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프로야구와 함께 자란 40대 野生野死 로망에 울고 웃다

사회인야구 100만 시대

  • 이재식 | 사회인야구 선수, 씨엔씨 레볼루션 대표

    입력2013-07-2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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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280개 리그, 1만3000개 클럽 활동
    • 40대 주축…20~30대에겐 진입장벽 높아
    • 개인 기록 공표해 재미, 의욕 배가
    • 공급이 수요 못 따르는 ‘불균형 시장’
    프로야구와 함께 자란 40대 野生野死 로망에 울고 웃다

    사회인야구 15년 경력의 용인중(46) 씨가 6월 22일 난지야구장에서 분당조기야구팀 소속으로 봉황기대회에 출전했다.

    #1 경기 성남시 탄천야구장

    6월 28일(금) 새벽. 아직 어스름이 남아 있는 이른 시각에 용인중(46·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씨는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탄천야구장으로 향했다. 어둠을 걷어내고 동이 터오자 스무 명 남짓한 야구 동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이 익숙하게 야구 경기 준비를 서두르는 사이, 용 씨는 “○○○은 지각이냐?” “△△△는 아예 ‘양치기’(무단 결석)냐?” “부상당한 아우는 어때?”…목청을 높였다. 걸쭉한 입담은 용 씨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젊은 선수도 꺼리는 포수 자리를 척척 소화해내는 야구 경력 15년의 베테랑이다. 그런 용 씨가 이날만큼은 누가 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들, 잘 던져봐!” “아버지, 빵빵 받아줘요!”

    이날 마운드엔 용 씨의 아들 석환(20·대학생) 씨가 올랐다. 부자가 야구를 함께 즐긴 지 몇 해가 됐지만 투수와 포수로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석환 씨가 첫 공을 던지자 내 팀, 네 팀 가리지 않고 한마디씩 축하의 말을 건넸다.

    “부자 배터리, 기네스 신청!” “부포자투(父捕子投) 파이팅!”….



    #2 경기 성남시 백현야구장

    7월 6일(토). 용 씨 부자는 주말리그에서 함께 뛴다. 성남시 사회인야구 토요일 3부 리그 소속이다. 야구팀 이름은 인터넷베어스. 용 씨는 1998년 창립된, 오랜 전통과 구력을 자랑하는 강팀으로 자기 팀을 소개한다. 특정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던 팬들이 모여 ‘OB사랑’이란 이름으로 야구팀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프로팀 이름이 바뀌자 ‘OB사랑’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용 씨가 야구를 하는 것을 보고 아들 석환 씨는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비록 프로선수가 아닌 사회인야구 선수지만. 사회인 야구선수에게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치 않다. 누구든 팀을 찾아가서 가입하면 선수로 뛸 수 있다. 다만 성인에게만 참여를 허락한다. 석환 씨가 팀에 정식으로 가입한 것은 2010년 겨울. 이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서둘러 야구선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석환 씨는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6회까지 풀타임 출장했고, 아버지는 마지막회에 1루수로 수비에만 참여했다. 용 씨는 팀원들에게 출전 기회를 고루 주려고 자신은 한발 물러나 있을 때가 많다.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이 외부업체에 위탁을 맡긴 성남시 사회인야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루키, 3부, 2부로 나눠 리그를 진행한다. 시에서 관리하는 리그는 대개 일반 사설 리그보다 환경이 훨씬 좋다. 야구장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무엇보다 도심에 있어 가깝다. 운영 비용도 비교적 저렴할 뿐 아니라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시장배 대회 같은 이벤트도 이따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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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2일 난지야구장에서 벌어진 봉황기 사회인야구대회.

    #3 경기 광주시 SF리그 야구장

    7월 7일(일). 용 씨 부자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야구를 하게 됐다. 팀은 같지만 다른 리그다. 토·일요일에 각기 다른 리그에 가입하는 것은 리그 하나만으로는 40명이나 되는 팀원이 모두 게임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리그 역시 전형적인 3부 리그로, 연간 25회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 리그는 2월 중순에 시작해 12월까지 매달 2게임 이상, 많게는 매주 경기가 편성된다.

