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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항암치료제‘쎄라젠’ 개발한 재미의학자 김재호

“췌장암 이긴 힘은 ‘99% 실패보다 1% 성공 가능성’ 믿은 것”

차세대 항암치료제‘쎄라젠’ 개발한 재미의학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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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수재’로 통하던 스물네 살 청년은 ‘국비 유학생 1호’로 미국에 갔다.
  • 저명한 암 전문의로 성장한 그에게 청천벽력같이 내려진 암 선고.
  • 췌장, 위, 소장, 담낭 조직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으며, 그는 2년만 더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 수술 후 17년. 기적처럼 살아남은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저 작은 희망을 보며 달려왔다”고.
차세대 항암치료제‘쎄라젠’ 개발한 재미의학자 김재호
성성한 백발과 꼿꼿한 품새는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도전과 고난, 성취로 이어진 지난 인생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도 않는다. “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는 이 70대 재미(在美)의학자는 은퇴를 모른 채 오직 항암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헨리포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책임자인 김재호(75) 박사의 얘기다.

51년째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재호 박사가 10월 한국을 찾았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진행 중인 차세대 유전자 항암 치료제 ‘쎄라젠’의 임상 실험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쎄라젠은 복제 가능한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해 CD와 TK 등 2개의 유전자를 암세포에 주입하면 두 유전자가 암세포와 ‘동반 자살’ 해 암세포를 죽이는 ‘이중자살 유전자’ 원리를 이용한 치료제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뉴젠팜과 헨리포드병원은 1999년부터 쎄라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헨리포드병원과 존스홉킨스 암센터 등 전립선 환자들을 대상으로 쎄라젠 2/3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90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할 만큼 기대가 높은 임상실험 프로젝트다. 한국의 이대목동병원(담당 서현숙 교수·현 병원장)과 중앙대병원(담당 김세철 교수·전 병원장)에서는 전립선암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쎄라젠 2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 임상이 성공한다면, 수술하지 않고 전립선암을 치료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기자가 김 박사의 삶에 주목한 것은 이 연구 성과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비 유학생 1호’인 그가 학자로서 걸어온 길은 후학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3기 췌장암을 극복한 그의 기적 같은 사연은 귀가 번쩍 뜨이게 했다. 김 박사를 기자에게 처음 소개한 지인도 그의 투병 사실을 몰랐다.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조용한 성품 탓이다.



“여생을 암환자를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김 박사를 이틀에 걸쳐 만났다. 개인사를 털어놓기 주저하던 그에게 ‘암 극복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듣기 위해서였다. “암을 이겨낸 경험이 많은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기자의 설득에 그는 공감했다.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 김 박사의 인생 여정은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우리나라 국비 유학생 1호

김재호 박사는 1935년생이다. 국문학자인 고(故) 김사엽 경북대 대학원장의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사엽 선생은 한국 고전문학에 정통한 ‘국문학의 선구자’로 통한다. 한일문화교류에 앞장서며, 일본문화와 세시풍속의 원류가 한국에서 유래했음을 밝힌 업적으로도 유명하다.

▼ 부친께 영향을 많이 받으셨지요?

“부친께서 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제일 좋다’고 강조하셨어요. 그 모토는 제가 우리 집 애들에게도 강조하는 것이지요.”

▼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일제강점기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일본말로 하면 ‘마지메(眞面目)’였어요. 말썽 안 부리고 착실한 학생이었죠. 초등학교에서 월반을 하고 자격시험을 봐서 경북중에 들어갔어요. 경북고에 입학하던 해 6·25전쟁이 터졌죠. 경주 쪽으로 피난 가 인민군 밑에서 4개월을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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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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