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상승장 기다리는 지금, 투자 구루 책 탐독하라

[구루의 투자법]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3-02-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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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상승장 기다리며 내공 쌓아야

    • 가치투자자들이 첫손 꼽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성장 기업 찾고 싶다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읽으라

    • 트레이딩 거물 일생 다룬 ‘어느 투자자의 회상’

    • 주식투자 거부들의 공통점 요약 ‘타이밍의 마법사’



    [Gettyimage]

    [Gettyimage]

    주식시장에 빙하기가 도래한 지 오래다. 2021년 12월 KOSPI가 3000선을 돌파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지난해 10월 2200선이 붕괴했다.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오르는 듯하던 KOSPI는 1월 3일 또다시 2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락장 한복판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지금은 주식시장에서 섣불리 나오기도, 들어가기도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공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투자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점에 가보면 주식 투자 관련 책이 쌓여 있지만 실상 볼만한 책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가운데 투자 고수들이 ‘이 책은 정말 명작!’이라고 인정하는 책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 책들은 무엇인지 같이 알아보자. 이번엔 퀀트 투자와 관련 없는 책들을 소개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퀀트 투자 관련 서적도 소개하겠다.

    가치투자 개론서 찾는다면 ‘현명한 투자자’ 추천

    한국에서 잘 알려진 유명 투자자들은 주로 가치투자를 권한다.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을 기업의 일부라고 보는데, 주식의 가격은 기업가치보다 훨씬 높거나 낮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수렴하므로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을 때 매수하고 기업가치보다 높아질 때 매도하면 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치투자 방식을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투자 구루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다. 그는 1934년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과 1949년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라는 불멸의 고전을 각각 출간했다. 두 책이 대작으로 꼽히는 것은 그레이엄이 이 책들을 쓰기 전에는 투자 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학문이란 선구자들이 개념을 만들고 새로운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이론을 조금씩 덧붙이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엄은 투자 이론 분야에서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

    이름이 알려진 투자자들은 두 번째 책인 ‘현명한 투자자’를 더 추천한다. ‘증권분석’이 딱딱한 교과서 느낌이라면 ‘현명한 투자자’는 좀 더 실전 투자에 맞게 쉽게 쓰인 책이어서다. 74년 전 쓰인 책이 세계 최대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 투자서 부분에서 아직도 2위를 달린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가치투자를 논할 때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빼놓을 수 없다. 아쉽게도 그는 책을 쓰지 않았다.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주주서한을 남기는데 1960년대부터 60년 넘게 써온 덕에 그의 투자 철학과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버핏에 대한 책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2017년 출간된 ‘워런 버핏 바이블(Warren Buffett On Business)’과 2015년 출간된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The Essays of Buffett)’이라는 책이 내용이 좋고 번역이 잘돼 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국일증권경제연구소]

    가치투자를 한다는 사람 중 피터 린치(Peter Lynch)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투자 구루 가운데 가장 대중 친화적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린치는 투자자가 일상생활에서 좋은 기업(주식)을 발견하는 방법과 잠재 매수 종목을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주식을 6개 범주로 분류하고 카테고리별로 무엇을 보고 사고팔아야 하는지 매우 쉽게 설명해 준다. 내가 만난 유명한 투자자 중 린치가 2000년에 출간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One Up on Wall Street)’을 읽어보지 않거나, 본인의 투자에 그가 설명한 기법 중 상당 부분을 포함하지 않은 이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2004년 처음 읽은 주식 책도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버핏은 그레이엄의 학생이었고, 그레이엄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버핏은 필립 피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레이엄은 주로 ‘눈에 보이는’ ‘계량화 가능한’ 자산과 이익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했다. 반면 피셔는 기업의 ‘성장성’을 중요시 여기고 경영진, 상품, 산업, 경쟁자 등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수십 년 동안 수백 배 성장할 기업들을 찾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한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 모토롤라(Motorola) 같은 주식으로 수백 배를 벌었다. 피셔의 대표작은 1958년 출간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다.

    그런데 투자 구루들이 쓴 책들은 투자와 관련한 기초지식과 전문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한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시대적 배경지식이 없는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2022년 12월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위 네 구루의 투자 이론을 종합해 ‘거인의 어깨’라는 책을 출간했으니, 이 책을 먼저 읽고 거장들의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단타로 수익 얻고 싶다면 ‘투자의 원칙’부터

    가치투자자들의 책을 읽어보면 가치투자가 유일하게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인 것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보통 가치투자자 중 유명한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 15~30% 정도인데, 트레이딩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번다(고만 말하겠다). 그들에게 ‘위대한 트레이딩 서적’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책이 몇 권 있다.