    이날 경기에서 용 씨 부자는 자랑할 만한 기록 하나를 세웠다. 석환 씨가 주말리그에서 투수로 정식 데뷔하고 첫 승까지 따낸 것. 6이닝을 5실점으로 완투해 승리를 낚았다. 용 씨는 이날도 출전은 하지 않고 아들을 응원했다.

    #4 서울 난지야구장

    6월 22일(토). 이날은 용 씨가 15년 야구 인생에서 가장 벅찬 감격을 맛본 날이다. 봉황기전국사회인야구대회에 출전해서 짜릿한 승부 끝에 본선행을 확정지은 것. 용 씨는 분당조기야구회(분조야) 팀으로 봉황기대회에 참여했다. 이 대회는 전국에서 400여 팀이 참여해 3월부터 9월까지 경기를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선수들의 눈빛에는 비장한 결의가 서려 있고, 경기장엔 여느 주말 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이른바 ‘전국대회’라 부르고, 토너먼트로 한 번 지면 바로 탈락하는 경기 방식이 주는 압박감 때문이다.

    용 씨가 받은 오더는 포수. 이전부터 포수를 봐오던 주전 선수가 갑작스러운 일로 빠져 오롯이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주말 경기가 겹치는 팀원 여러 명이 진작부터 불참 통보를 해와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이럴 때 용 씨는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이는 괜히 먹은 게 아니고, 구력은 말로만 자랑하는 게 아니다.

    프로야구와 함께 자란 40대 野生野死 로망에 울고 웃다

    경기도 어느 중학교에서 열린 사회인야구 주말리그.

    일단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친다. 오후 1시에 시작된 경기는 악을 쓰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 만큼 뜨거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포수 장비를 둘러찬 몸에선 움직일 때마다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쉰을 바라보는 우리 시대 보통 아버지 중 한 사람이 야구장 한가운데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 있다. 작고 하얀 공의 궤적을 쫓아 비명처럼 고함을 토해내면서.

    상대 팀은 소문난 강팀이다. 시속 120㎞대 강속구를 자랑하는 특급 투수가 있다. 용 씨 팀에서도 강속구를 구사하는 에이스가 등판했다. 경기는 예상대로 투수전 양상이다. 그만큼 용 씨의 판단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 투수도 잔뜩 긴장했다. 공은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빠르지만, 아마추어가 제구까지 완벽할 순 없다. 투수가 힘이 떨어질수록 예기치 않은 폭투 가능성이 커진다.

    단단히 굳은 내야는 투수의 공을 불규칙하게 배달하고, 그럴 때마다 용 씨는 몸을 던진다. 어느 순간 홈에서 주자와 접전이 벌어졌다. 야수의 송구가 크게 튕기며 용 씨의 귀밑을 강하게 때린다.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하지만 바로 일어서야 한다. 야구는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용 씨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버텨냈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아직 젊은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에선 그에게 수훈선수상을 안겨주며 큰형의 분투를 격려했다. 용 씨에게 야구란 도대체 뭘까.

    “이 나이에 축구하랴?”

    야구를 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둘러보면 대개 40대 언저리의 남성이다. 야구 정보 사이트에 나오는 팀별 평균 나이를 보면 30대 후반이 많고, 40대 팀도 예사다. ‘야구는 남자의 로망, 사회인야구는 40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40대 아저씨들이 직접 공을 던지고 치고 싶어 하는 건 왜일까.

    야구 붐이 크게 일고 있지만 젊은 층이 사회인야구를 하기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진입장벽’이 있다. 야구가 큰돈이 드는 운동은 아니지만 리그에서 경기에 참여하려면 회비 납부와 장비 구입 부담이 따른다. 또한 단체운동에 따르는 규율도 지켜야 하고 야구장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이런저런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20대 초반의 석환 씨 또래 중에는 캐치볼을 하는 친구는 많아도 리그에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단다. 20~30대 초반은 야구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유예된 연령대인 셈이다. 그 빈자리를 40대가 비집고 들었다. 사회인야구를 하는 40대에게 “왜 야구냐?”라고 물으면 간단하고 노골적인 답이 돌아온다. “그럼, 이 나이에 축구하랴?”

