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던 소년이 중년이 되는 사이 작은 씨앗은 300여 그루의 고목으로 자랐다. 아이들 땅따먹기 하듯 조금씩 늘려간 그의 영역은 어느새 3000여 평이 되었고, 그 한가운데 살포시 들어앉은 집에선 바람에 댓잎 춤추는 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죽설헌(竹雪軒)이라는 당호가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박태후씨가 봄날 가장 좋아하는 노랑꽃창포에 둘러싸였다. 인공 연못엔 각종 물풀과 메기, 가물치, 붕어, 그리고 황소개구리가 살고 있다.
“이게 뭔 꽃인 줄 압니까? 노래는 많이 들어봤을 텐데…. 해당화예요.”
집 주위를 구경시키던 그가 많은 꽃 중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골라 물어본 모양인데, 대답이 없으니 자문자답한다. “아, 해당화가 곱게 핀….” 그가 속으로 웃지 않았을까.
“봄엔 철쭉과 노랑꽃창포가 참 예뻐요. 6월말이면 능소화가 곱게 피고, 상사화, 비비추, 옥잠화, 태산목도 여름에 예쁘죠. 가을엔 목서꽃이 피고, 겨울엔 눈꽃이 소복할 때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