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연공서열은 옛말, 나이 어린 상사를 인정하라

  • 글: 김현섭 취업 전문가·스카우트 대표

    입력2004-01-29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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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공서열은 옛말, 나이 어린 상사를 인정하라
    40대 초반의 김 차장은 얼마 전 인사고과 결과를 접하고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여섯 살이나 어린 여자 후배가 자신을 제치고 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녀는 김 차장이 대리였을 때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속 후배였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김 차장은 직장 동료들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다. 인사고과를 주도했던 상사들이 한없이 미웠다. 이러한 감정은 서운함을 넘어 걱정으로 이어졌다. 사오정이 ‘45세가 정년’이란 의미로 통용되는 요즘, 이번 일이 혹시나 회사가 자신에게 권고사태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아닌지 고민스러워진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젊음과 패기를 바쳐 일했던 직장을 한순간에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아내와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고민 탓에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났던 김 차장의 얼굴에는 하루종일 그늘이 가시지 않았다.

    이번 인사고과 결과가 불편하기는 김 차장의 후배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등장한 여성 부장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승진에서 누락된 상사를 마주하기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인간적으로도 정이 많이 든 김 차장이 진급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후배들도 많았다. 신임 부장의 눈치 살피랴, 김 차장의 기분 살피랴, 자신들은 꼭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다며 수근대기도 한다.

    능력에 따른 성과급제가 일반화되고, 경기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실 날이 없는 요즘, 김 차장과 비슷한 일을 겪는 40대 직장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이 어린 외부 인사가 상사로 영입돼 직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기업 경영환경의 변화는 많은 이들을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시켰다. 해가 바뀌고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레 승진하던 기존 직장문화 속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쳐 일했던 직장인들은 그 충격과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자진해 사표를 던지는 일도 생겨났다.

    하지만 섣부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좋지 않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퇴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일시적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퇴사라는 치료법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퇴사 이후의 인생이 명확하지 않다면 다소 억울하고 상처가 되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비록 나이 어리고 나중에 입사한 후배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 설계와 자기 계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 요즘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서는 제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는 뒤처지게 마련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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