    축구보다 힘이 덜 드는 야구를 택했다는 얘기다. 이왕 나이 들어 운동하는데, 폼나게 유니폼이라도 갖춰 입으려면 야구가 낫지 않겠느냐는 심리도 깔려 있다.

    지금의 40대는 초등학교 때 국내 프로야구 시대가 열린 것을 목도하고 동네 공터에서 야구를 즐기던 세대다. 어릴 때 기억을 재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사회인야구로 발길을 끌어들이는 동력이다. 1988년, 스무 살 되던 해에 시작해 25년째 야구를 한다는 신항수(45·자영업) 씨는 “10여 년 동안 팀의 막내였는데, 아직도 원년 멤버가 절반 가까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사회인야구에서 40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신 씨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서울과 경기권에서 야구 리그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프로야구와 함께 자란 40대 野生野死 로망에 울고 웃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사회인야구장. 동네에 있는 논을 야구장으로 바꿨다.

    ‘사회인야구를 한다’는 것은 리그 경기를 뛰는 것을 의미한다. 리그란 야구장을 갖춘 운영자가 팀을 모아 심판과 기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기를 진행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런 리그가 활성화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신 씨가 피부로 체감하기로는 1990년 중·후반, 그러니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시기에 야구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에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가 급증한 것도 야구 인구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상대 팀과 친선경기라도 하려면 원활한 소통이 필요했고, 기록도 남겨야 했다. 또 경기 규칙이나 훈련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원년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활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신화 등이 잇따라 터지며 야구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고, 사회인야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네 연봉은 얼마냐?”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사회인야구 전문 커뮤니티 게임원(www. gameone.co.kr) 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280개가량의 리그가 등록돼 있다. 이 리그에 가입된 사회인야구 클럽(팀)은 1만3000여 개, 회원 수는 40만 명에 달한다. 게임원을 사용하지 않는 리그, 그리고 리그에 참여하지 않고 야구를 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야구 인구는 줄잡아 1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생활체육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야구장 시설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기업들은 상금을 걸고 야구대회를 개최해 사회인야구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굵직굵직한 규모의 대회로는 봉황기대회를 비롯해 지마켓대회, 니베아포맨컵 등이 있다. 올해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우승팀에 역대 최고인 3000만 원의 상금을 내건 대회를 시작했다. 기업이 사내 야구팀을 동호회 차원에서 지원하는 곳도 많고, 몇몇 기업은 야구팀을 정해 운영비 등을 지원해주는 스폰서 노릇도 한다.

    야구용품 전문업체 스카이라인은 회사의 이름을 팀명으로 하는 조건으로 야구팀을 2년째 지원하고 있다. 태블릿 수입업체로 유명한 와콤사는 와콤 블래스트 팀을 후원해 다른 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사회인야구계엔 화젯거리가 하나 생겼다. 게임원이 올 들어 등록된 팀과 선수들의 성적을 바탕으로 전국 순위를 매겨 공표하고, 이에 근거해 연봉을 산출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그래서 요즘 야구장에선 “내 연봉은 30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넌 얼마냐?” “아무개는 1억이 넘는다던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냐?”는 식의 대화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사회인야구 기록이 처음 공개될 때 타자로선 전국 1위에 오른 김창운(40·사업) 씨는 한동안 “그 실력이면 전국 1위냐?”며 부러운 시선과 놀림을 함께 받았다. 각기 다른 리그와 조건에서 얻은 기록인 데다 데이터가 얼마 쌓이지 않은 채 순위를 매기다보니 엉뚱한 결과가 나와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 것. 그렇지만 사회인야구 선수들에게 개인 기록 공표는 야구라는 기록 경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인야구 경기 리그의 중심 무대는 3부다. 여기에 가장 많은 선수가 참여하고 있다. 3부 리그에선 선수 출신의 경기 참여를 허용하지 않거나 1~2명만 참여시킨다. 선수 출신이란 학교에서 정규 선수로 뛴 경력자로, 고등학교 때 대한야구협회에 선수등록을 한 것이 기준이 된다.

