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문·이장규·서영숙·김미옥 지음, 도서출판 아이케이, 743쪽, 3만 원
이미 많은 마오쩌둥 평전이 있지만 이 책에 눈길이 간 데는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 한몫했다. 대표저자인 김상문 IK그룹 회장은 중졸 학력으로 자수성가해 회사를 일군 후 늦깎이 대학생이 된 데 이어 환갑이 넘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해 중국을 전공했다. 오늘의 중국을 만든 3대 인물로 꼽히는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평전을 각각 수년에 걸쳐 직접 저술했다.
이 책은 우선 700페이지가 넘는 거대한 분량이 독자를 압도한다. 참고한 국내외 서적만 60권이 넘는다. 하지만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술술 쉽게 읽힌다. 마오쩌둥 삶의 궤적을 담고 있지만 중국의 정치 사회 인문을 이해하고 꿰뚫어볼 수 있는 사회역사서로도 충분하다.
“마오의 공과는 7대 3”
“만일 마오 주석이 1956년에 서거했더라면 그의 업적은 영원불멸했을 것이다. 1966년 서거했더라면 과오는 있지만 여전히 위대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석은 1976년에 서거했다. 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중국혁명1세대 천윈의 탄식처럼 마오쩌둥은 소련유학파 엘리트 공산주의자들과의 경쟁, 고난의 대장정과 중일전쟁, 국공내전을 거치며 천재적인 정치력과 탁월한 전략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위대한 혁명가였다. 하지만 이후 ‘대약진운동’이라는 몽상적 시도는 수천만 중국 인민을 기아와 죽음으로 내몰았고, 홍위병을 앞세워 수십만 명을 야만적으로 숙청한 ‘문화대혁명’은 그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오늘날에도 중국인들 의식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시진핑조차 당시 홍위병에게 아버지를 잃은 피해자이자 그 자신이 홍위병 출신으로 알려졌다.저자는 마오쩌둥의 허상보다는 실상을 보려 했고, 객관적 관점에서 저술하려고 노력했다. 다 읽고 나면 왜 덩샤오핑이 “마오의 공과는 7대 3이며 중국공산당의 출발이고 현재”라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런데 책장을 덮으며 남북의 대표적인 지도자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지도자는 일체의 ‘공’을 부정당하고 있고, 북한을 저 지경으로 만든 지도자는 조금의 ‘과’도 없는 ‘무오류의 위대한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저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을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변질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무오류의 위대한 지도자’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