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충실한 자료, 균형잡힌 시각 돋보여

  • 글: 이철순 대전대 교수·정치학 ji513@chollian.net

    입력2003-05-27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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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지금 한국에선 주한미군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것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발생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반미 정서가 고양되고 자연히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국인들 사이에 급격히 번져나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우파들은 한국인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마치 미군 철수의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인들이 져야 한다는 듯한 태도다. 전면 철수는 아니더라도 감축 내지 후방 배치는 곧 있으리라는 예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한미동맹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현 시점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가에 대해 양식 있는 사람들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미동맹과 그 실질적 핵심인 주한미군 문제를 차분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 핵심 분석

    시의적절하게도, 이런 예민한 시점에 주한미군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연구서가 나왔다. 24년 전인 1979년에 ‘서울신문’ 취재반이 ‘주한미군 30년: 1945∼1978’을, 1990년엔 ‘동아일보’ 특별취재반이 ‘철저해부 주한미군’이란 책을 펴낸 적이 있으나 학자들의 연구서는 아니었다.

    학자들에 의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1996년에 ‘주한미군과 한미안보협력’이란 제목으로 세종연구소에서 출간된 적이 있으나 그 연구범위가 이번에 출간된 ‘주한미군: 역사, 쟁점, 전망’(김일영·조성렬 지음, 한울아카데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앞의 책이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 데 비해 뒤의 책은 아홉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한미군과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핵심적 주제를 거의 다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부 ‘주한미군의 등장과 변화’에서는 한미동맹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주한미군의 규모, 편제, 운용방식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한미군과 핵전력의 변화도 살폈다.

    제2부 ‘주한미군의 현황과 쟁점’에서는 먼저 거시적 접근으로 냉전 이후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주한미군을 다뤘다. 이어서 주한미군의 안보적 역할과 연합방위태세도 언급했다. 다음으로 한미동맹에 도전요인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소파 재개정 문제,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문제, 미군기지 통폐합 및 이전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고 있다.

    제3부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단계에서의 주한미군’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주한미군은 평화유지군의 옷을 입은 동맹군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외교와 군사 두 측면에서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를 논하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 책을 자세히 검토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평자도 이를 변명 삼아 주로 결론 부분을 중심으로 이 책을 개관하고자 한다. 결론 부분을 다루기에 앞서 앞의 주제들 가운데서 우리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한 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김일영 교수는 제1장에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북한을 점령했을 때 1950년 10월7일의 유엔결의안에 의거해 유엔군이 점령과 통치의 주체임을 주장했다고 쓰고 있다. 즉 미국은 당시 ‘한국의 역할은 인정하나 총선 실시 전에 주권이 확대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면서 ‘유엔군 사령관의 통치 하에 총선을 실시한 다음 한국정부에 관할권을 인계하고 유엔군은 철수하겠다’는 북한점령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북한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북한에 대한 통치 주체와 관련하여 선례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핵심 부분이자 우리에게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곳은 역시 결론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다. 다른 공저자인 조성렬 박사는 탈냉전 이후엔 냉전형 동맹관계가 21세기 전략환경에 맞춰 새롭게 재정의되는 경향이 있고, 이미 나토(NATO)와 미일동맹은 재정의됐다고 한다. 따라서 전형적인 냉전형 동맹관계인 한미동맹도 새로운 국제환경에 맞게 재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맹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재정의 방법 외에도 첫째 새로운 동맹을 찾아나서는 길, 둘째 독자적인 군사력 증강을 통해 자주국방을 이룩하는 길이 있으나 전자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 중국에 대한 신뢰부족 때문에 선택가능성이 없으며 후자는 자칫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비현실적이라 지적한다.

    주한미군은 국제·남북간 군사분쟁 방지에 필수

    조박사는 한미동맹관계를 재정의하는 시나리오에는 첫째 동맹의 강화, 둘째 동맹의 유연화, 셋째 미군 없는 정치동맹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동맹의 유연화라고 지적한다. 우선, ‘동맹의 강화’란 동맹의 재확인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반테러 국제연대에 적극 동참하는 형태로 동맹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미동맹의 군사적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지역의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나 국제테러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전략에 맞춰지도록 강화된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론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북한을 ‘불량국가’ ‘테러지원국’ ‘핵 선제공격 대상국’으로 지명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미군 없는 정치동맹’으로 한미동맹을 재정의하는 시나리오는 미군의 한국 내 시설의 자유로운 접근, 유사시에 대비한 합동군사훈련, 군사고문단의 체류 등은 보장하되 주한미군은 지상군이나 공군 할 것 없이 완전히 철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의 문제점은, 이 안으로 인해 미군의 한반도 전방 전개가 사라지게 되면 이는 곧바로 주일미군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제3사단의 철수 압력이 거세지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행했던 지역의 균형자, 안정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 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국제적인 평화보장과 평화관리 기구에 강대국의 참가가 필수적인 상황인데 주한미군이 없는 동맹관계로 이것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남긴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자칫 국제적 또는 남북간 군사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통일의 전과정을 통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최대 지원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연성 높이는 한미동맹관계로의 전환 주장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본 ‘동맹의 유연화’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반영하여 단순한 방위동맹을 넘어 새로운 동맹의 규범을 공유하고, 한국의 국력 신장에 걸맞은 대등한 동맹관계로의 재편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미동맹의 유연화는 탈냉전시대의 도래와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전략환경의 변화, 한국의 국력신장이라는 주·객관적 평가에 기초해서 재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식도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 태도와 대북 강경파인 부시 미 행정부의 등장으로 역풍을 맞은 적도 있었다. 특히 이 시나리오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최근 미국이 신군사전략을 추진하면서 유연해졌던 동맹관계가 오히려 경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신군사전략이 미군의 전방 전개를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노력 여하에 따라 한미간의 전통적인 우의를 손상시키지 않고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박사는 본다.

    조박사는 동맹의 유연화에 걸맞은 세 가지 구체적인 대안으로 첫째 한미 양국은 새로운 동맹규범을 수용하고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생성시켜야 하며, 둘째 한미동맹은 대북억지 중심에서 지역적 공동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관계로 발전돼야 하며, 셋째 위의 두 가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전력의 수직연합형 운영체제를 좀더 유연한 수평적 협력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충실한 자료에 입각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쓰여진 본격적인 주한미군 연구서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는 훌륭한 책임에 분명하다. 적절한 도표와 그림을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이 책은 이 분야 전문연구자에게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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