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이냐, ‘안정형’이냐…나만의 전략 필수!
연평균 9% 황금비율…‘주식 60, 채권 40’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 따르는 법
시대 변화에 맞춘 응용과 변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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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탄생 배경
1952년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25세의 청년이 박사 논문 심사를 받고 있었다. 그 앞에는 경제학 분야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프리드먼 교수가 그에게 다음과 같은 일침을 날렸다.“미안하지만 자네에게 경제학 박사학위를 줄 수가 없겠군. 이건 경제학 논문이라고 할 수가 없네. 경제학은 물론 경영학, 수학, 철학, 문학도 더더욱 아니라네!”
이런 수모를 당한 청년이 바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대가이자 199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다. 그는 결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냈다.
‘High Risk, High Return!’ 언제부턴가 투자업계를 넘어 일상용어가 돼버린 이 문장은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투자자 A는 C라는 회사에 투자금 전부를 걸었고, 투자자 B는 회사 C를 포함해 10개 회사에 각각 10%씩 분산 투자했다. 극단적 사례를 들자면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주식을 가진 C라는 회사가 도산했다 치자. 그러면 A는 투자금 전부를, B는 투자금의 10%를 잃게 된다. A는 재기가 어렵지만 B는 손실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B가 10개 회사가 아닌 20개 회사에 5%씩 분산 투자했다면 입게 되는 물질적·정신적 타격은 더욱 적다. 많은 이들이 자산 배분과 분산투자를 헷갈려 하는데 위는 자산 배분이 아닌 분산투자를 설명하는 사례다. 그렇다면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기본과 응용
해리 마코위츠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실제 투자에서 위험을 줄이면서 기대수익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유지할 방법이 없을까?’ 대단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누구라도 투자를 하다 보면 드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조합하면 안정성은 높아지면서도 수익은 방어가 된다는 것이다.마코위츠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복잡한 수식과 도표, 그림을 활용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설명했지만 우리는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없다. 그 결과가 무엇이고 여전히 유용한지만 알면 그뿐이다. 결과를 말하자면, ‘주식에 60%, 채권에 40%’로 자산을 배분하는 게 황금비율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이는 실제 투자 세계에서도 수십 년 동안 검증됐고, 현재도 여전히 통용된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검증된 황금비율은 천하무적의 포트폴리오일까.
실제로 미국 시장 기준으로 1972년부터 50년 동안 ‘주식 60, 채권 40’ 비율로 자산을 분산하는 기본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자산시장에 적용한 백 테스트(모의 시뮬레이션 평가) 결과도 연평균 5% 이상의 준수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란 무엇일까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때 ‘투자자 정보 확인서’라는 일종의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이는 계좌 개설자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이용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투자는 증권회사의 전산으로 강제 제한해 투자자를 보호하도록 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아래의 표와 같이 5개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종합하면 위의 포트폴리오는 주식 14, 채권 86의 비중을 가진 매우 불균형한 구조가 된다. 물론 기본 포트폴리오와 괴리가 크고 불균형하다고 해서 나쁜 포트폴리오로 단정할 순 없다. 현재 기준으로 해당 포트폴리오는 대략 연 3% 후반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역시 은행 예금금리의 2배에 달하는 나쁘지 않은 기대 수익률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문제는 주로 이런 것이다. 본인의 투자성향은 ‘위험 중립형’이지만 목표로 하는 수익률은 ‘공격 투자형’인 사람이 매우 많다. 자신의 투자 성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3% 후반대지만 실제로는 연 10%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리적 위험 회피 vs 탐욕
목표 수익률 괴리의 근본 원인은 투자자의 심리에서 시작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위험 중립형 성향은 보통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일부만 손실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를 말한다.이들에게 통상적인 손실 허용 범위는 –5 ~ -15% 수준에 불과하다. 상기했듯이 자산의 일부가 손실 허용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일부에서 실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자산이 손실을 입을 확률은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인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 사례들을 접하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서 10%의 수익률이 위험을 감수한 대가가 아니라 누구나 달성 가능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지만 높은 수익을 원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이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본인의 성향을 배신하는 위험한 행위를 시작하게 된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본인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등급의 투자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이다. 과감하게 주식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이다 보면 어느새 기본 포트폴리오 정도가 만들어진다. 사실 이는 단어에서처럼 장기투자를 했을 때 별 무리가 없는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포트폴리오지만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이들이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다음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식자산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는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되거나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예: 금융위기, 금리인상)에 직면했을 때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생기는데 여기에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원래 큰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큰 손실을 보고 있는가?’ 라는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인지부조화와 손실 회피 성향이 극대화하면서 투자자산을 급하게 현금화해 손실을 확정 짓는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운이 나빠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장기간 투자활동을 이어간다면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투자 성향에 대한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를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규정했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탐욕을 경계하고 그에 맞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
어쩌면 나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은 경제학이나 수학보다는 철학 또는 심리학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자신의 정확한 투자성향을 알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투자 경험치가 반드시 필요하니 하루빨리 다양한 투자를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 1986년 경남 마산 출생
●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
● 전 골든트리투자자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총괄이사
● 유튜브 채널 ‘박곰희TV’ 운영(구독자 수 86만 명)
● 저서: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