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호

[시마당] 흡혈 짐승

  • 김지은

    입력2026-01-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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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입술을 갈랐던 영원이라는 말 

    날카로운 빛으로 쏟아져 

    절대 똑바로 쳐다보지 마시오 

    내용물이 눈 또는 피부에 닿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경고가 

    들어올 리 없잖아  

    눈이 

    멀었어 

    깊이 잠든 소년의 머리칼 사이를 더듬으며 

    나아가던 밤의 겨드랑이를 핥으면 

    날개가 돋아날 거란 믿음은

    갈고리가 되어 

    어디든 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날의 아침 

    어떤 냄새의 안개가 필요하니 

    설백 유백 난백 

    가장자리에 가까운 

    색채의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내 손끝에서 돋아나는 게 

    너의 피부를 찢고 파고들고 뿌리를 내릴까 

    자르지 않으면 

    부러뜨리지 않고 길러낼 수 있다면 

    자기야 내 사랑이 충분히 난폭했니 

    이제 그만 감은 눈을 뜨고 

    손 좀 잡아주면 안 될까

    나는 파랑을 집어 들어, 소란이라 

    읽고 싶었다  

    김지은
    ● 1985년 경기도 평택 출생
    ● 2015년 현대시학 등단
    ● 2022년 시집 ‘페이퍼 돌’ 발표


    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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