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도시개발공사는 “평가를 진행한 결과 리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향후 도시개발공사는 리포 컨소시엄측과 개발방안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합작계약이 체결되면 도시개발공사와 리포 컨소시엄의 합작법인이 설립되고 이 합작법인이 운북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리포그룹 홍콩법인인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존 리 대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열흘 전인 4월13일 인천시를 방문해 “운북지구 57만평에 5조원을 투입해 홍콩과 같은 형태의 국제업무·휴양레저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존 리 대표는 “5조원 투자계획도 인천시에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리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인천지역에선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현재 운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특혜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 간부는 7월14일 “어제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는 ‘인천 운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우리가 보기엔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운북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화흥측에 대외 도급공정 입찰참가 허가증을 발급해주며 지원해왔다.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거쳐 중국국가개발은행도 대출의향서를 통해 화흥측이 운북사업에 참여할 경우 국고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5조원 투자’는 허위였다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존 리 대표가 4월13일 인천시를 찾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리포 컨소시엄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외부 환경으로 평가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천발전연구원은 ‘리포측이 운북사업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이를 즉시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외국기업이 5조원(약 52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은 단일 사업으로는 손꼽히는 규모에 해당된다. 언론에 착공 사실이 대서특필된 경기도 파주의 7세대 LG필립스 LCD 사업 투자액도 5조3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신동아’가 취재한 결과 4월13일 존 리 대표가 인천시에서 ‘5조원 투자’ 발언을 하는 것을 직접 보거나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존 리 대표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 리포 컨소시엄에 소속된 일부 인사가 존 리 대표의 운북 투자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이 같은 보도가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리포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회사다. 홍콩증권거래소의 수시공시제도에 따르면 모든 ‘주가 민감 정보’는 일반 공시의무에 따라 공시토록 되어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인천시 추산대로 2조원 규모가 넘는 매머드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당연히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포 컨소시엄의 일원인 국내 모 건설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공시해 주가가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신동아’가 인터넷을 통해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공시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리포 컨소시엄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이 회사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운북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인천연대는 “리포 리미티드가 홍콩증권거래소에 운북사업 관련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이 사업에 투자할 능력이 없거나 투자할 의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시를 하면) 자사에 유리하고,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한 정보를 굳이 공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5조원 투자’는 그 규모 면에서 홍콩 언론에서도 주요 경제 뉴스로 취급될 만한 사안이지만 홍콩 리포 리미티드는 이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리포의 운북사업 5조원 투자는 홍콩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사업제안서와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리포 리미티드는 자본금이 54억원이고 총 자산은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부채를 뺀 순자산은 3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포 컨소시엄측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인 ‘리포 가라와치’를 리포 리미티드와 동일한 회사로 소개했으나, 확인 결과 리포 리미티드와 리포 가라와치는 지분 구조 등에서 별개의 회사로 나타났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