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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경만 KT&G 사장, 현장 소통 경영으로 ‘글로벌 톱티어’ 도약 견인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5-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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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식·식순·사회자 등 격의 없이 대화 나눠

    • 니트에 운동화 차림으로 2030직원과 소통

    • 취임 당일부터 국내외 현장 방문 광폭 행보

    “27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선배, 동료와의 적극적인 소통입니다. 이를 통해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캐주얼한 니트에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이 자신만의 CEO(전문경영인) 직장 생활 노하우를 들려주자 직원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방 사장은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로 입사해 CEO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KT&G는 3월 28일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 사장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KT&G 사장 교체는 9년 만이다.

    수제 맥줏집 팝업스토어 표방한 ‘캔미팅’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4월 17일 2030직원들과 ‘캔미팅’을 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G]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4월 17일 2030직원들과 ‘캔미팅’을 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G]

    방 사장은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브랜드실장 재임 당시 새로 선보인 ‘에쎄(ESSE) 체인지’는 에쎄가 국내 담배 1위 브랜드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쎄 체인지를 출시하기 전인 2013년 2분기 기준 KT&G 시장점유율은 61.3%였지만 2023년 4분기엔 66%까지 높아졌다. 글로벌본부장 재임 땐 해외 진출 국가를 40여 곳에서 100여 곳으로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해외 국가를 권역별로 분류하고 그동안 다수 인원으로 구성돼 있던 부서를 소규모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이 특히 주효했다. 이에 대해 방 사장은 “소통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장은 물론 회사의 성과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취미와 관심사를 묻는 직원의 질문에 방 사장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직원들과도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 여러분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히자 직원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방 사장의 답변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추가 질문을 하려는 직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4월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서울사옥을 들썩이게 만든 진원지는 20층 라운지. 1990년대생으로 구성된 2030직원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취임 약 3주를 맞은 방 사장과의 ‘캔미팅(Can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캔미팅은 근무를 마치고 업무와 동떨어진 공간에서 술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 편안하게 의견을 나누는 토론 또는 모임을 일컫는 신조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의 캔미팅을 사내에서 진행한 건 KT&G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날 캔미팅은 파격적으로 식순과 사회자 없이 스탠딩 형태의 캐주얼 미팅으로 진행됐다. 공간을 통해 젊은 직원들이 추구하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트렌디하게 구현하고자 라운지 공간에 흰 가벽을 덧대 홍대 거리의 벽화에서 볼 수 있음직한 그라피티 글꼴로 큼지막하게 ‘TRUST’ 문구를 그린 점이 인상적이다. 곳곳에 맥주 드럼통으로 디자인한 테이블을 배치하고, 그 위로 캔맥주와 갖가지 핑거푸드(도구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먹는 음식)를 올려 수제 맥줏집 팝업스토어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점도 신선하다.

    최근 기업 경영에서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 수평적 소통 문화다. KT&G가 격의 없는 소통에 발 벗고 나며 조직문화 혁신을 주도하는 건 이런 추세와 결을 같이한다. 이날 마련한 캔미팅의 화제는 KT&G의 중장기 목표인 ‘글로벌톱티어(Global Top-tier)’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이다. 기업문화에 대한 내부 공감대를 확대하고자 방 사장은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CEO의 현장 소통 경영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직장 생활에서 오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끈끈한 동료애 함양, 사기 진작에도 한몫한다. 이날 직원들은 이를 직접 체험했다. 캔미팅에 참여한 황채환 KT&G IT실 사원은 “CEO가 젊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준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무엇보다 캔미팅에 참여한 분들을 통해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배울 게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KT&G는 인적자본의 다양성이 조직 경쟁력의 기반임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방 사장의 현장 소통 경영 행보는 KT&G 수장으로 선임된 3월 28일 직후 당일 시작됐다. 방 사장은 이날 KT&G 충남본부와 서대전지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영업 성과와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영업 현장의 애로 사항,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4월 18일에는 천안 인쇄공장을 방문해 생산공정을 세밀히 살펴본 뒤 직원들이 제안하는 개선점을 직접 청취했다.

    인니 전통의상 입고 현지 채용인과 소통 강화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앞줄 가운데)이 4월 26일 인도네시아 현지 채용인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G]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앞줄 가운데)이 4월 26일 인도네시아 현지 채용인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G]

    방 사장은 글로벌 현장도 직접 챙기며 현장 소통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첫 글로벌 현장 경영 행선지는 인니(인도네시아의 줄임말)였다. 방 사장은 4월 26일 인니에서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인니 2·3공장 착공식과 사내독립기업(CIC) 자카르타 아시아·태평양본부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가 첫 행선지로 인니를 선택한 이유는 중장기 비전 ‘글로벌 톱티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성장 동력 국가로 판단한 데 있다. KT&G는 인니를 해외 최대 생산 거점으로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KT&G에 따르면 새롭게 건설하는 인니 2·3공장은 19만㎡ 규모의 부지에 연간 210억 개비의 담배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기존 공장을 포함해 연간 약 350억 개비를 생산하는 해외 최대 생산기지를 구축해 글로벌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26년 첫 가동이 목표다.

    방 사장은 착공식에 참석해 “회사는 글로벌 톱티어 도약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며 “인니는 아시아·태평양, 중동 시장을 대상으로 한 회사 수출 사업의 주요 허브로서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니 아태본부에서 현지 채용인과의 간담회도 열렸다. 방 사장은 현지 경영진과 함께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가 돋보이는 인니의 전통의상인 바틱(Batik)을 착용한 채로 등장해 현지인의 박수를 받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현지 채용인이 “우리도 한국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방 사장은 “국가 간 경계 없이 개인의 역량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개인이 탁월한 업무 역량을 갖췄다면 인니 현지 채용인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파트너 자격으로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소통 경영은 회사의 중장기 목표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이해도를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방 사장은 4월 29일 전 사원을 대상으로 직접 작성해 발송한 ‘CEO 레터’에서 “취임 직후 한 달 동안 국내외 영업, 제조 현장을 방문하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장 소통 경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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