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섬으로 가는 건 마트에서 제품을 덤으로 얻는 ‘1+1’ 느낌이다. 짧은 시간 바다를 건널 때의 상쾌함, 옥빛 제주 내해(內海)의 이국적인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1만8000여 신의 고향 제주에서 각각의 섬에 머무는 특색 있는 신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아름다운 산호섬 ‘우도’
우도.
“정의 현감을 만나 함께 배를 타고 우도로 떠났다. 관노는 젓대를 불고 기생 덕금이는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성산도를 빠져나오자 바람이 몹시 급하게 일었다. 뱃사공이 도저히 건너갈 수 없다고 말하자 나는 웃으며 ‘사생(死生)은 하늘에 달렸으니 오늘의 굉장한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다’고 하였다. 바람을 타고 배는 순식간에 우도에 닿았다. 이곳의 물빛은 판연히 달라 흡사 시퍼런 유리와 같았다. 이른바 ‘독룡이 잠긴 곳이라 유달리 맑다’는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도의 바다는 남다르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소섬’ ‘쉐섬’으로 불려온 우도는 제주도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섬 길이는 3.8㎞, 둘레는 17㎞다. 쉬지 않고 걸으면 섬 일주를 하는 데 3~4시간 걸리지만, 우도 순환버스를 타고 주요 관광 명소(검멀레해변, 우도봉, 홍조단괴해변, 하고수동해변 등)에 내려 실컷 구경하는 것도 좋다. 관광과 함께 근처 카페에서 ‘우도땅콩라테’를 즐기며 휴식을 즐긴 뒤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선착장 입구에서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려 타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마라도’
마라도.
마라도는 대한민국의 ‘땅끝’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다양한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 등으로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로 지정됐다. 초원 위에 세워진 작은 건물과 가을만 되면 장관인 억새 사이에서 사색에 잠기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없이 걷기에 좋다.
할망당, 처녀당, 비바리당으로 불리는 마라도 본향당도 가볼 수 있다. 돌담으로 둥그렇게 쌓아두고 그 안에 제단을 마련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당이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세게 분다 하여 이를 금기시한다.
제주도 운진항,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정기여객선과 관광유람선이 하루 수차례 왕복 운항한다.
바다일 바빠 뿌려놨던 청보리 섬 ‘가파도’
가파도.
지금은 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바다일에 바쁘고 일손이 부족한 주민들은 파종을 하면 잘 자라는 보리농사를 지었다. 다 자란 가파도 보리는 1m를 훌쩍 넘는다. 바닷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을 보고 있으면 세상일에서 초연해진다. 청보리밭과 돌담길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을 수 있다.
가파도를 걷다 보면 돌무더기를 볼 수 있다. 신석기시대 고인돌로 제주도에 있는 180여 기의 고인돌 중 135기가 가파도에 있다. 누군가의 무덤인지, 다른 존재를 향한 소망의 흔적인지 알 수 없으나 가파도의 역사를 조용히 말해준다. 청보리 관광과 올레길이 조성되면서 하루에도 3~4회 여객선이 왕복 운항하는 섬으로 제주도 운진항에서 탈 수 있다.
고요함을 즐기려면 ‘비양도’
비양도.
중국에 있던 한 오름이 갑자기 날아와 생겼다는 비양도 전설에 따르면, 이 오름이 제주 협재리 앞바다에 들어앉자 바닷속에 있던 모래가 넘쳐 올라 해안가와 집들을 덮쳤다. 그래서 지금도 모래 밑을 파보면 당시 사람들이 쓰던 그릇들이 나오고 부드러운 밭흙도 볼 수 있다. 여유로운 시간을 땅 파는 일에 소비하진 말자.
사람 발길을 허락한 천연기념물 ‘차귀도’
차귀도.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인 대섬은 천혜의 낚시터로 유명하다. 참돔, 돌돔, 자바리 등이 강태공을 유혹한다. 1~3월과 6~12월 사이에는 손맛을 즐기려는 낚시꾼이 많이 찾는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