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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Well-being화가 박태후 전원생활

“자연을 닮은 삶…문명은 선택적으로 즐겨요”

  • 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자연을 닮은 삶…문명은 선택적으로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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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을 이루는 데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보다 더 긴 세월이 요구됐다. 원예고 시절부터 전남 나주에 있는 아버지의 밭 두 뙈기에 씨를 뿌려 꽃과 나무를 길렀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돈이 모아지는 대로 땅을 조금씩 넓혀 나갔다. 그리고 또 씨를 뿌렸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단풍나무 종자를, 나주 불회사에서 호두와 산벚나무 종자를, 해남 대흥사에서 동백과 비자나무 종자를 옮겨왔다.

씨 뿌리던 소년이 중년이 되는 사이 작은 씨앗은 300여 그루의 고목으로 자랐다. 아이들 땅따먹기 하듯 조금씩 늘려간 그의 영역은 어느새 3000여 평이 되었고, 그 한가운데 살포시 들어앉은 집에선 바람에 댓잎 춤추는 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죽설헌(竹雪軒)이라는 당호가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자연을 닮은 삶…문명은 선택적으로 즐겨요”

박태후씨가 봄날 가장 좋아하는 노랑꽃창포에 둘러싸였다. 인공 연못엔 각종 물풀과 메기, 가물치, 붕어, 그리고 황소개구리가 살고 있다.

그는 요즘 오전 9시나 10시 무렵 느지막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팔자 좋게’ 먹고 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열매 맺도록 ‘계획적’으로 씨 뿌린 나무와 꽃, 그 열매를 따먹기 위해 몰려든 새들로 가득한 3000여 평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가꾸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물론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게 자연과 공존하는 그의 원칙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몇 시간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해야 한다.

“이게 뭔 꽃인 줄 압니까? 노래는 많이 들어봤을 텐데…. 해당화예요.”

집 주위를 구경시키던 그가 많은 꽃 중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골라 물어본 모양인데, 대답이 없으니 자문자답한다. “아, 해당화가 곱게 핀….” 그가 속으로 웃지 않았을까.



“봄엔 철쭉과 노랑꽃창포가 참 예뻐요. 6월말이면 능소화가 곱게 피고, 상사화, 비비추, 옥잠화, 태산목도 여름에 예쁘죠. 가을엔 목서꽃이 피고, 겨울엔 눈꽃이 소복할 때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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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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