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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日 극우단체 ‘재특회’ 파헤친 히구치 나오토 교수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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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교수는 ‘재특회 탐구’를 위해 34명의 배외주의 운동 관계자를 인터뷰했다(그중 재특회 소속이 25명). 그런데 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도, 저학력자도,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하층계급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대학 교육을 받은 정규직 화이트칼라였다(표 참조). 상당수는 “일본에 이렇게 외국인이 많은 것을 재특회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어려서부터 재일 코리안에 대한 편견을 교육받으며 자란 사람은 단 한 명뿐. 이들 34명의 ‘공통분모’는 의외의 항목에서 나왔다.

▼ 23명이 자민당 지지자더군요.

“이들 중 정치에 강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는 성실한 유권자였어요. 자민당 지지자가 다수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재특회 활동을 계기로 자민당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민주당에 투표한 과거의 나를 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맥 빠질 정도로 일반적인 보수 지지층일 뿐이죠.”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고학력 정규직 화이트칼라

▼ 그들이 재특회 활동에 참여한 계기는 뭔가요.



“외국인 문제가 계기가 된 사람은 의외로 적었습니다. 그보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일전에서 마운드에 태극기 꽂는 것을 본 게 계기가 됐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경우가, 과거사가 계기가 됐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중국, 한국, 북한 등과 얽힌 역사 문제로 근린국(近隣國)에 대한 적의가 생기고, 그 화살이 재일 코리안에게 향한 것이지요.”

보수 지지층이 인터넷에서 재특회 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자극받아 재특회 논리를 더욱 증폭시켜 받아들이는 ‘패턴’은 그의 연구를 통해 재차 확인된다. 다음은 그의 책에 실린 50대 남성 재특회 회원 O씨의 말이다.

우리 세대는 ‘조선인’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야단을 맞았지. 따라서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시대였거든. 터부였어요. (…) 당당히 발언하고, 항의하고. ‘조선인’이라고 말해도 되는구나. 그렇지. 프랑스인을 프랑스인이라고 해도 되는데, 조선인을 조선인이라고 해서 안 될 건 없지.

“한국은 곧 反日”

히구치 교수는 배외주의 운동이 발생하는 구조적 배경을 주류 우익의 관심 변화에서 찾는다. 그가 일본의 대표적 우파 논단 ‘정론(正論)’과 ‘제군(諸君)!’에 지난 30년간 실린 기사의 제목을 분석한 결과(이들 잡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즐겨 투고하는 매체라고 한다), 2000년대 이후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었다. 그는 “우익 잡지가 21세기 들어 근린국가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사, 군사·방위에 대한 언급도 크게 증가했다.

‘반일’도 1980년대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다가 2000년대 들어 중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한국은 중국, 북한보다 등장 빈도가 낮지만, 한국이 나오면 꼭 반일이 따라붙었다. 그는 “이러한 우익 언설에 영향 받아 한국이 곧 반일로 인식되고, 그 여파로 혐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현대 일본인들은 오욕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집단적 심리가 강하다고 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에 좀 걸린다’ ‘돌이켜보고 싶지 않다’며 숨기려 해왔다가, 재특회가 등장하자 아예 대놓고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느냐’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듯합니다. 보고 싶지 않은 역사를 재일 코리안이 보여주니까, 아예 재일 코리안을 배제하자는 것이죠.”

▼ 책에서 재특회 간부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본이 그렇게까지 나쁜 일을 하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놀랐습니다.

“그러한 인식이 인터넷 전체에 일반적으로 퍼져 있어요. 야후재팬 등 포털사이트 댓글을 보면 90%가량이 배외주의적 내용이지요. 일본 인터넷은 우익이 지배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 일본 네티즌에 따르면 일본은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적이 없다?

“일본인에게 네티즌은 그리운 단어예요(웃음). 1990년대에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든요. 위안부에 대해 가장 많이 쓰이는 인터넷 단어는 ‘매춘부’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일본군이 위안부에게 급료도 주고 콘돔도 사용하는 등 잘 대우해줬다고들 생각합니다. 한편 인터넷 밖에서는 매춘부라고까지 여기진 않아도 일본 정부 입장이 맞다고, 즉 ‘과거 불행한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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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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