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고기’가 있다? 중세 유럽 왕족이 즐기던 열매가 성인병을 고친다? 두 가지 암을 오리고기로 다스리는 60대 남성, 각종 성인병을 앓다 아로니아 덕분에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신세를 면한 50대 여성의 건강법을 취재했다.
오리
매일 저녁 반주로 소주 한 병씩 마실 정도로 술과 육식을 좋아한 김씨. 가끔 혈변이 보일 때마다 단순한 항문질환으로 생각했을 뿐 대수롭잖게 여겼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내시경 결과가 안 좋다면서 큰 병원에 가라더군요. 직감으로 ‘암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다음 날 큰 병원에서 재검사한 결과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예상치 못한 전립선암까지 발견된 것. 아내 박순남(58) 씨의 충격도 컸다.
直腸 3분의 1 절제
“직장에서 일하다 남편 전화를 받고서 부리나케 달려갔어요. 제 얼굴을 보는 순간 남편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워낙 강한 성격에 내성적이라 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그날은 함께 많이 울었어요.”
별다른 전조증상이 없는 직장암을 초기에 발견한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5시간에 걸쳐 직장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전립선암은 수술을 할 수 없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병원에선 되레 전립선 쪽이 심각하다며, 암이 이 정도로 퍼질 때까지 증상을 못 느꼈냐고 되물었다.
“담당 의사가 저만 따로 불러 얘기하는 거예요, 문제가 심각하다고….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해보는 데까지 열심히 하자’고 했습니다. 남편도 ‘암을 친구 삼아 같이 살아가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게 참 고마웠죠.”(아내 박씨)
먹으면 기력 거뜬
언제까지고 슬퍼만 할 순 없는 일이었다. 박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항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찾아 나섰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틈만 나면 조언을 구했다. 전립선엔 보라색 음식이 좋다는 말을 듣고 블루베리를 식탁에 올렸고, 부추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매일 아침 부추를 갈아 공복에 마시게 했다. 제철 채소는 물론 항암에 좋은 버섯과 마늘도 쪄서 식단을 꾸렸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남편을 위한 항암식단에만 신경을 썼다. 박씨가 이전에 요식업에 종사했기에 다양한 식당 메뉴를 적어놓았던 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2~3개월에 한 번씩 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이 길어지자 김씨는 체력에 한계를 느꼈다. 기력이 떨어지면서 얼굴색도 노랗게 변하고 자꾸만 자리에 눕게 됐다.
“항암치료는 면역력이 높아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선 체력 보충을 위해 음식을 가리지 말고 먹으라 했지만, 직장암 재발을 부를 수 있는 육류는 아무래도 꺼려졌죠.”
박씨는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기력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높여줄 보양식으로 오리를 생각했다. 뷔페 음식점에 근무할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담은 그릇은 기름기가 너무 많아 설거지가 어려웠던 반면, 오리고기를 담은 그릇은 말끔하게 씻기던 기억이 떠올랐다.
“원래 오리고기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삼겹살이 최고였죠. 아내가 하도 성화를 부려서 먹게 됐는데, 능이버섯을 함께 넣고 고았더니 맛이 좋아 일주일에 두 번씩 꼭 챙겨먹었어요.”
남은 오리백숙 국물을 냉장고에 넣어두니 응고된 것을 보고는 오리를 더 진하게 고아 국물만 따로 묵으로 만들어 먹는 등 새로운 요리도 개발했다.
“항암치료를 받은 뒤 2~3일 동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기운이 없는데, 그때 오리고기를 먹으면 몸에 기운이 돌더라고요. 기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오리고기로 계속 보충했어요.”
오리고기를 즐겨 먹은 뒤 김씨에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운영하던 세탁소 일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30분만 일해도 금세 지쳐서 쉬어야 했지만, 차츰 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금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등 하루 12시간 일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도 0.125ng/ml에서 0.030ng/ml으로 떨어져 건강에 청신호가 켜졌다.
“혈액검사 후 병원에서도 깜짝 놀라더군요. 관리를 잘하고 있지만 그래도 늘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했어요. 완치되는 그날까지 오리고기로 건강을 관리할 겁니다.”
오리의 효능
‘동의보감’은 오리고기[鴨肉]를 ‘성질이 차며 맛이 달고 허약한 몸을 보한다’고 기록했다. 다른 육류와 달리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알칼리성을 띠기에 몸의 산성화를 낮추고 혈액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암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합병증 우려가 높은데, 오리고기의 비타민A 성분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을 해 기력 회복제로 도움이 된다. 특히 유황오리는 후두암, 구강암 등의 암세포 증식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김양수 씨의 오리 건강밥상
오리가 잠길 만큼 물을 부어 끓인 뒤 약한 불로 줄여 5~6시간 달인다. 뼈와 살이 분리되고 형체가 안 보일 만큼 살코기가 풀어지면, 체에 걸러 국물만 담아 냉장고에서 식힌다. 1시간 후 꺼내면 오리 한 마리의 영양소를 농축한 오리 묵이 완성된다.
■ 능이버섯 오리백숙
능이버섯은 오리의 잡냄새를 없애는 건 물론, 렌티난 성분이 풍부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 오리, 능이버섯, 양파를 통째로 넣고 소주 한 컵을 부어 오리 냄새를 제거한 뒤 압력솥에서 1시간 정도 푹 끓인 후 섭취한다.
