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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준비하게 한 ‘미래학’ 바이블

인류의 미래 준비하게 한 ‘미래학’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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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예측력

토플러는 21세기 미래산업으로 우주, 정보통신, 생명공학, 해양을 꼽았다. ‘제3의 물결’은 핵발전소보다 태양열이나 지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오늘날 하나의 거센 물결이 전 세계에 밀어닥치고 있다”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도입부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선언으로 시작한 이 책은 ‘정보화사회’라는 말을 일상적 언어로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80년 3월 미국에서 발표된 뒤 1990년대 초반 이미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000만 부 넘게 팔려 미래학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한국어 번역판이 나온 것은 영어판 출간 1년도 채 되지 않은 1981년 1월이었다. 그만큼 이 책이 세계 지식사회에 던진 충격은 컸다. 그가 예측한 현상이 빠짐없이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다.

3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지금 읽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그대로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토플러의 예측 능력이 탁월하다는 방증이다. 당시 세계는 저명한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존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1977년 출간)라는 저작이 주목받을 만큼 앞날이 불투명했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였던 반면 일본과 독일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1990년 이후 출판사를 경영했던 윤창 하이브레인 대표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과 이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토플러가 내다봤던 패러다임의 변화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느끼게 됐다고 회고한다. 그는 고3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저자의 현실감각과 간결한 문장, 친화력 높은 서술양식이다. 용접공, 노동조합 신문기자, ‘포춘’지 편집자, 대학교수, 문필가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이 녹아 있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간다.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흐름을 참신한 개념, 해박한 지식, 간명한 논리로 설명했으며 흥미로운 사례들이 속담, 영화 같은 얘기와 버무려져 있다.



훗날 세계의 정치지도자들과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이 책에서 충격을 받고 미래를 대비해나갔다고 고백했다. 미국에서 가장 열렬한 ‘제3의 물결’ 신봉자는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었다. 깅리치는 1995~1996년 104대 미 연방의회에서 ‘제3의 물결’을 뒷받침하는 입법 활동과 정치개혁에 앞장섰다. 깅리치 의장의 전반적인 사고체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 토플러였다.

중국인에게 큰영향

이 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 톈안먼 사태 당시 유혈진압에 반대했다가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980년대 초 당 내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제3의 물결’ 판매금지조치를 풀어줬다. 당시 이 책은 ‘서방의 정신적 오염’으로 지목돼 중국에서 판금됐다. 중국에서 ‘개혁주의 지식인들의 바이블’로 불린 이 책은 해금 조치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0년대 중국인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국 도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토플러도 자신의 저서가 미국보다 중국에서 훨씬 잘 이해됐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아 청주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이 책을 읽고 정보화에 눈을 뜨게 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어 정보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토플러를 청와대로 초청해 그의 식견을 직접 들을 정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1980년대 초반 ‘제3의 물결’을 읽고 지식정보화의 미래에 대해 처음 접했다고 토로했다. 탈북자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도 “북한에서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기업인에게 미친 영향은 훨씬 컸다. ‘제3의 물결’을 읽고 더없이 깊은 감명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스티브 케이스 AOA 창업자는 AOL-타임워너 합병 발표 후 회원들에게 쓴 편지에서 “세계 제1의 미디어인 타임워너와의 제휴로 여러분은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희망찬 포부를 천명하기도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이 책을 19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이 책에서 ‘미래의 권력은 지식’이라는 대목을 읽고 마치 뒷머리에 둔기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신동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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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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