    2부는 3부에 비해 선수 출신의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보통 2~4명,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1부는 선수 출신이 3명 이상, 많게는 거의 대부분이 선수 출신으로 이뤄진다. 그러니 1부는 사실상 선수들의 리그라고 보면 된다. 이에 더해 4부나 루키 리그로 세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선수 출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순수 일반인 팀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선수 출신이라 하더라도 40세가 넘으면 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일반인 자격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다만 선수 출신을 허용하는 3부 리그에서도 선수 출신은 절대로 투수를 맡을 수 없다. 선수 출신과 순수 사회인 선수의 기량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각 팀은 선수 출신, 특히 40세 나이 제한이 풀린 선수 출신을 영입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다보니 선수 출신 영입을 둘러싼 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야구는 2시간만 해라?

    사회인야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장 불균형에 따른 파행 운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수요에 맞게 공급이 따라주는 식으로 운영되지만, 사회인야구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인야구 시장의 핵심 상품이 바로 야구장이기 때문이다.

    야구장 한 면을 제대로 지으려면 4000~5000(1만3200~1만6500여 m2)평의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제동이 걸린다. 기업이나 개인이 땅을 투자해 야구장을 지으려 해도 체육시설로 인허가를 받기 어렵고, 용도변경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공급의 한계는 가격 상승과 시장의 변칙적 운용을 낳았다. 리그 운영자들이 가입비를 매년 가파르게 올리고, 정상적으로 야구를 할 수 없는 공간을 야구장으로 둔갑시킨 뒤 야구팀을 모아 책임 못질 사태를 야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장이 근본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보니 서비스의 질도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2시간 시간제한 규정이다. 사회인야구는 7회 게임이 기준이다. 그런데 실제 리그 경기에서 7회까지 시합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시간 시간제한에 막혀 7회가 멀었어도 서둘러 경기를 끝내야 하기 때문.

    그럼에도 리그 운영자들은 2시간 간격으로 경기 일정을 촘촘히 잡아 일정을 강행한다. 먼저 경기를 한 팀이 경기장을 정리하거나 덕아웃을 비울 새도 없이 다음 팀이 다급하게 들어와 경기를 치르는 게 일상적이다. 또한 리그 운영자들이 기상조건에 따라 경기가 연기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간 계획을 짜 운영하기 때문에 해마다 연말이 되면 밀린 잔여 경기가 파행적으로 치러진다.

    콜드게임 규정 등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체로 4회 10점 차에 콜드게임을 적용하는데, 여기에도 공급자 시장 논리가 강하게 개입된 듯하다. 4회 콜드게임 룰 때문에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선수가 한 번도 타석에 못 서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출전 기회를 놓고 불화가 생겨 팀이 깨지는 경우도 생긴다. 팀 운영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인야구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리그가 경기 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늘리거나 7회 경기 보장, 콜드게임제 폐지 등을 약속해 기존 리그 운영 방식에 자극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용인중 씨가 참여하는 분당조기야구회는 성남시 분당 소재 야구장 두 곳에서 매일 아침 야구를 하는 조기야구 모임이다. 연인원 300명 정도가 참여하니 규모도 작지 않다. 이 모임에선 사회인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경기 진행에 필요한 심판과 기록 등을 모임 안에서 품앗이로 운영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기록을 올려준다. 이렇게 팀을 운영하자 야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집이나 직장에서 동료들이 경기하는 것을 현장에서 보듯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15번 타자 홍길동

    가장 파격적인 실험은 타순의 제한을 두지 않고 야구장에 나온 모든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도록 한 것이다. 15명이 나오면 15번 타순까지 돌아가는 식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철저하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게임에 다 같이 참여해서 함께 즐기자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이 같은 팀플레이를 위해 분당조기야구회는 운동장 대여 시간을 최대 3시간까지 확보해 9회까지 경기를 진행한다. 현재 10개 팀이 리그 방식으로 매주 2게임씩 해나가는데, 연간 제공하는 게임 수가 70게임을 넘는다. 또한 지원자를 받아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외부 리그에 참여하는 것도 지원한다.

    분당조기야구회(분야조) 김남영 회장은 “4년 전 대여섯 명이 모여 캐치볼을 하다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며 “회원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야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른 새벽에 야구를 하러 나오는 사람이 단시일에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역설적으로 야구를 즐길 만한 공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조기야구회는 성남 외에도 부천을 비롯해 몇몇 군데에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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