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1932년 탄생한 보그너(BOGNER)를 빼놓을 수 없다. 보그너는 90년 역사가 증명하듯 감각 디자인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유러피언 감성을 지켜온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다. 처음에는 뮌헨 지역에서 소량 생산하는 업체로 출발했으나 스포츠와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념이 있었기에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을 듣는다.
2012년 동계올림픽에 보그너가 만든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Gettyimage]
1937년 윌리 보그너 시니어는 브랜드 보그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마리아 럭스(Maria Lux)와 결혼했다. 보그너의 첫 번째 컬렉션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인 1948년 뮌헨에 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열렸다. 독일에서 화폐개혁 4개월 후 마리아 보그너를 포함한 보그너의 모델들은 목재로 만들어진 런웨이 위에서 스포츠 의류의 탄생을 축하했다.
‘보그너의 전설’ 마리아 보그너의 힘
1951년 '그라치아' 표지를 장식한 마리아 보그너(왼쪽). [보그너 홈페이지]
1955년 마리아 보그너가 미국의 선밸리에서 스키 휴가를 보내는 동안 많은 미국 스키어는 그녀에게 양모와 나일론으로 만든 얇고 신축성이 좋은 스키복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 달라고 했고, 이후 미국에서 ‘보그너스(Bogners)’의 전설을 확립했다. 미국에서 ‘보그너스’라는 말은 여성용 스키 팬츠의 동의어로 사전에 등재됐다. 마리아 보그너는 1950년대 여성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바지를 대중화시켰다. 1950년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매릴린 먼로, 제인 맨스필드, 리즈 테일러 등도 보그너를 착용했다. 1955년 마리아 보그너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들어간 바람막이와 스트레치 팬츠에 알파벳 ‘B’ 로고를 추가했다. 이후 보그너의 머리글자인 알파벳 B는 재킷, 모자, 선글라스, 심지어 목걸이 펜던트로 사용되며 보그너의 상징이자 세련된 럭셔리 스포츠 패션의 상징이 됐다.
우주여행이 시작된 1957년 마리아 보그너는 클래식 다운 재킷을 개발했다. 원래 스키 재킷으로 제작된 이 재킷은 눈 위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이는 스포츠와 패션의 공생을 보여주는 보그너 스타일의 전형적 예다. 1961년 미국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는 마리아 보그너가 착용하며 유명해진 보그너 팬츠에 대해 “그 밝은 자홍색과 연두색 색조가 오래된 회색, 검은색, 갈색 스키 팬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1980년 매릴린 먼로 등 유명인을 그린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초상화 시리즈에도 마리아 보그너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초의 스키 뮤지컬 영화 제작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1989년 최초의 스포츠 영화 '파이어 앤드 아이스'를 제작해 극장에서 선보였다. [보그너 홈페이지]
보그너 창업주의 아들 윌리 보그너 주니어. [Gettyimage]
영화 ‘스키 타는 것의 매력’은 이전 스포츠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합을 선보인 최초의 ‘스키 뮤지컬’이었다.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예술성 있는 안무, 스케치, 스키 발레를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로 촬영했다. 이는 1969년 제임스 본드 영화 ‘여왕폐하 대작전’에 윌리 보그너 주니어가 고용된 이유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40편이 넘는 영화와 패션 촬영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4편의 본드 영화에서 스키 타는 장면의 연출과 촬영을 담당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4편의 영화에서 007 제임스 본드는 보그너의 스키복을 입었다.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1986년 최초의 스포츠 영화 ‘파이어 앤드 아이스(Fire and Ice)’를 영화관에 선보였다. 2001년 개봉된 영화 ‘스키 투 더 맥스(Ski to the Max)’는 히말라야, 미국, 캐나다의 웅장한 산악 풍경과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숨막히는 액션을 결합한 작품으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이 창의적인 하이테크 영화는 일반적으로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몇 배 더 큰 아이맥스(IMAX) 스크린에서 선보일 목적으로 특별히 촬영됐다.
스포츠와 패션의 질적 향상 이끈 혁신
스키와 스키복이 동일한 그래픽을 갖춘 토털 룩. [보그너 홈페이지]
1977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는 미국에서 뮌헨으로 돌아와 회사를 경영한다. 1984년에는 ‘토털 룩(Total Look)’이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스키와 스키복이 동일한 그래픽을 갖춘 최초의 디자인 유닛으로 출시됐다. 1985년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그래피티와 브레이크댄스 문화뿐만 아니라 키스 헤링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수련 연못, 수정 같은 얼음 봉우리, 황금 덩어리, 그래픽적인 나선형을 흰색 스키복에 표현해 ‘보디(body) 아트’ 프로젝트를 위한 창의적인 일회성 제품으로 변신시켰다.
