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한국은 이르쿠츠크 유전에서 가스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사할린 가스’를 공급하자”는 별도의 대안이 급부상했다. 한국 청와대, 러시아, 미국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할린 가스 북한 제공 아이디어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 에너지 회사인 FSI사에 사할린 가스관의 북한통과 구간 건설 사업 독점권을 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초의 시베리아 자원 공급 사업
북핵 해결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가스 공급원을 이르쿠츠크, 사할린 중 어디로 할 것이냐를 두고 여권 핵심부와 안보 파트, 석유업계에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는 2003년 5월 내부 보고서에서 “사할린 가스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사할린 가스 북한 공급설이 나도는 진짜 이유’는 북핵 사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할린 가스개발 참여자들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러시아 가스 도입 문제를 수년째 연구해온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상층부의 정확한 뜻을 몰라 공개적 문제제기는 못하고 있지만 이 논란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사할린으로 가스관을 빼자는 아이디어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며,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한국은 국익과 에너지주권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러시아 동시베리아지역 바이칼호 연안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유전의 경우 총 매장량은 8억4000만t으로 추정되며 빠르면 2008년부터 연간 2000만t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국측은 이 유전에서 연간 700만t을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생산량은 대부분 중국 북부지방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의 ‘중장기 동북아 가스 배관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이 유전지대에서 한국 평택항까지 연결되는 가스관의 총 길이는 4100km 정도다. 가스관은 이르쿠츠크-중국 만주 하얼빈-창춘-선양-다롄을 거쳐 서해 심해를 통해 한국 평택항으로 오는 노선, 이르쿠츠크-중국 만주 하얼빈-창춘-선양-단둥을 거쳐 북한 영토와 국내 육로(신의주-평양-개성-경기 일산-서울)를 통과해 평택항으로 오는 노선 등 두 가지가 고려되고 있다. 평택항은 가스관을 통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를 액화천연가스(LNG)와 혼합해 전국에 공급하는 기지다.
천연가스는 발전용, 산업용, 난방용(도시가스), 자동차연료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친환경적 에너지며 원유에 주로 의존하는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 양상에 따라 향후 소비량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르쿠츠크 가스의 경우 중동이나 동남아에서 배로 수송되는 현재의 천연가스 수송체계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으므로 공급단가가 현재보다 20% 정도 저렴해질 수 있다고 한다. 국내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량은 1800만 t으로 향후 이르쿠츠크 가스는 국내 총 천연가스 수입량의 4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르쿠츠크 유전개발과 가스관 신설에는 약 110억달러가 필요하다. 이 중 한국은 중국과 한반도의 접경지역에서 평택항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가스관 건설 공사비(약 12억~13억달러 추산)를 분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