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양반탈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양반탈

일러스트·박용인

누워서 웃고 있다

웃음 가득 주름살을 지으며

판박이로 고집 세게 웃고 있다

누가 양반을 버렸나

어떤 죄라도 품어주겠다는 듯



조용히 웃는 저 얼굴을 버렸나

모든 말들을 생략하고도

모든 말들을 요약한 웃음 같다



흰 도포를 입고

정자관을 쓰고

부채를 들고



위엄을 부리던 춤은 어디로

사라지고 턱주가리는 떨어져

왜 끈으로 이었는지 떨어진 턱이

하나도 애처롭지 않은

오히려 웃기는 웃음을

퍽이나 평화롭게 웃고 있다

쓰레기더미 위에 버려진 웃음이

멀쩡하게 웃고 있다

한가로이 웃고 있다

나석중

● 1938년 전북 김제 출생
●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시작
●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

● 작품집: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등




시마당

  • 많이 본 기사
  • 최신기사

매거진동아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