보그너와 예술계의 긴밀한 관계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다하우(Dachau) 출신의 래커 예술가 발터 마우어(Walter Maurer)가 뮌헨의 보그너 건물 벽을 디자인했다. 보그너는 FIRE+ICE 2021년 F/W 컬렉션에서 아티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장 빈센트 시모네(Jean-Vincent Simonet)와 협업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산 위의 한겨울 추위는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견디기 힘든 부분이다.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항상 최신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1986/87년 겨울 시즌 그는 추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는, 보온 팩을 갖춘 최초의 스키복 ‘보온 시스템’을 선보였다. 매우 얇은 보그너 조끼의 뒷면 라이닝에는 움직일 수 있는 열 전도체가 미세하게 장착됐다. 측면 주머니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배터리는 추운 날 6시간 동안 등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전원을 공급했다. 1997년에는 추운 날씨에 부풀려 스키복의 단열 특성을 눈에 띄게 향상할 수 있는 얇은 스키 조끼인 ‘에어 컴포트 시스템(ACS)’을 출시했다. 2002년 샌드위치 재킷의 트윈셸 구조는 최초로 스포츠 웨어에 고어텍스(Gore-Tex) 혁신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샌드위치 재킷은 2개의 샌드위치 층이 형성돼 바깥층은 바람과 물을 차단하고 수분을 신체에서 표면으로 운반하며, 내부층은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이전보다 월등히 우수한 통기성을 갖추게 했다.
2020년 보그너는 ‘보그너 X 오슬람(BOGNER x Osram)’ 컬렉션에서 뒷면에 LED 조명 시스템이 통합된 혁신적인 미드 시즌 재킷을 출시해 어둠 속에서도 스타일리시한 맵시를 자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우아함과 스포티함의 이중주
고타딘 안드레아스 틸먼. [Gettyimage]
2002년 독일 베를린에서 보수된 브란덴부르크 문을 공개하기 위해 열린 행사. [Gettyimage]
2004년 윌리 보그너 주니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혁신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완전한 스키를 개발했다. 그는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사나무로 만든 오래된 서핑보드에 감탄했고, 이 보드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스키를 원했다. 몇 가지 실험 끝에 그는 대나무를 재료로 결정했고, 고품질 인장 소재를 페놀, 타이타날 및 유리섬유와 결합해 최상급 스키인 ‘보그너 뱀부(BOGNER Bamboo)’를 개발했다. 이는 스타일과 기능의 독특한 결합으로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디자인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골드 부문을 수상했다. 2007년 회사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윌리 보그너 주니어와 그의 아내 소니아 보그너(So^nia Bogner)는 ‘미래 슈츠(Future Suits)’를 통해 미래를 현재로 가져왔다. 흰색과 은색의 환상적 스키복은 우주복의 고전적인 색상으로 빛났을 뿐만 아니라 태양 에너지에서 생성된 전력을 사용하는 야광 LED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2013년 보그너가 18번 연속으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독일 올림픽 팀을 위한 공식 유니폼 제작 회사로 선정됐다.
전통과 역사를 가진 브랜드 보그너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과 미국, 아시아 등 47개의 월드 와이드 채널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국내 보그인터내셔날은 2002년 독점 라이선스를 통해 보그너 골프 웨어를 한국에 론칭했다. 보그너 골프 웨어는 5대 백화점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AK 등 주요 지점에 입점해 있다. 2021년 보그인터내셔날은 보그너 한국 론칭 20주년을 맞이해 보그너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라인인 ‘파이어 앤 아이스’를 별도 브랜드로 론칭했다. 브랜드 ‘파이어 앤 아이스’는 산이나 바다, 일상 등 장소에 구애하지 않고 다양한 레저 활동 및 라이프 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테크니컬 캐주얼을 제안했다. 보그너가 추구하는 감각적이면서도 기능적인 패션은 겨울철 스키 슬로프는 물론이고 스키 후 스키장에서도 멋진 룩을 선사한다. 여름철 골프 코스, 테니스 코트, 대도시의 바, 레스토랑, 골목길 등 모든 상황과 장소에 적합한 우아함과 스포티함의 결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