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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오감을 사로잡는 감미로운 선율의 향연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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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김 교수와 단원들이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할 곡을 놓고 상의하고 있다. 음악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통로다.

김 교수에게도 ‘끔찍한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것. 아버지의 사업 실패까지 겹쳐 유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서 음악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팔아치우고 충무로에서 음악다방을 경영했지만 1년 반 만에 거덜이 났다. 영화 카메라맨이 되려고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인연으로 만난 초대 주한독일문화원장 한스 찰만의 주선으로 국비 유학을 떠남으로써 그의 방황도 끝이 난다.

김 교수가 스파게티를 처음 접한 것은 독일 유학생활 때다. 가난한 외국 유학생에게 값싸고 맛있는 스파게티는 더없이 훌륭한 음식이었다. 그는 이제 한국음식 못지않게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가끔은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의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 다진 마늘과 파를 넣은 한국식 퓨전스파게티를 즐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소스 만들기. 연어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꽃새우는 껍데기를 벗긴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양송이와 파는 잘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프라이팬에 포도씨 기름을 두르고 연어와 새우를 볶은 후 양송이를 함께 볶는다. 그 위에 향신료의 일종인 바질(basil)과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화이트 와인을 조금 넣어 끓이면서 잘 섞는다. 그 다음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생크림을 듬뿍 부은 후 중불에 끓인다. 이때 바닥에 눌지 않도록 잘 저어야 한다.

다음은 스파게티 면 익히기. 김 교수는 스파게티 대신 마카로니를 쓴다. 마카로니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이탈리아 파스타 중의 한 종류. 스파게티나 마카로니는 알맞게 삶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쫄깃쫄깃할 정도로 대략 10분 정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알맞게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카로니를 천장으로 던져 본다고 한다.곧바로 떨어지면 덜 삶아진 것이고, 잠시 붙었다가 떨어지면 제대로 삶아진 것이라는 것. 면이 다 익으면 준비된 소스에 넣고 한소금 끓이면 요리는 끝.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김민 교수와 바로크합주단 단원들이 소스 맛을 보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패밀리’라 부른다.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쫄깃쫄깃 씹히는 마카로니, 그리고 연어와 꽃새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야채샐러드와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음악 외길 인생 50여년. 긴 세월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김 교수는 “언제부턴가 자의반 타의반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정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마무리라는 이야기다.

“바로크합주단은 사단법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터전이 마련된 것 같아요. 이제 지난해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코리안심포니를, 세계적인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아시아에서만큼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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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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