    역사상 위대한 트레이더로 알려져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다. 그는 열네 살에 버킷숍(주식을 직접 사는 건 아니고 주식 시세에 베팅할 수 있었던 사설 도박장)에서 시세 적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세를 적다 보니 주가가 오르기 전 어떤 특징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곤 20세기 초반 혼자서 주식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이 됐다.

    투자의 원칙. [페이지2북스][

    투자의 원칙. [페이지2북스][

    리버모어가 직접 쓴 책은 1940년 출간한 ‘투자의 원칙(How to Trade in Stocks)’이 있다. 에드윈 르페브르가 리버모어의 인생을 소설로 쓴 ‘어느 투자자의 회상(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도 매우 유명하다. 트레이더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책이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리버모어가 직접 투자하는 노하우를 상당 부분 공개한 ‘투자의 원칙’을 더 선호한다.

    ‘박스 이론’의 창시자인 투자 고수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의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How I Made $2,500,000 in the Stock Market)’는 제목은 촌스럽지만 매우 훌륭한 책이다. 저자는 원래 무용가였는데 우연히 주식에 발을 담그게 됐다. 처음엔 배경지식이 없어서 초보들이 하는 실수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수차례 큰 실패를 겪은 그는 훗날 ‘다비스 박스 이론’을 만들어 250만 달러를 버는 데 성공한다. 참고로 1950년대 250만 달러는 지금의 100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비스가 완전 주식 초보에서 초고수가 되는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책에는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위해 필요한 모든 내용이 적혀 있다.

    윌리엄 오닐. [William O’Neil + Company]

    윌리엄 오닐. [William O’Neil + Company]

    아마 트레이딩 계열에서 최고의 책은 윌리엄 오닐(Willaim O’Neill)의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이 아닌가 싶다. 그는 ‘CANSLIM’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실전 투자 대회에서 우승한 트레이더 중 상당 부분이 ‘오닐류(流)’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라이언(David Ryan), 마크 미너비니(Mark Minervini), 댄 쟁거(Dan Zanger) 등이 오닐과 매우 흡사한 방법으로 거래한다.

    거부들의 투자 정수 담긴 ‘시장의 마법사’

    마지막으로 잭 슈웨거(Jack Schwagter)의 ‘시장의 마법사(Market Wizards: Interviews with Top Traders)’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슈웨거는 30년에 걸쳐서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서 돈 좀 벌었다는 사람’을 다 찾아다니며 직접 인터뷰를 해 그들의 비밀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는 인터뷰를 정리해 총 4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가르친 요점을 정리해 ‘타이밍의 마법사들(The Little Book of Market Wizards)’에 담았다.

    그가 인터뷰한 투자자 중 리처드 데니스(Richard Dennis),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에드 세이코타(Ed Seykota), 마크 와인슈타인(Mark Weinstein), 래리 하이트(Larry Hite), 마이클 슈타인하트(Michael Steinhardt), 윌리엄 오닐(Willaim O’Neill), 데이비드 라이언(David Lyon), 짐 로저스(Jim Rogers),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톰 바소(Tom Basso), 린다 라쉬케(Linda Raschke), 빅터 스페란데오(Victor Sperandeo), 조엘 그린블라트(Joel Greenblatt), 레이 달리오(Ray Dalio), 에드 소프(Edward Thorp), 마크 미너비니(Mark Minervini), 데이비드 쇼(David Shaw), 스티브 코엔(Steve Cohen)은 전설 중 전설이라고 볼 수 있다. 5권을 다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간이 없으면 ‘타이밍의 마법사들’ 정도는 꼭 추천한다.

    참고로 현존 최고의 트레이더는 2021년 미국 투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마크 미너비니일 것이다. 아직 국내에 출간된 그의 번역본은 없는데 지금 대표작이 번역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번역본이 나오면 꼭 사보시길.

    놀랍게도 대부분 트레이딩 서적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모든 투자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상승장이 오면 열심히 투자해 돈을 벌고, 하락장에는 투자를 중단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상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내공’을 쌓는 것이다. 이제 하락장이 막바지에 온 것 같은데, 다음 상승장을 대비해 위에 소개한 책들을 읽으면서 내공을 쌓는 것은 어떨까.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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