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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정보산업 선도하는 조명희 경일대 교수

“기술 세계화와 인재 배출, ‘두 마리 토끼’함께 잡는다”

지리정보산업 선도하는 조명희 경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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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30대 중반, 두 아이의 어머니가 10년 만에 두 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또한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리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벤처기업 대표가 되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정보산업 선도하는  조명희 경일대 교수
건설교통부 산하 하천정보센터는 5월부터 경기 안양천 31㎞를 헬기를 이용해 촬영한 후 3차원 위성영상으로 집단 정보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11월에 완료되면 안양천의 모습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실제와 거의 다름없는 형태로 파악할 수 있어 하천관리에 신기원을 이룩할 전망이다. 하천을 입체적인 위성영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천정보센터는 안양천의 위성영상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이 사업을 전국의 하천(2만 9812㎞)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천의 정비와 복원, 홍수관리 등의 기초자료가 될 이 국가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경일대(경북 경산시 소재) 위성정보공학과 조명희(曺明姬·51·한국지리정보학회장) 교수. 조 교수가 설립해 이 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벤처업체 GEO C·I(GEO Consulting · Information)는 대구 근교의 자그마한 대학인 경일대 내에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최근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이노비즈’에 선정됐다. 이노비즈는 벤처업체 중 유망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주어지는 브랜드로, ‘벤처 중의 벤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일대 연구개발 비즈니스센터 건물 4층에 입주한 이 회사는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오직 기술력으로 인정받겠다”며 직원 40여 명이 밤낮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50억원. 2003년 직원 8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매출액은 그해 13억원, 지난해 28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교통부와 과학기술부, 농림부, 산림청, 대구시, 경북도 등에서 따낸 대형 프로젝트가 30여 건에 이른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벤처기업 뒤엔 CEO(최고경영자)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GEO C·I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조 교수는 성공의 씨앗을 뿌렸다. 늘 자정 무렵에야 대구 팔공산 자락의 집으로 퇴근하는 그에게 ‘가마골 등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경일대가 자리잡은 지역의 옛 지명인 가마골을 훤하게 밝힌다는 뜻.

‘장군의 며느리’



조 교수는 1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길 찾기용 GPS(위치추적 시스템)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냈다. 1995년 경일대 측지공학과를 중심으로 몇몇 제자와 만든 GIS(지리정보 시스템) 동아리는 8년 뒤 위성정보를 활용한 지리정보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조 교수의 인생 목표가 처음부터 대학교수나 기업인은 아니었다. 두 아이를 기르던, 30대 아줌마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두 개나 받고, 교수로, 또 여성사업가로서 밤낮없이 전국을 뛰어다니게 될 줄은 자신조차 전혀 예상치 못했다.

“결혼(1978년)하고 나서 5년쯤 지났을 때 시아버님께서 ‘공부를 계속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마침 그 무렵 ‘이렇게 살림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습니다. 그냥 학부 때 전공(지리학)을 따라 경북대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시아버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죠.”

조 교수의 시아버지는 정태석 전 해병대 사령관이다. 해군사관학교 3기로 베트남전쟁 당시 청룡부대장으로 활약했던 정 전 사령관은 2000년 폐암으로 별세했다. 경북대 지리학과 4학년 2학기에 재학하며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지리교사로 근무하던 조 교수는 경북대 의대 학장을 지낸 친정아버지 조준성(77)씨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 전 사령관과 어느 날 ‘우리 사돈 합시다’ 하고 약속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결혼하게 됐다. 5남매 집안의 맏며느리가 된 조 교수는 서울 한남동 해병대 사령관 공관에서 1년4개월 동안 시집살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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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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