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내부고발자를 핍박하지 말라

  •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3-07-19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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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 가장 비중 있는 정보원은 내부고발자다. 이들은 정부, 국회, 시 당국, 군, 사정기관, 기업 등 권력이나 돈이 몰려 있는 조직 속에 있다. 내부고발자는 말 그대로 밖에서는 도저히 알지 못하는 조직 내부의 은밀하고 중요한 정보를 언론에 전한다.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소속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도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이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했다. 영화 ‘본’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만약 폭로가 여기서 그쳤다면 이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유사하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스노든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시민권을 지켜낸 정의롭고 용감한 공무원’ 쯤으로 추앙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노든은 뒤이어 미국 내 각국 대사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도청,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해킹 사실도 폭로했다. ‘국제 경찰’인 미국의 도덕성에 심대한 손상을 가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여론도 스노든에게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미국 정부와 한국 민주당의 닮은 꼴



    미국은 그간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제3세계 반체제 인사들을 영웅으로 대우했다. 이들은 모두 그 나라에선 내부고발자였고 그 나라 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스노든 사건을 보면, 미국도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데 있어 제3세계 국가와 별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미국은 2010년에도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이 기록된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기소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에게 간첩죄와 반역죄가 적용될 경우 종신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미국은 스노든도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러시아 공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은 망명을 원하고 있고,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반미 성향 국가들이 수용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물론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스노든 폭로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정보기관이 누설자”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대통령이 영토 수호 의지를 의심받는 이상한 발언을 적성국 수장에게 했다는 사실은 주권자인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해온 민주당은 이번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부 고발을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미국 정부만큼이나 자기 편의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영미권에선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와 ‘누설자(Leaker)’를 구분한다. 전자에 훨씬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런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부 이야기를 폭로하는 사람을 무조건 ‘배신자’쯤으로 여긴다. 이런 경향성은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직전이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비대위원 명단 유출을 두고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했다. ‘촉새’라는 표현에서 혐오감이 짙게 묻어난다. 박 대통령은 ‘촉새의 공익적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의 촉새를 완벽히 단속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자기들끼리 비밀리에 한 공직 인선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지지율 폭락 사태를 낳았다. 대변인으로 앉힌 윤창중은 끝내 미국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부정적 정서는 한국 특유의 ‘형님동생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카르텔에서 누설자로 몰린 이의 심정을 보여줬다.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와 관련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당 비공개 회의 발언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그가 김무성 의원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조폭 세계의 형님동생 문화와 진배없다.

    본분 일탈한 권력이 비난받아야

    내부고발자는 집단 이익과 알 권리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다. 이들에 의해 공인의 민낯이 드러난다.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한 정·재계 엘리트들에게 내부고발자를 비하할 권리는 없다. 본분을 일탈한 권력이야말로 진정으로 위험하다. 내부고발자의 휘슬 소리는 불법과 반칙에 대한 사회적 경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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