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제국에 맞선 소년 이야기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6-1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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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프시케의숲, 348쪽, 1만6000원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프시케의숲, 348쪽, 1만6000원

    “정권이 두려워 자결권 요구를 피한다면, 2047년 이후에는 얼마 남지 않은 자유마저 빼앗길 수 있다. 홍콩인이 외면한다면 홍콩의 미래를 중국공산당 임의로 처리할 수도 있다.” 

    조슈아 웡(Joshua Wong·중국명 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Demosistō·香港眾志)당 비서장(사무총장)의 일갈이다. 

    웡 비서장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2012년 홍콩 당국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국민교육’ 과목을 일선학교에 의무화하려 했다. 웡 비서장은 당시 14세 나이로 학생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Scholarism)를 이끌며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 2014년 ‘우산운동’(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을 요구한 시민운동)과 2019년 홍콩 시위(민주화 인사 탄압에 악용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를 주도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 2047년까지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허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약속과 달리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후 홍콩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웡 비서장 등 홍콩 밀레니얼 세대가 중국식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모순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다. 

    이 책은 2013~2015년 웡 비서장이 쓴 일기를 정리한 것이다. 우산운동의 주요 지도자가 직접 기록한 운동의 배경과 진행상황을 하루 단위로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평범한 10대 청소년이 민주화 운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의 내적 갈등도 흥미롭다. 우산운동과 2019년 시위의 주역인 홍콩 젊은이들이 중시하는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절절히 드러난다.



    홍콩 밀레니얼 세대의 절규

    홍콩 민주화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6월 9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민 100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시위 후 약 1년이 지났다. 같은 해 10월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안을 철회했지만 시민의 크고 작은 시위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행정장관 직선제·홍콩 입법회 보통선거 도입을 뼈대로 하는 시민의 5대 요구 사안은 아직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시위가 주춤한 사이, 홍콩 경찰은 4월 18일 시위를 주도한 야권 인사 14명을 체포했다. 

    중국의 팽창과 압박은 남 일이 아니다. 한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의 경제보복에 시달렸다. 현대판 중화주의 ‘중국몽(中國夢)’이 가시화 되는 오늘, 제국에 맞선 소년 조슈아 웡과 홍콩 밀레니얼 세대의 절규가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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