■ 오리 불고기
얇게 썬 오리고기에 항암효과가 있는 부추와 양파를 듬뿍 넣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최소한의 양념을 해 볶는다. 항암치료를 받는 남편을 위해 저염식으로 조리한다.
아로니아
“가끔 뒷골이 땅기고 어지러워 똑바로 걸을 수조차 없었어요. 몸이 피곤하니까 매사 의욕이 없고 자꾸만 눕게 되더라고요.”
갑자기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는 윤씨.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부종으로 다리가 붓더니 급기야 피부를 손으로 눌렀다 떼면 움푹 들어간 곳이 한동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3가지 병 진단
“안 되겠다 싶어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고혈압, 고지혈증,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진단을 받았어요. 하루아침에 종합병원 신세라니…믿을 수 없었죠.”
혈압 150mmHg, 콜레스테롤 수치 160mg/dL에다 갑상선호르몬 수치는 정상 범위보다 10배는 높았다. 살은 자꾸만 빠졌고, 갑상선 기능의 이상 때문인지 몸에선 비린내가 나는 듯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눈이 왜 그렇게 부었냐며 걱정했어요. 거울을 보니 정말 눈이 퉁퉁 부어 돌출된 것처럼 보이더군요. 부종이 점점 심해져 몸뿐만 아니라 눈에까지 영향을 끼쳤나 봐요.”
평소 약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는 젊은 나이에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야 하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갑상선은 워낙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와 병원 처방대로 약을 복용했지만,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은 거부했다. 주변에서 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지 못하고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운동과 식단 조절로 극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남편 김형석(56) 씨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
“옆에서 보기에 참 안타까웠죠. 자다 말고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하며 주물러달라고 깨우는 날이 허다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마사지뿐이죠. 덕분에 지금은 마사지 선수가 다 됐어요.”(남편 김씨)
1년이 지나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자 윤씨는 제 발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약을 먹는 동안에도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남편 김씨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원래 약을 좀 신뢰하지 않는 편이에요. 아내가 약을 먹어도 큰 차도가 없자 경치 좋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농학을 전공한 김씨는 평소에도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했다. 아내에게 건강을 위해 산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느냐 권했고, 윤씨도 남편 뜻에 따랐다. 해발 600m 산속에 집을 짓고, 작은 텃밭에 몸에 좋다는 먹거리를 이것저것 가꾸기 시작했다.
해발 600m에 살다
“아로니아도 심고, 유황마늘도 키워 먹고, 푸른빛이 도는 청란이 고혈압에 좋다는 말을 듣고 일반 닭 대신 청계를 키웠어요.”
그중에서도 윤씨 부부가 신경 써서 챙겨 먹은 것이 아로니아다. 보랏빛을 띠는 열매 아로니아는 베리류 중에서도 안토시아닌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로니아가 제철인 8~9월이면 윤씨 부부는 분주해진다. 열매가 잘 발효되도록 손으로 으깬 뒤 효모를 넣고 골고루 섞으면 작업 완료! 이렇게 만든 것을 3개월 숙성하면 아로니아 와인이 완성된다. 열매와 설탕을 1대 1로 섞어 발효액을 담그기도 하는데, 와인과 발효액은 1년 내내 먹을 수 있어 윤씨의 건강관리에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산에서 생활한 지 2년차부터 몸의 변화를 느꼈어요. 예전엔 걷기 불편하니까 자꾸 집에만 있으려 했는데, 요즘은 등산해도 숨이 가쁘지 않아요. 운동과 자연에서 나는 음식, 특히 아로니아가 제 몸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운동과 식이요법 덕분에 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는 윤씨는 요즘은 생활하면서 피곤함이 덜하고 부기도 빠져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단다. 스스로 몸이 달라진 것을 느끼지만 정확한 건강 상태를 검사하는 것은 필수.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 윤씨는 지난달 결과가 정상 수치에 도달해 한없이 기뻤다고 한다.
여름철엔 벌레가 제집처럼 드나들고 밤이면 불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산속. 화장실도 재래식인 지금의 생활이 힘들지는 않을까.
“다시 도시에선 못 살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만, 건강이 좋아지니 다른 생각은 안 들어요. 나름 재미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산에서 살며 건강을 지켜야겠어요.”
아로니아의 효능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로니아는 중세 유럽의 왕족이 즐겨 먹어 ‘킹스베리’라는 별명을 지녔다. 아로니아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 안토시아닌과 파이토케미컬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와 혈관의 활성도를 유지시킨다. 특히 보라색 음식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면역력 향상과 노화 지연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을 좋게 하므로 고혈압, 고지혈증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에 도움이 된다.
윤정화 씨의 아로니아 건강밥상
쌀가루에 아로니아 분말과 아로니아 생즙을 넣어 반죽한 뒤 참깨와 고구마 앙금을 넣고 송편을 빚는다. 30분 동안 찐 후 참기름에 버무리면 빛깔 고운 보라색 송편이 완성된다.
■ 아로니아 부침개
아로니아 분말은 단맛이 나거나 강한 향이 없어 다양한 음식에 활용하기 좋다. 밀가루에 아로니아 분말을 섞어 색을 입힌 후, 부추와 해물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부치면 밀가루 섭취도 줄이고 건강에 좋은 아로니아 전이 완성된다.
■ 아로니아 식혜
엿기름 헹군 물에 고두밥을 넣고 끓인 뒤, 마지막 단계에 설탕 대신 아로니아 발효액을 첨가해 단맛을 더한다. 일반 식혜와 달리 새콤달콤하고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