부터 설명했다.

    “결정문은 위증교사 혐의는 물론이고 백현동 사건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정황 증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구속영장은 물적 증거 찾으려 내는 것

    결정문은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도 약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증거인멸과 관련된 정황증거를 보여주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황과 증언이 아니라 통화 녹음 같은 물질적 증거를 찾으려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

    구속수사 없이는 물질적 증거를 찾기 어렵나.

    “한국의 법은 피고인이 본인의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하거나 위증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 자기방어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법부는 항상 피고인이 증거인멸이나 위증을 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 대표처럼 지위가 높으면 그 의심은 더 짙어진다. 자신의 위력을 사용해 증거를 광범위하게 인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수사할수록 구속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법원은 물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적었다.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쌍방울과 연루된 대북송금 의혹과 관해서도 이해가 어려운 설명이 많다.”

    결정문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고 증언했으나 옥중서신을 통해 이를 번복했다.

    법원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임의성이 있다고 했는데.

    “임의성을 한 문장으로 고치면 ‘심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증언했다’가 된다. 법원이 대북송금에 이 대표가 개입한 정황과 증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결과는 기각이다.

    “굳이 결정문을 해석해 보자면 이 대표의 직위가 달라진 점을 본 것 같다. 위증교사가 일어난 시점에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다. 지금은 야당을 이끄는 당대표다. 그만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결정문의 내용이다.”

    권력이 있으니 오히려 증거인멸이 더 쉬울 것으로 보이는데

    “판사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문을 보면 주저흔 같은 표현이 곳곳에 보인다. 보통의 구속영장 결정문은 둘 중 하나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면 기각. 증거가 충분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면 구속이다. 이번 결정문은 증거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직접 증거가 없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그만큼 판사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판사도 직장인

    판사가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는 의미인가.

    “판사도 직장인이다. 판사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무거운 사건이었다. 이 대표가 구속이 돼버리면 야당의 운명이 바뀐다. 지도부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총선 승리도 어려워진다. 한 사람이 아니라 국회 다수당의 운명이 걸린 문제에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저서 ‘검사내전’의 한 문장이 떠오르는 답변이다.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검사내전 383쪽) 그래서일까. 김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의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기각을 만들어낸 것은 이 대표다. 자신의 개인적 비리 문제를 정쟁으로 만들었다. 당대표에 오르고 나서는 구속영장을 국회에서 부결해 달라고 직접 요청도 하지 않았나.”

    검찰은 2월에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관련 혐의였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으로 이를 벗어났다. 현직 국회의원은 국회가 동의해야 체포나 구금이 가능하다. 2월 27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결과는 부결. 이후 6월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월 불체포특권을 포기했‘었’다.

    “이 대표가 방심한 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만 구속을 피하면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3개월 만에 번복했다. 9월 1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틀 뒤인 9월 20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촉구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했는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서도 추가 증거가 나오자 이 대표가 난감해졌다. 여기에 이 전 부지사까지 증언을 내놓았다. 단식을 통해 지지자를 결집해 시간을 벌어보려 했으나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급한 마음에 포기했던 불체포특권이라도 이용하려 든 것으로 보인다.”

    9월 21일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 투표수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뉴스1]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 투표수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뉴스1]

    구속영장 청구 안 했다면 검사로서 직무유기

    구속영장이 국회는 넘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민주당은 “(검찰이) 무리한 정치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도 기각됐으나, 전부 유죄판결을 받았다. 구속기소는 수사의 방법일 뿐이다. 구속영장 기각은 이 대표의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김 의원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10월 1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실제로는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며 “구속영장 기소가 곧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설명을 하고 있다. [동아DB]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설명을 하고 있다. [동아DB]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했다고 보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가 담당 검사라도 구속영장 청구를 참지 못했을 것 같다.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면 검사로서 직무 유기다.”

    그만큼 증거가 확실하다는 의미인가.

    “결정문에서도 증거는 다 인정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영장은 기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추후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없나.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른 혐의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 구속이 실패했으니 검찰 수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나.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제시한 증거를 보면 수사는 거의 끝난 단계인 것 같다. 핵심 증언이 이미 나왔고, 법원도 결정문에서 이를 인정했다. 문제는 재판이다.”

    재판 과정이 지난해질 것이라는 의미인가.

    “이 대표는 최선을 다해 재판을 지연시킬 것이다. 수사 과정에도 핵심 관계자가 4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사를 받고 있는 관계자들의 증언도 번복이 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 이전에도 이 같은 일은 계속 있었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속 기소의 위험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은 더욱 이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증인들도 마찬가지다. 증언이 번복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8월 18일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측근들이 자주 통화한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김 전 부원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재차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말하라고 요청했으나 김 전 부원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대표가 김 전 부원장에게 “알려줘도 좋다”고 말하자 그제야 “아는 후배”라고 밝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이재명은 사법질서 농단 천재

    재판이 지연되면 이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나.

    “무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일단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의 수가 너무 많다. 관련 증거와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김 의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법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무죄판결문을 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속영장도 기각했는데 무죄판결문을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어렵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을 생각해 보자. 자녀 입시 관련 부정행위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다. 그럼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그것도 지난 정권 집권기에 내려진 판결이다. 이 사례만 봐도 이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

    무죄가 어렵다면 왜 이 대표가 재판을 지연시키려 할 것이라고 보나.

    “이 대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법적 리스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선후보로는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도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이지 않나. 자신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내용만 보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이 대표의 역정을 보면 무죄를 만들어낼 것 같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재판부를 압박하거나, 사법부 개혁을 통해 본인의 입맛에 맞는 판사만 남길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이) 과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그렇다.

    “이 대표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핵심 증인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중요한 재판에는 당의 행사를 빌미로 출석하지 않았다. 구속 위기에 놓이자 당과 지지자들을 이용해 법적 다툼을 정치 다툼으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사법농단의 천재다. 대통령이라는 더 큰 권력이 생기면 더 심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구속영장 기각, 여당에는 호재

    구속영장 기각 이후 민주당은 한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9월 27일 페이스북에 “국회는 한동훈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한다.

    “한 장관이 법을 어긴 부분이 있어야 탄핵이 될 텐데, 그런 부분이 없다. 민주당도 지지자 결집을 위해 낸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감사 이후 한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어떤 부분에서 이득이 되나.

    “국민의힘은 여당이지만 집권 이후 확실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지자들이 떠나지 않은 이유는 이 대표 때문이다. 이 대표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구속영장 기각은 다툼에서 패배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법적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야당은 이를 두고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 여당이 국민의 삶을 바꿀 정책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국민의힘에 이득이 된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환영할 일 아닌가.

    “당에는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가 크다.”

    어떤 부분이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례가 남는다. 그만큼 국민들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신동아 11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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