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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내 주먹은 바람, 내가 인정한 유일한 고수는 ‘싸움꾼’ 이소룡”

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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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사명은 태권철학으로 세계에 ‘동방의 등불’ 밝히는 것
  • 내 주먹이 빠른 이유? 표정에서 신호를 안 주니까…
  •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중에서 세 번 발차기 한 무술인’
  • 워싱턴 도장에서 벌어진 일본 유도와의 한판 대결
  • 초창기 태권도는 가라테 그대로 본뜬 것
  • 이소룡에게 발차기, 알리에게 주먹기술 가르쳐
  • 태권도 창시자 최홍희 장군은 태권도에 미쳐 북한으로 넘어갔다
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실외 무술시범으로 시작된 그와의 인터뷰는 생동감 넘치는 것이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앞서 자신의 태권도 철학을 장시간 강의하는가 하면 인터뷰 사이사이에 송판 격파, 주먹 지르기, 하체 단련 체조 등 다양한 시범을 했다. 이를테면 태권도의 위력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기자를 일으켜 세워 “한번 막아보라”며 주먹을 내지르는 식이었다.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그의 주먹은 바람이었다. 40대 초반인 기자는 70대 중반인 그의 주먹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미국 태권도 황제 이준구(李俊九·75)씨. 미국인들은 그를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라 부른다.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에서 ‘세기의 무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의 미국 이름은 준 리(Jhoon RHee). ‘준리 태권도협회’와 ‘세계무술협회’ 창시자다.

이씨는 2003년 2월 심장판막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사는 심장에 부담을 주는 푸시업(팔굽혀펴기)을 삼가고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에 따라 이씨는 하루에 1000번씩 하던 팔굽혀펴기를 중단했다. 같은 이유로 발차기에도 작별을 고했다. 다만 격파와 주먹 지르기, 하체 근력 강화를 위한 체조는 계속하고 있다.

비행기도 여전히 탄다. 하늘을 날지 않고서는 ‘태권 전도사’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전 세계를 누비며 태권도 철학을 강연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태권도 철학은 ‘국제 10021클럽’을 탄생시켰다. 10021은 ‘100년의 지혜가 깃들인 21세의 젊음’을 뜻한다.

2002년 서울에서 창립된 이 단체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정신적 교류 모임이다. 체(體) 덕(德) 지(智) 진(眞) 미(美) 애(愛)라는 6가지 이념을 실천해 행복공동체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업목표다. 이 단체의 총재인 그는 이 사업을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시에 빗대 ‘동방의 등불’을 켜는 일로 자임하고 있다.



무술시범을 요청하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태권도 고수라지만 칠순 노인이지 않은가. “연세가 많아 요즘은 웬만해선 밖에서 시범을 하시지 않는다”는 측근의 귀띔이 무색하게 그는 취재진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광장.

먼저 수도 자세. 왼손은 주먹을 쥔 채 가슴에 붙이고, 오른손은 손가락을 모두 붙인 채 부채처럼 쫙 펴서 가슴 전면에 세웠다.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이다.

다음으로 발차기 동작. 오른발 앞차기를 했는데 쭉 뻗은 발이 머리 위로 솟구쳤다. 그런 다음 왼손으로 발끝을 잡고 한동안 균형을 유지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몇 차례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이어 다리 일자(一字) 벌리기 시범. 그는 옷 버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다리를 일자로 벌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180。에 가까웠다. 그런 다음 양 손바닥을 바닥에 댄 채 상체를 숙여 가슴을 바닥까지 내려붙였다. 사진기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기자의 ‘특별 요청’을 받아들여 옆차기를 선보였다.

시범이 끝난 후 인터뷰 장소로 되돌아왔다. KBS 맞은편 건물의 한 사무실이다. 몇 년 전부터 그가 한국에 들어오면 자주 들르는 곳으로, 주인은 세라믹 의류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심장수술 후 늘 세라믹 옷을 입고 다니는데 원적외선이 발산돼 몸에 좋다고 한다. 이날도 그는 깃이 목 중간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세라믹 티셔츠에 방탄조끼를 연상케 하는 세라믹 조끼를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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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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