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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전 주중대사와 중국정치 내막을 벗긴다

후진타오·장쩌민 권력분점하며 윈·윈 게임중

정종욱 전 주중대사와 중국정치 내막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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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등장한 후진타오 체제의 내부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이공계 출신 전후세대로 구성된 제4세대 지도부의 면면과 특성은?
  • 변신을 거듭중인 중국공산당은 과연 13억 인민의 대변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정종욱 전 주중대사와 중국정치 내막을 벗긴다
정종욱(鄭鍾旭) 전 주중대사(64· 아주대 교수)는 김영삼 정권 때인 1996년 1월부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4월까지 대사직을 역임했다. 중국과 수교 이후 지금까지 중국대사는 현재의 김하중 대사까지 합쳐 모두 6명. 이 중 정종욱 전 대사는 중국정치학을 전공한 교수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말하자면 이론과 현장경험을 함께 갖춘 경우다. 이번 호의 중국탐험 주제를 중국정치로 잡고 보니 자연스럽게 정 전 대사가 꼽힌 것도 이런 경력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은 흔히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사회주의국가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 체제의 특성과 정치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정치의 현주소와 역사적인 배경,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의 은밀한 모습들을 최고의 중국정치 전문가 정종욱 전 대사와 함께 파헤쳐본다. 중국정치 탐험은 역시 13억 중국인민의 새 지도자로 떠오른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권좌에 앉게 된 안팎의 사정들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2002년 11월 제16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직후 열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가 선출된 데 이어 2003년 봄 국가주석에 취임함으로써 후진타오 체제가 공식출범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후진타오가 권력을 완전히 이양받았느냐 또는 장악했느냐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임 장쩌민(江澤民)측과의 권력투쟁설도 언론에 많이 보도되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어서 후진타오는 오너가 아닌 CEO다, 장쩌민이 상왕노릇을 하고 있다, 사스 파동을 계기로 후진타오가 장쩌민에 승리했다 등등 각종 설들이 나왔습니다. 현재 중국 최고지도부의 내부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후진타오 체제의 등장은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정권교체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경우입니다만 권력구조 내부는 다소 복잡합니다. 후진타오가 국가주석직과 당 총서기직을 승계하여 국가권력과 당권을 장악하긴 했지만 장쩌민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군권을 계속 쥐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권력이양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중 5명 정도가 장 주석과 가까운 이른바 상하이방 인물들이어서 후진타오의 권력 장악이 불완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요.



권력의 공유시대 개막

그러나 오래 전부터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후진타오가 실제 당과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권력승계가 제도화되는 단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시대가 인치의 시대였다면 후진타오 시대의 개막은 법치의 시대가 열린다는 신호라 할 수 있겠지요. 중국공산당이 정부를 수립한 1949년부터 따지면 마오쩌둥이 27년 통치했고 덩샤오핑이 18년 통치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절대권력자에 의한 인치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법치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과정이 점진적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후(胡)가 이끄는 새로운 지도층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진타오가 후계자로 지목된 1992년부터 실제 권력승계가 이루어진 2002년까지 약 10년의 기간동안 장쩌민이 후를 제거하려 했다면 벌써 했을 겁니다. 장쩌민이 그럴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지금의 중국 권력구도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라기보다 협력과 공조의 관계라고 봅니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지요.”

-지금의 정치구조가 권력의 공유를 전제로 하는 집단지도제라는 얘기 같은데요, 중국공산당의 과거 권력투쟁사를 상기하면 과연 권력의 공유가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의 공유는 중국에서 이제 불가피한 추세입니다. 개혁 개방이 진행되면서 국가와 사회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다원화되었습니다. 국가가 사회를 압도하거나 한 개인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권력의 중심이 개인으로부터 집단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쩌민이 군권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게 권력의 속성 때문이라는 주장에 전혀 설득력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에서 후진타오에게 권력의 공유는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후진타오는 군대 경험이 없습니다. 군에 대한 장악력도 아직은 불충분합니다. 그래서 군부에 대한 후진타오의 기반이 강화되기까지는 장쩌민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정치안정을 위해서나 권력의 제도화를 위해서나 나쁠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덩샤오핑도 장쩌민이 군을 확실히 장악할 때까지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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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부국장 전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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