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도시의 승리’

도시의 승리는 ‘기생’ 아닌 ‘상생’으로부터

‘서울 일극주의’에 관한 논리 전면전

  • 최호진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Book치고 1기

    입력2019-07-22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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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검증된 지식커뮤니티가 우리사회에 드물어서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 간 월 1회씩 책 한권을 고재석 ‘신동아’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영화 ‘기생충’은 너무 다른 두 가족이 만나 벌어진 에피소드로 빈부 격차를 보여준다. 반지하 방에 사는 기택네 가족은 과외교사, 운전기사, 가정부로 위장 취업해 IT(정보기술)기업 CEO(최고경영자) 박 사장네의 삶과 얽힌다. 

    고정 수입이 생기자 기택네 가족의 삶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들은 여전히 반지하 방에 산다. 하지만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곁들이는 술은 국산에서 수입 맥주로 바뀌어 있다. 박 사장 가족에 ‘기생’하는 것은 빈곤으로부터 탈출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는 기회의 땅이다. 그 메커니즘은 ‘기생’이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도시의 인접성과 혼잡성은 고숙련자와 기술, 아이디어를 용광로처럼 한곳에 끌어들인다. 한데 모여 이뤄지는 활발한 상호작용은 혁신을 창출한다. 최첨단 아이디어의 관문인 인도 방갈로르와 미국 실리콘밸리가 그 예다. 

    높은 인구밀도는 노동시장을 형성한다. 또 사람 사이의 유·무형 거래를 용이하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온다. 고숙련자로 분류되는 박 사장이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택네 아들 기우가 명문대생 친구를 통해 고액 과외 자리를 얻듯, 인적자원이 응집된 도시에서는 시골에 비해 경제적 기회가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빈자는 도시와 그곳의 고숙련자에 ‘기생’함으로써 계층 이동의 기회를 얻는다. 

    저자의 논리에는 빈틈이 없다. 읽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저자는 인적 자본을 도시의 성공 요인으로 들며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인구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메트로폴리탄 1인당 총생산은 22% 증가한다” “어떤 국가의 전체 인구의 교육 기간이 1년 더 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 이상 늘어난다”라는 식이다. 



    저자가 인용한 통계의 온도는 차갑다. 그가 주목한 도시의 생산성과 경제적 지표는 냉철하게 정확하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진 삶의 온도가 배제돼 있다. 그 숫자는 ‘가난의 속살’을 끄집어내지 못한다. 도시에서 빈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절망은 투명한 공백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가난을 해결해야 하는 도시에 정부가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고, 양질의 교육을 위해 투자하라고 말이다. 그래야 부자들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똑똑한 도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견 타당하지만 엘리트주의가 엿보인다. 시혜와 수혜의 이분이 아닌, ‘상생’의 관점에서 구성원이 공존할 때 비로소 ‘도시의 승리’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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