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화가 국내 방송을 통해 소개되려면 먼저 번역을 한 뒤 성우들의 더빙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코끼리 사나이’의 주인공 상태는 최악이었다. 입이 돌아가 반쯤 열린 입술 사이로 말을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침과 이를 다시 빨아들이는 훌쩍거림…. 아무리 숙달된 성우라도 번역된 대사로 입 맞추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이런 소리까지 전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 주인공역을 맡았던 성우는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쪽 볼에 알사탕을 물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일그러진 입으로 침 흘리며 말하고 훌쩍거리는 주인공이 마치 한국말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면 좀 과장일까.
그 때 그 성우가 바로 배한성(裵漢星·57)씨다. ‘목소리의 마술사’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나이’. 아무 이유 없이 그에게 이런 최고의 찬사가 붙은 게 아니다. 물론 타고난 목소리 덕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 그리고 도전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찬사다.
월북한 아버지며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던 어린 시절도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다. 그는 ‘동아일보’ 배달소년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배달하며 공부해서인지 지금도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나태한 꼴은 절대 못 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도 그런 태도가 묻어난다.
외화 더빙 작업을 할 때 영화 속 인물의 성격을 분석해내는 그의 치밀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시켰다. ‘형사 콜롬보’ ‘맥가이버’ ‘아마데우스’ ‘스타스키와 허치’ ‘빠삐용’ ‘형사 가제트’ 등 수많은 작품에서 그의 목소리 연기는 실제 연기자를 압도할 정도였다. ‘형사 콜롬보’의 주연 피터 포크와 ‘맥가이버’의 리처드 딘 앤더슨이 지금 국내 TV에 출연해 더빙 없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면 ‘목소리가 원래 저랬나’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의 음식솜씨는 어떨까. 배한성씨가 들고 나온 요리는 깐쇼새우. 경기도 평촌 집 인근에 위치한 중화요리점 ‘희래등’ 사장 이재희(李在熙·53)씨에게 한 수 배운 솜씨다. 두 사람은 배씨가 이씨를 ‘바이올린과 자장면’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에 소개하면서 가까워졌다. 이씨는 자장면을 빼는 솜씨만큼 바이올린을 켜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깐쇼새우 요리에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새우가 적합하다. 이보다 조금 큰 중새우도 괜찮다. 먼저 새우의 껍질을 꼬리 부분만 남기고 벗긴다. 중새우의 경우 속까지 잘 익도록 새우 등에 세로로 절반깊이의 칼집을 낸다. 그리고 풀어놓은 계란과 녹말가루에 새우를 넣어 골고루 잘 묻혀 기름에 튀겨둔다.
이 요리의 키포인트는 소스. 대파와 당근 버섯 빨간고추 피망 오이 죽순 샐러리 등 갖은 야채를 잘 다진다. 열이 잘 전달되는 중국냄비나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따라 적당히 가열한 후 다져놓은 야채를 넣어 익힌다. 다진 마늘은 잠시 불을 끈 후 넣는 것이 좋다. 불이 너무 세면 자칫 마늘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