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나무처럼 늙어간다
달마다 생리도 없이
울컥 미련만 한 움큼씩 토해놓고
새벽잠에서 깨어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서성댄다
달이 없다 신화가 사라진 하늘에
어둠 속에서 자꾸만 흐려지는 하루
추위를 피해 떠난 바다가 그리운데
기울어진 길은 한쪽으로만 돌아보게 하고
시린 발목을 타고 오르는 냉기가 친근하다
잠들지 못하는 마을로
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울음소리
겨울이 오나보다
오석균
●1964년 서울 출생●1996년 ‘문학 21’을 통해 등단
●시집 : ‘기억하는 손금’ ‘기린을 만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